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주저 말고 지금 당장 행동하라



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예수살기 대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 상임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다른 기사 보기

 

  • 민들레 들판

  • 입력 2025.12.01 22:00

  • 수정 2025.12.01 22:18

  • 댓글 2

한국의 민주주의 다시 시험대에

 

국민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들은 단지 한 정권의 시행착오나 여당 내부의 갈등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민주주의가 다시 시험대 위에 올랐다는 증거이며, 국민이 지난 수년 동안 고통과 분노 속에서 만들어낸 정권교체의 의미가 무너질 기로에 서 있다는 신호다. 국민은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정치, 새로운 질서, 새로운 개혁의 출발점을 기대했지만,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 기대와 거리가 멀다. 조심스럽다는 명분 아래 멈춰 선 개혁, 정치적 부담을 피하느라 미루는 결정, 내부 다툼 속에서 탕진되는 시간, 그리고 검찰과 사법 권력의 관성이 다시 살아나는 현실은 지금 정부가 '주춤거리는 정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AI 활용 설정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2025.12.1. 연합뉴스

국민은 지난 정권의 난폭함, 제도 붕괴, 관료 권력의 일방적 독주를 견디다 못해 민주당에게 권력을 맡겼다. 그러나 정권교체는 곧 개혁의 시작이 아니라 단지 '전제 조건'에 불과했다. 그 뒤에 무엇을 하느냐가 정권교체의 진짜 의미다. 지금의 민주당과 정부는 이 당연한 사실을 잊은 듯하다. 권력은 얻는 순간부터 무게를 지닌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는 정부는 국민의 기대가 아니라 국민의 인내를 소모할 뿐이다.

 

조심스러움을 가장한 무기력…개혁의 후퇴는 민주주의의 후퇴다

 

민주당과 정부의 첫 번째 문제는 개혁의 동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개혁·방송 개혁·정보기관 개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룬 시대적 과제다. 권력기관의 집중을 해소하고 민주주의의 균형을 되찾는 일은 어느 정권이든 회피할 수 없는 책무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검찰 권력이 보여준 강압적 수사, 정치 개입, 선택적 기소는 국민이 정권교체를 결정한 핵심 요인이다. 민주당은 정권을 잡은 이후 이 명백한 시대적 요청 앞에서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역풍을 걱정하는 관료적 주저함'만 보일 뿐이다.

 

검찰 권력은 한번 비대해지면 스스로 축소되지 않는다. 기관은 자신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조직적 저항을 선택한다. 최근의 집단 항명 사태는 단지 내부 의견 충돌이 아니라, 검찰이 여전히 선출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다시 증명했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근본 원칙을 위협한다. 법 집행기관이 정치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순간, 법치주의는 목적을 잃고 권력투쟁의 도구로 변질된다. 개혁의 속도를 늦출수록 검찰 조직은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그 반발은 곧 정치적 압박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의 정부가 '개혁을 주저하는 정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은 조심스러운 정부를 바란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균형을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제도적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분명한 결단을 바랐다. 뒷걸음질 치는 정부는 개혁정부가 아니다. 스스로 두려워하는 정부는 국민이 지켜줄 수 없다. 개혁의 칼을 칼집에 넣어버린 정부는 언젠가 그 칼에 자신이 베일 뿐이다.

 

국민의 신호를 읽지 못하는 정부…실천 없는 정부는 신뢰를 잃는다

 

민주당과 정부는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우리가 잘 설명하지 못했다"거나 "국민이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은 설명 부족이 아니라 실천 부족을 문제 삼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 국민이 요구한 것은 말이 아니라 결과다. 지난 정권에서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고 헌정질서가 흔들리는 장면을 목격한 국민은 더 이상 '말로 하는 개혁'을 믿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당의 안이함이 드러난다.

 

정치적 상황을 지나치게 관리하려는 태도, 충돌을 피하려는 소극성, 더 나은 명분을 찾겠다며 판단을 미루는 행태는 결국 정부 스스로에게 부메랑이 된다. 국민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일로 보여라. 결과로 판단하겠다."

 

이 메시지를 읽지 못하는 정부는 위험하다. 그러나 자신의 무능을 인지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정부는 더 위험하다. 무능은 의도치 않게 나라를 위험에 빠뜨린다. 정권교체를 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국민이 느끼는 순간,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더욱 빠르게 잃게 된다.

 

국민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개혁의 속도가 더뎌지고, 명확한 방향성 없이 정치가 표류하기 시작하면 국민은 언제든 정치적 선택을 다시 바꿀 수 있다. 민주당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지금 행동은 그 사실을 잊어버린 정당처럼 보인다.

 

내부 싸움에 빠진 민주당…개혁의 동력을 스스로 파괴하다

 

현재 민주당이 마주한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내부 갈등이다. 지도부의 명확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고, 계파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전략적 판단은 사라져 간다. 당내 논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민주 정당의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의 갈등이 '정책적 논쟁'이나 '전략적 토론'이 아니라, '이익을 둘러싼 소모전'이라는 점이다.

 

계파 간 다툼은 정당의 힘을 약화시키고, 특히 개혁과제 추진의 동력을 파괴한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내부 단합을 통한 정책 일관성 확보다. 지금은 정반대다.

 

주요 개혁 의제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당 내부의 자리 갈등, 영향력 경쟁, 책임 회피 논쟁이 오히려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은 이 싸움에 관심이 없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다. 누가 싸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해내느냐가 중요하다. 국민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싸우고 싶으면 당사에서 싸워라. 국정은 멈추지 말고."

 

민주당이 이 단순한 원칙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정권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검찰 권력의 관성…선출권력의 주저는 비선출 권력의 재확장을 부른다

 

한국에서 검찰 권력은 단순한 법 집행기관을 넘어선 역사적 특수성을 가진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한 기관에 집중된 구조, 정치권과의 밀접한 상호작용, 관료적 문화, 언론과의 결합 구조는 검찰을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만들어 왔다. 정권이 흔들리면 검찰은 움직였다. 정치적 공백이 생기면 검찰은 그 틈을 메웠다. 이것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한국 정치사의 반복된 패턴이다.

 

AI 활용 설정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21. 연합뉴스

최근의 집단 항명 사태와 고위 검찰 간부들의 조직적 반발은 검찰이 여전히 선출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민주당이 바로 이 지점에서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혁의 속도가 느려진 순간, 검찰 조직은 스스로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즉각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선출권력이 주저하는 동안 비선출권력은 더욱 대담해진다. 이런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정치적 실수가 아니라, 제도적 재난이다. 사법이 정치로 이동하는 순간, 법은 공정성을 잃고 권력투쟁의 무기가 된다. 기소 여부가 국정 운영의 변수가 되고, 판결 시점이 여론의 흐름을 결정하는 도구가 된다면 민주주의는 본래 기능을 상실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내란 사건과 전담재판부…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범죄 의혹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질서를 뒤흔든 사건이며, 헌정체제의 근간을 다루는 중대 사안이다. 이런 사건을 일반 형사 사건처럼 다루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방대한 증거, 복잡한 법리, 거대한 정치적 파급력을 감안하면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전담재판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담재판부 설치가 없을 경우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가?

 

첫째, 재판부 구성의 우연성이 사건의 공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둘째, 특정 재판부가 여론·정치적 외풍·조직적 압박을 받기 쉬운 구조가 된다.

 

셋째, 적절한 재판 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판결은 법적 판단보다 정치적 계산에 의해 좌우될 위험이 커진다.

 

특히 특정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될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국민이 불안과 의심을 표하는 이유는 단순한 편견이 아니다. 한국 사법 시스템이 정치와 충돌한 여러 장면을 목격해 온 국민은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경험적 판단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전담재판부 설치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 설계다.

 

민주당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일부는 사회적 갈등을 우려하고, 일부는 사법부와의 관계를 고려하고, 일부는 당내 계산을 앞세우고 있다. 내란 사건은 이런 정무적 고려로 재단할 사안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문제는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다. 이를 회피하는 순간, 민주당은 가장 중요한 책임을 방기하는 셈이다.

 

지금 민주당이 가져야 할 네 가지 결단

 

첫째, 개혁의 일관성을 회복해야 한다. 중간에 멈추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머뭇거리는 순간 검찰 조직은 즉각 반격에 나서고, 그 반격은 개혁의 후퇴로 이어진다.

 

둘째, 제도적 완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는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이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직무유기다.

 

셋째, 국민과의 직접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에게 명확한 설명 없이 개혁을 진행하면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하고, 여론은 쉽게 왜곡된다.

 

넷째, 정부·여당·국회의 전략적 조율이 필요하다. 각자가 제멋대로 판단하면 곧바로 '틈'이 생기고, 그 틈은 비선출 권력의 재확장 통로가 된다.

 

지금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단순히 정치적 위기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안정성, 국민이 선택한 정권교체의 의미, 앞으로의 정치 시스템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의 순간이다. 민주당에게 남은 말은 단 하나다. 주저하는 순간, 당신들은 다시 패배한다. 그리고 그 패배의 책임은 오롯이 당신들의 몫이 된다. 개혁이 두렵다면 권력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 결단할 용기가 없다면 국민에게 약속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간이다. 멈출 것인가, 밀어붙일 것인가. 책임질 것인가, 변명할 것인가. 역사를 바꿀 것인가, 역사의 짐이 될 것인가. 국민은 더 기다려주지 않는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지금 당장 움직여라.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