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을 막개발 중이다. 이대로 둬도 되는 것일까? 서울시의 랜드마크이자, 서울 면적의 6.7%에 해당하는 중요한 공유지가 서울시장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의 한강의 모습을 알리고, '우리가 꿈꾸는 한강'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기자말] |

▲한강버스 정식 운항 시작일인 9월 18일 오전 한강 여의도 선착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사업이 조직을 만들고 조직이 사업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행정조직은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다. 성과 중심의 사업 구조는 제한된 자원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맞춰 집중하도록 하고 이에 따라 조직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만들어진 조직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규모가 생긴 조직은 그만큼 새로운 사업을 원래 있었던 사업인 것처럼 흡수하여 자가발전 한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면 그에 따라 조직 구조도 변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춰진 조직은 정책 변화에 저항하는 자기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한강사업본부라는 조직의 등장
2006년 11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의 핵심은 민선4기 서울시의 핵심과제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었다. 임시기구였던 맑은서울추진본부, 균형발전추진본부, 경쟁력강화기획본부를 한시기구로 전환하는 것도 눈에 띄지만 기존 한강시민공원사업소를 한강사업본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다.
기존 사업소 조직은 조직도에서 볼 수 있듯이 시설의 관리와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조직이 개편되기 직전인 2006년 7월 기준으로 총 485명의 정원이 있었는데, 각 지역의 한강공원을 직접 관리하는 지구사무소 인력이 319명, 본부가 166명으로 관리 운영 중심의 조직 구조를 볼 수 있다.

▲서울시의회 업무보고 자료에 첨부된 한강시민공원사업소 조직도. 전체적으로 시설 관리와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서울시의회
그런데 2006년 조직개편으로 기존 사업소는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오세훈 시장의 '한강 재창조 마스터플랜 총괄 기획 및 효율적 추진'을 위한 전담조직으로 한강사업본부가 만들고 이 조직에 한강사업기획단을 만들어 한강 이용활성화를 위한 정책개발 및 시행을 맡겼다. 이 사업은 이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라 불리게 되는데, 조직개편은 조례가 제안된 지 안되어 시의회를 통과함으로써 한강사업본부라는 거대 조직이 등장했다.
기존 관리, 운영 중심의 조직에 '한강사업기획단'이라는 거대 기획 부서가 만들어졌다. 기존 사업소는 3개의 부서로 구성되었는데 신설된 한강사업기획단은 한 번에 3개 부서를 가진 조직으로 구성된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한강사업기획단은 기존 한강에 대한 관리나 일부 시설에 대한 유지, 운영보다는 오히려 한강을 매개로 하는 사업개발과 특화사업을 집중하는 조직이 되었다.
2006년 조직 전환이 된 시기에는 정원이 238명으로 기존보다 줄어들었지만, 기존에 지구 사업소에서 직접 관리했던 한강공원에 대한 관리를 외부화하면서 기존 300명 이상의 현장 직원들은 사라지고 모두 본부 소속의 공무원들로 채워진 탓에 기존 166명 수준이었던 인력이 절반 이상 늘어났다.

▲한강사업본부 조직도. 기존 운영 관리 기능에 한강사업기획단이라는 사업부서가 추가되었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면서 조직 형태가 완전히 정비된다.서울시의회
이렇게 조직이 만들어지면 없던 사업도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지 않으면 조직의 존재의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야심 찬 기획이었던 세빛둥둥섬이 부실한 사업 구조 탓에 지지부진하게 되고, 한강운하 조성 사업은 무리한 양화대교 공사로 엄청난 교통체증을 불러오면서 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피로감은 커졌다.
실제로 한강변에는 특화공원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오세훈 시장 임기 시기에 공사를 하지 않는 지구가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었고 한강사업본부는 바로 이런 사업으로 조직을 존속시켰다.
사라진 정책, 버티는 조직
무상급식 실시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를 계기로 오세훈 시장이 사임하자 그동안 서울시가 했던 문제성 사업을 검토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그 중 핵심적인 대상이었다. 2012년 8월 국회에서 열린 '세빛둥둥섬 사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는 서울풀시넷과 진선미 의원실이 공동 주관했다.
이 자리에선 서울시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새롭게 밝혀진 세빛둥둥섬(원 사업명 플로팅아일랜드) 추진 과정의 문제점이 공개되었고 이런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대안이 논의되었다. 그 자리에 같이했던 대한변호사협회는 공식적으로 '지자체 세금낭비조사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세빛둥둥섬을 태백 오투리조트사업, 용인경전철사업 등과 함께 주요한 세금낭비 사례로 지정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이후 2013년 2월 대한변협은 세빛둥둥섬에 대해서는 오세훈 전 시장을 비롯하여 12명의 서울시 공무원을 수사 의뢰하는 것으로, 경인 경전철에 대해서는 주민감사를 청구하는 것으로 하였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감사와 별개로 사업의 존폐 여부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지만 이미 민간사업자의 투자가 진행된 상태에서 서울시가 해당 사업을 백지화할 경우 법적 책임과 더불어 한강에 남게 되는 시설물 처리 문제에 답을 못 찾았다.
결국 2014년에 개장하지만 2020년에는 완전히 자본 잠식 상태가 되고 손님이 늘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통에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가 추가로 대여한 자금을 출자금으로 전화시키는 등의 특혜를 통해 재무구조 개편을 도왔다.
그나마 2023년에 일부 흑자가 났다고 하지만 기존의 천문학적 적자를 고려하면 온갖 특혜를 받고 방문객이 이토록 늘어도 겨우 가능한 수준의 흑자라는 점에서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다. 한강 운하 사업은 말할 것도 없이 사회적 비용만 잔뜩 남겼고 한강택시 사업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가장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되었다.
이처럼 애당초 조직 확대의 이유였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원래의 정책 효과를 보지 못했음에도 한강사업본부라는 조직은 살아남았다. 원래대로라면 기존의 한강정책사업에 대한 조정에 맞춰 조직 개편이 있어야 했지만 박원순 시장은 기존 조직을 그대로 두면서 사업만 바꾸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현재의 한강 문제를 반복하게 만든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한강버스는 한강택시의 실패를 서울시 재정지원 방식으로 보완하는 모델이다. 원래는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선착장 조성 비용을 서울시 떠맡고 운영상의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억지스럽게 대중교통이라고 포장했다.
대중교통이라면 대중교통 통합을 위해 도시교통실이 주관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고, SH공사의 도움이 필요했다면 주무 부서인 주택실이 협력해야겠지만, 한강버스 사업은 이상하게도 교통 부문이나 SH공사와 별 상관없는 한강사업본부가 총괄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조직이 억지스러운 사업을 만들어 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한다.
한강사업본부 폐지, 한강재단 설립으로
2001년 당시 고건 서울시장은 여성사업 인프라로 서울여성플라자를 조성하면서 이를 운영하기 위한 조직으로 재단법인 서울여성을 설립하기로 한다. 1997년에 서울여성플라자 건립계획을 수립할 때는 직영 운영을 전제로 추진했으나 기존 중부여성발전센터 등의 운영평가를 통해 직영 체제보다는 민간의 책임운영제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통해 운영 방식이 바뀌게 된 것이다.
특히 당초 상임이사를 시장이 임명하도록 했던 것을 이사회 제청을 통해 시장이 임명하도록 바꾸면서 가급적 재단의 독립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재단법인은 민간의 기부금이나 출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서울시 여성정책이 가지는 한계를 전제로, 서울여성플라자라는 공간을 매개로 하는 여성사업들이 기존 행정사업의 틀에 갇히지 않게 추진되었으면 하는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재단법인 서울여성의 여성기업 지원사업 구조도. 기존에 사업부서가 직접 수행했던 사업을 재단 사업으로 이관하고 관련한 사업기금을 직접 관리하도록 하면서 자율성을 높였다.서울시의회
여성정책이 시장의 교체 등과 상관없이 일관된 원칙과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당사자에 의한 사업이 보장될 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정책 의지는 서울시의 직접 사업을 줄이고 독립기관으로서 재단을 설립하도록 했다. 사실 중앙집권적 행정 구조에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분권적 방식이 낯설지만 어느 정도 성숙해진 도시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조직 형태다.
이 점에 착안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오세훈 시장이 벌이는 다양한 사업들은 이를 전담하는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당초 한강르네상스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자연성 회복 운운하면서 몸을 사릴 때도 있었지만 결국 가장 최적화된 것은 그레이트한강 프로젝트와 같은 개발사업이라는 것이 다시금 증명되었다.
즉 조직은 그것이 만들어진 태생적 요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식 한강개발 정책에서 벗어나려면 비대해진 한강사업조직에 대한 개편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마치 한강이 이들의 사업을 위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양상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앞서 재단법인 서울여성의 창립에서 볼 수 있듯, 이제 한강 역시 시장에 따라 자신의 목적 사업을 위해 공유자원인 한강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관행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강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며 지금과 같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낭비적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존 한강사업본부를 해체하여 최소화하고 한강의 보전과 관리 그리고 시민참여를 위한 별도의 조직이 만들어져야 하고 한강재단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기본적으로 한강변이나 한강 다리에 설치된 이용시설 등에 대한 관리를 모두 이관하고 보존과 시민 이용을 지원하도록 하면 된다. 지금과 같이 한강에서 자연을 가꾸는 행위에 대해 '누구 허락을 받고 그러냐?'는 자격과 허락의 구조에서 벗어나 '한강이 소중하니까 내가 기꺼이 한다'는 시민을 조직하고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 공무원의 허가가 아니면 비어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시설은 공유의 원칙에 따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되, 스스로 운영의 규칙을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누군가는 관리하고 누군가는 이용하는 분리된 관리-이용체계가 아니라 이용하면서 관리하는 커먼즈로서 한강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일을 하는데 한강르네상스를 위한 실행 부서로서 한강사업본부는 적절하지 않다. 서울시와 한강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협력하여 한강재단을 만들자.
마침 내년이 지방선거다. 현재 한강을 둘러싼 문제는 단지 특정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오세훈 시장과 현재의 오세훈 시장 사이에 긴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한 순간에 한강개발 사업으로 뒤집힐 수 있었던 것은 원래 그런 사업에 최적화된 조직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난 시간에서 조금이라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새로운 정책을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별 사업을 넘어서 한강과 시민들의 새로운 관계 맺음을 위한 우리의 준비를 제대로 해보자.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김상철 시시한연구소 공동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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