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지난 정권의 난폭함, 제도 붕괴, 관료 권력의 일방적 독주를 견디다 못해 민주당에게 권력을 맡겼다. 그러나 정권교체는 곧 개혁의 시작이 아니라 단지 '전제 조건'에 불과했다. 그 뒤에 무엇을 하느냐가 정권교체의 진짜 의미다. 지금의 민주당과 정부는 이 당연한 사실을 잊은 듯하다. 권력은 얻는 순간부터 무게를 지닌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는 정부는 국민의 기대가 아니라 국민의 인내를 소모할 뿐이다.
조심스러움을 가장한 무기력…개혁의 후퇴는 민주주의의 후퇴다
민주당과 정부의 첫 번째 문제는 개혁의 동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개혁·방송 개혁·정보기관 개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룬 시대적 과제다. 권력기관의 집중을 해소하고 민주주의의 균형을 되찾는 일은 어느 정권이든 회피할 수 없는 책무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검찰 권력이 보여준 강압적 수사, 정치 개입, 선택적 기소는 국민이 정권교체를 결정한 핵심 요인이다. 민주당은 정권을 잡은 이후 이 명백한 시대적 요청 앞에서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역풍을 걱정하는 관료적 주저함'만 보일 뿐이다.
검찰 권력은 한번 비대해지면 스스로 축소되지 않는다. 기관은 자신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조직적 저항을 선택한다. 최근의 집단 항명 사태는 단지 내부 의견 충돌이 아니라, 검찰이 여전히 선출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다시 증명했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근본 원칙을 위협한다. 법 집행기관이 정치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순간, 법치주의는 목적을 잃고 권력투쟁의 도구로 변질된다. 개혁의 속도를 늦출수록 검찰 조직은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그 반발은 곧 정치적 압박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의 정부가 '개혁을 주저하는 정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은 조심스러운 정부를 바란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균형을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제도적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분명한 결단을 바랐다. 뒷걸음질 치는 정부는 개혁정부가 아니다. 스스로 두려워하는 정부는 국민이 지켜줄 수 없다. 개혁의 칼을 칼집에 넣어버린 정부는 언젠가 그 칼에 자신이 베일 뿐이다.
국민의 신호를 읽지 못하는 정부…실천 없는 정부는 신뢰를 잃는다
민주당과 정부는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우리가 잘 설명하지 못했다"거나 "국민이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은 설명 부족이 아니라 실천 부족을 문제 삼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 국민이 요구한 것은 말이 아니라 결과다. 지난 정권에서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고 헌정질서가 흔들리는 장면을 목격한 국민은 더 이상 '말로 하는 개혁'을 믿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당의 안이함이 드러난다.
정치적 상황을 지나치게 관리하려는 태도, 충돌을 피하려는 소극성, 더 나은 명분을 찾겠다며 판단을 미루는 행태는 결국 정부 스스로에게 부메랑이 된다. 국민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일로 보여라. 결과로 판단하겠다."
이 메시지를 읽지 못하는 정부는 위험하다. 그러나 자신의 무능을 인지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정부는 더 위험하다. 무능은 의도치 않게 나라를 위험에 빠뜨린다. 정권교체를 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국민이 느끼는 순간,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더욱 빠르게 잃게 된다.
국민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개혁의 속도가 더뎌지고, 명확한 방향성 없이 정치가 표류하기 시작하면 국민은 언제든 정치적 선택을 다시 바꿀 수 있다. 민주당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지금 행동은 그 사실을 잊어버린 정당처럼 보인다.
내부 싸움에 빠진 민주당…개혁의 동력을 스스로 파괴하다
현재 민주당이 마주한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내부 갈등이다. 지도부의 명확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고, 계파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전략적 판단은 사라져 간다. 당내 논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민주 정당의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의 갈등이 '정책적 논쟁'이나 '전략적 토론'이 아니라, '이익을 둘러싼 소모전'이라는 점이다.
계파 간 다툼은 정당의 힘을 약화시키고, 특히 개혁과제 추진의 동력을 파괴한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내부 단합을 통한 정책 일관성 확보다. 지금은 정반대다.
주요 개혁 의제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당 내부의 자리 갈등, 영향력 경쟁, 책임 회피 논쟁이 오히려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은 이 싸움에 관심이 없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다. 누가 싸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해내느냐가 중요하다. 국민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싸우고 싶으면 당사에서 싸워라. 국정은 멈추지 말고."
민주당이 이 단순한 원칙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정권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검찰 권력의 관성…선출권력의 주저는 비선출 권력의 재확장을 부른다
한국에서 검찰 권력은 단순한 법 집행기관을 넘어선 역사적 특수성을 가진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한 기관에 집중된 구조, 정치권과의 밀접한 상호작용, 관료적 문화, 언론과의 결합 구조는 검찰을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만들어 왔다. 정권이 흔들리면 검찰은 움직였다. 정치적 공백이 생기면 검찰은 그 틈을 메웠다. 이것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한국 정치사의 반복된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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