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의 노래> 상영회에 갔다. 묵직하고도 뭉클한 감동에 영화가 끝나고도 사람들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엔딩 크레디트에 주인공 다음으로 영화에 출현한 나무, 동물 등이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 어떤 마음으로 촬영했는지 단박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뒤 이지혜 영화저널리스트의 진행으로 진재운 감독, 현경 교수, 김이나 작사가, 달시 파켓 번역가의 대담과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현경 교수의 <연약함의 힘>이라는 책에서 소개되었던 공주님의 이야기가 몇 년에 걸쳐 영화로 만들어진 이야기, 김이나 작가가 흔쾌히 내레이션을 수락했다는 이야기, 전갈에 쏘이는 등 여러 고생을 하며 만들었다는 이야기 등 영화의 뒷이야기도 재미가 쏠쏠했다. 즉석에서 QR 코드로 만들어진 오픈채팅방에는 가슴 뜨거운 감상평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선재 스님도 감상을 나눠주었고, 영화 <수라>에 출현했던 정희정 님은 수라의 대사 "아름다움을 본 죄"를 언급하며, 이런 영화들이 100개의 극장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늦은 겨울밤임에도 400석이 넘는 자리를 꽉 채웠던 대부분의 관객들이 남아, 마치 나무들이 산소를 내뿜듯, 각자의 가슴에서 솟아 나온 감동의 여운을 밤 10시가 될 때까지 나누었다. 문을 열고 나서는데, 하얀 가루 같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금세 눈이 쌓이며 하얗게 뒤덮인 거리에 발걸음을 내딛다 보니, 영화에 나왔던 인생을 사는 자세에 대한 대사가 내 안에서 울려 퍼졌다.
"첫눈이 내린 거리에 처음 발을 내딛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낸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걸어갈 때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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