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젝커의 지성적 원수사랑은 꽉 막혀 있는 한반도의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 참고할 만한 중요한 지침일 수 있다.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이 남북 관계를 왜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 선언, 평양 선언,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조선으로부터 큰 환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조선의 관심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조선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 개성공단의 남북관계연락사무소를 신속히 폭파한 것은 실망감의 극단적인 표출이었다. 뒤를 이은 윤석열 정부는 선제타격과 수뇌부 척살을 운운하며 폭력적인 언어를 절제하지 않았고, 드론 침투와 전단 살포로 전쟁 발발을 유도했으며, 흡수통일을 전제하는 힘에 의한 평화만 강조했다. 이로 인한 조선의 분노는 남쪽에 대해서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 관계로서 대화할 만한 상대가 아님을 천명하도록 했다.
조선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국가안보와 정권 승계, 인민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한국, 미국, 일본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를 원했다. 한국전쟁의 매듭 차원에서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을 맺고, 미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 수교해서 세계 무대로 나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한미일은 조선의 관심을 인정하고 지지하기보다는 적대 관계 속에서 군사훈련과 경제제재를 하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고 했다. 이때 조선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은 핵무장 말고는 없었다. 드디어 핵무장 국가로서 자신을 보호할 수단을 확보한 조선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이나, 비핵화를 운운하는 국가들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제 우리는 조선의 국가안보와 정권 유지의 관심을 인정하고 보장하는 것,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맺게 하는 것, 주요 국가들과 수교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이 평화로운 남북 관계를 위한 필수적인 사항임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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