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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 들킨 트럼프의 다급함...이러다가 미국 무너진다

[최경영의 돈과 시간 이야기] 트럼프는 왜 전쟁을 일으키는가?

26.03.06 06:37최종 업데이트 26.03.06 06: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이란을 상대로 한 ‘에픽 퓨리 작전’을 지켜보는 이 사진은 백악관 X(옛 트위터) 계정에 2일 공개되었다.AFP 연합뉴스

2012년 도널드 트럼프는 "오바마의 지지율이 급락하니 그가 이란을 공격할지 지켜보라"라고 했다. 그 다음해인 2013년에도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협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제가 오래전에 예측했던 것을 기억하세요"라고 말했다.

2016년에는 "우리는 무모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정권 교체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4년 대통령 선거 개표 당일 밤, "저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전쟁을 멈출 겁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연이어 전쟁을 일으켰다.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납치했고, 이란을 공격해서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그의 며느리, 손주까지 다 죽였다. 공격대상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이란의 초등학교를 폭격해 초등학생 백여 명이 폭사했다.

이제 다급해진 것은 트럼프다

트럼프는 왜 전쟁을 일으키는가? 엡스타인 파일, 급락한 지지율, 협상 능력의 부족, 이란 정권교체에 대한 욕심도 작용했겠지만 경제적 동인을 찾으라면 그건 무엇보다 석유다. 원유다.

트럼프는 계산했을 것이다.

'이제 미국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건 AI 투자야. AI 투자에 핵심은 에너지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해. 그런데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소는 시간이 걸리고, 난 어차피 지구온난화 따위는 믿지도 않아. 내가 늘 말했잖아.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고.

그런데 미국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두 나라가 있네. 석유가 많아. 엄청나게 많지. 베네수엘라 한 국가만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매장량을 능가해. 매장되어 있는 건 3032억 배럴이래. 세계 최대 매장량이야. 초중질유 중심이라서 미국의 화력발전에도 적합해. 산업용이란 뜻이지. 그렇다면 데이터센터에 전력 대기도 쉽겠다. 저걸 다 차지할 수 있다면. 이란도 2086억 배럴이나 되지. 중동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매장량이 많아.

사우디아라비아는 전통적 친미 정권이고,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기존 정권을 없애버리고 새로운 꼭두각시 정권을 세울 수 있다면, 미국 내 셰일가스와 더불어 미국은 전 세계 원유를 사실상 완전히 손에 넣게 되는 거지. 그럼 유가를 하락시키고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 연준을 독촉해서 금리를 떨어뜨리고 그럼 주택모기지금리가 낮아지니까, 미국 물가지수에 가장 핵심적인 변수 두 가지를 다 잡을 수 있게 되는 거네. 게다가 유가하락으로 AI투자가 더 활발해지면 경제성장률도 계속 이례적으로 3% 안팎의 고공행진을 할 거야. 최고네. 이거야!'

오판이었다.

마치 사자가 자라를 건드렸다가 혀를 물리고 끙끙대는 형국이다. 어차피 죽은 목숨인 자라는 사자의 혓바닥을 물고 늘어진다. 최대한 상처를 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협상을 해도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에서 한다.

이란 입장에서 미국은 협상을 약속하고 자신들의 최고 지도자를 폭사시켜버린 나라다. 믿을 수 없다.

오히려 다급해진 쪽은 미국 트럼프가 됐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전통적 방식뿐만 아니라 두바이 호텔까지 공격해 버렸다. 선박은 물론 항공까지 최대한 물동량을 묶어버리겠다는 뜻이다. 따뜻한 날씨, 조세회피처로 각광받을 정도의 낮은 세금, 럭셔리한 부티크들이 즐비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백인 부자들이 장기 체류하는 두바이를 공격한 것은 서방 진영 전체에 보내는 분노의 신호다. 직접 당해보고 느껴보라는 뜻이다.

트럼프가 최대 전쟁은 1~4주라고 말한 것도 실수였다.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지상군을 파병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해 온 차기 대권 주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 긴 전쟁(longer war)은 안 하실 분"이라고 마지못해 인터뷰한 내용도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는 미국의 속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2일 이란 테헤란 상공에서 벌어진 두 차례의 동시 공습으로 인해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AP=연합뉴스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말한다. 단기전으로 끝나면 큰 충격이 없다. 그러나 장기전으로 가면 오히려 유가가 100달러선을 넘어 폭등하고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찾아올 수 있다고. 급한 건 트럼프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탄약은 떨어져 간다. 트럼프도, 트럼프를 편들어 온 미국의 우파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도 "탄약은 충분하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 주장한 월스트리트저널 사설 어디에도 근거를 찾을 길이 없다. 2028년까지 록히드 마틴이 수천발의 미사일을 생산할 것이라는 먼 미래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비 충당을 위해 국방비 증액을 해야 하는데 미국 민주당이 찬성하지 않으면 두고 보자는 식의 선전선동에만 열을 올린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미 의회에 국방비 증액요구까지 하면 미국의 우방들이 가만히 있겠냐, 앞장서서 도울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말만 하고 있다.

탄약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돈도 없다는 말이다. 우방에게 또 기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도 마지못해 정말 안 해주려다가 미군의 공군 기지 사용을 허락했다. 중동에 있는 미군 기지들은 이란의 공격으로 벌집이 됐다. 중동의 친미국가들이 미군 기지들을 둔 이유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였는데 오히려 미군 기지 때문에 같은 이슬람 국가에게 공격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이란의 우방인 중국은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다. 말로만 미국을 공격할 뿐 이란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군사적 원조도 하지 않는다. 이란의 원유 90%가 중국으로 수출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전체 원유 수입액의 12%에 불과하다. 중국은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도 왕성한 교역을 한다. 그동안 싼값에 이란 원유를 산 만큼의 손실은 있겠지만, 미국이 어떤 식으로 전쟁을 치르는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건 정보전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이익이다.

트럼프가 무너뜨리는 미국의 '신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에 도착한 모습.EPA/연합뉴스

트럼프는 결국 패할 것이다. 처음부터 전쟁의 목표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에게 승리란 무엇인가?

- 불나방 같은 미국 언론의 고개를 이란전으로 돌리게 해서 엡스타인의 추문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

- 미군을 지상전에 투입하지 않고 원유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권을 획득하는 것.

- 잘하면 유가와 인플레이션을 잡고 AI 투자를 독려해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장기전으로 갈수록 유가는 폭등하고,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크다. 빨리 끝내야 하는데 이란이 계속 반격을 한다. 탄약은 떨어져 간다. 관세 폭탄을 맞아온 우방들도 예전같지 않다. 친미 중동 국가들은 애초에 미국에 대한 신뢰는 없었다.

결국 상당수의 유대인으로 구성된 내각의 아첨꾼들과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말에 이끌려 별생각 없이 전쟁을 일으켜버린 트럼프는 또 다시 가장 중요한 미국의 자산을 잃어버리고 있는 형국이다. 바로 '신뢰'다. 미국이 중국보다는 믿을 만하다는 신뢰. 그래도 자유주의 민주국가 미국이라는 신뢰. 트럼프의 깡패짓에 그 신뢰가 점차 무너지고 있다.

미국은 아직도 개인까지 수표를 쓴다. 개인의 신용은 오랜 기간의 신뢰에 의해 형성된다. 자본주의의 전형적 나라였다. 자본주의가 지속될 수 있는 원칙이 신용이다. 그래서 더욱 신뢰가 무너지면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가 작동하지 못한다. 트럼프는 시야가 좁고, 단기적 성과에 집중한다. 게다가 이기적이고 흉포한 심성을 지닌 것 같다. 나쁜 지도자의 전형이다. 소탐대실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자본주의가 산다.

#트럼프 #이란 #최경영의돈과시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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