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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은 왜 이주노동자의 무덤이 됐나

입력 2026.01.25 08:00

양돈 산업 규모 커지고 고도화…이주노동자 의존도 높은 고용 구조

작업환경 열악해 질식 등 사고 빈발…농장주 폭언·폭행도 끊이지 않아

2023년 3월 경기도 포천의 한 돼지농장주가 10년간 농장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태국 국적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시신을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근무했던 돼지농장.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 제공

[주간경향] 지난 1월 19일 제주도의 한 농장. 작업 중이던 6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분뇨처리장에 빠졌다. 크레인으로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분뇨에서 나오는 가스에 질식해 의식을 잃고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일주일 전인 1월 12일에는 전북 김제의 한 농장에서 추락 사고가 일어났다. 태국 국적의 남성이 가림막 보수 작업을 위해 3m 높이 지붕에 올라갔다가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안전 장구는커녕 사다리도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가 작업을 했다고 한다. 추락한 남성은 뇌를 다쳤고, 현재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전북 정읍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네팔 국적 남성 3명이 농장 관리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남성들은 이 농장에서 일하면서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뒤인 12월 20일에는 정읍의 또 다른 농장에서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일하는 도중 잠시 쉬는 시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경찰이 경위를 파악 중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전국의 돼지농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돼지농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 돼지농장에서는 잊을 만하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안전사고가 일어난다. 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도 이따금 수면 위로 올라온다. 재해 희생자가 한국인인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희생된다. 폭언, 폭행, 괴롭힘 등은 거의 모두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왜 돼지농장에서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지를 살펴봤다. 이주노동자 의존도가 높은 고용 구조, 다른 축산농가보다 위험한 작업 환경, 그럼에도 미비한 안전 의식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규모가 커지고 고도화된 양돈 산업의 이면이기도 하다. 잇단 사고에도 당국이 충분한 지도·감독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돼지농장 지탱하는 이주노동자

우리나라 농림업 생산 품목 중에 생산액이 가장 많은 단일 품목은 무엇일까? 경작 농가만 100만가구에 달하는 쌀보다 생산액이 많은 품목이 하나 있다. 돼지다. 2024년 돼지 생산액은 약 9조2000억원 규모로 전체 농축임산물 중 1위를 차지했다. 생산량도 많고 소비량도 많다. 양돈업계의 규모화, 기업화가 이를 가능케 했다.

농산물 생산액 3위를 차지한 한우와 비교하면 돼지농가들이 얼마나 산업의 규모를 키워왔는지를 더 잘 알 수 있다. 돼지의 경우 전국 약 5500개 농장이 1100만마리의 돼지를 키운다. 농장 1곳당 평균 2000마리가량의 돼지를 키울 정도로 규모를 갖춘 셈이다. 반면 한우는 7만8000개 농장이 340만마리의 소를 키운다(이상 2025년 3분기 가축동향조사). 대규모로 소를 키우는 농장도 있지만, 전체 농장의 45%가량은 20마리 미만의 소를 키우는 소규모 농장이다.

여타 축산농가와 달리 돼지농장에서 이주노동자 관련 사건·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도 이 규모의 차이와 관련 있다. 예컨대 소규모 농장의 비중이 높은 한우농가는 농가당 평균 고용 인력의 수가 많지 않다. 농장주가 자신이나 가족의 노동력을 우선 활용하다 보니 전체 고용 인력에서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5% 수준으로 낮다. 반면 농가당 사육두수가 많은 돼지농장은 노동력도 더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열악한 근무환경, 저임금 등의 이유로 내국인 노동력을 수혈하는 데 실패하면서 이주노동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돼지농가는 1만7500여명의 노동자를 고용했는데 이중 48.9%가 이주노동자였다.

양돈농가 컨설턴트인 김정현 신박한컨설팅그룹 대표는 “양돈농가는 자동화가 좀 진행됐다 하더라도 사육두수가 많아 사람이 손으로 해줘야 하는 업무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 시골에 있다 보니 젊은 한국인은 거의 오지 않는다. 그만큼 외국인 비중이 늘어났고,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지게 됐다. 현재는 외국인들이 관리자이거나 책임자인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주노동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안전관리는 그에 걸맞게 변화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돼지농장에서 일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이주노동자 대상 교육이나, 농장 내 위험 요인에 대한 외국어 표지판 비치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가 지난해 돼지농장 이주노동자 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농장에 모국어로 된 안전 표지판이나 안내서가 없다고 답한 노동자가 15명에 달했다. 응답자 중 14명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교육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2024년 12월 전북 완주군의 한 돼지농장 분뇨처리장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2명이 황화수소에 질식해 사망했다. 사고가 일어난 분뇨처리장 사진. 전북소방본부 제공

빈발하는 질식사고

돼지농장은 그 자체로 위험한 일터이기도 하다. 다른 축산업과 달리 돼지농장에서만 발생하는 치명적인 산재 유형이 있다. 돼지 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질식사고다. 대부분의 돼지농장은 틈새가 있는 바닥재인 ‘슬로트’ 위에서 돼지를 키운다. 과거에는 사람이 일일이 돼지 분뇨를 치웠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분뇨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러내리는 슬로트 돈사가 보편화됐다. 틈새로 흘러내린 분뇨는 농장 한편의 집수조에 저장된다. 문제는 슬로트로 떨어진 이물질에 의해 배관이 막히거나 집수조 내 설비가 고장 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집수조에 모인 분뇨는 부패하면서 황화수소라는 중독 가스를 머금게 되는데, 작업자가 배관을 뚫기 위해 분뇨를 헤집는 순간 한 번에 가스가 배출되면서 질식사고로 이어진다.

지난해까지 대한한돈협회 부회장을 지내며 양돈농장의 질식사고 문제를 들여다본 문석주 바른농장 대표는 “산업이 발전하고 분뇨 처리 시설이 바뀌면서 위험도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 예전부터 반복되는 사고라 예방 교육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가스가 나오는 걸 알면서도 배관이 막히면 돈사로 분뇨가 역류하니까 급한 마음에 들어간다. 양돈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인명 피해 규모가 크다는 점도 질식사고의 특징이다. 질식해 쓰러진 작업자를 구하려고 들어간 동료 작업자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4년 12월 전북 완주의 한 돼지농장에서는 분뇨처리장에 연결된 관을 청소하던 이주노동자가 돌연 기절하는 질식사고가 발생했다. 관에 있던 오래된 분뇨가 흘러나오면서 황화수소 가스에 질식된 것이다. 황화수소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쌓이는데 해당 작업자는 다행히 벽면에 기대 쓰러지면서 목숨을 건졌다. 다만 그를 구하러 분뇨처리장에 들어간 한국인 농장주와 동료 이주노동자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목숨을 잃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가축사육시설 재해 현황을 보면 2010~2021년 질식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10건 발생해 15명이 숨졌다.

안전보건공단은 밀폐공간 작업 시 크게 3가지를 지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작업 전이나 중간에 산소와 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밀폐공간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환기를 시키며, 산소 공급용 송기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가에서는 실정에 맞는 안전장비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고 본다. 송기마스크의 경우 일반 방독마스크와 달리 산소통이나 전동 송풍기 등 산소 공급원과 연결해 사용해야 하는데 작업자들이 휴대하기가 쉽지 않다. 분뇨를 헤집는 순간 한 번에 터져나오는 황화수소의 특성으로 인해 작업 전 가스 농도 측정과 환기에도 한계가 따른다. 언제 급격히 가스가 확산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농장 내에 가스 농도 측정기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농장주들은 난색을 표한다. 분뇨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등 부식성 가스로 인해 장비를 정상 작동 상태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문석주 대표는 “지난해 한돈협회에 있으면서 작업자가 허리에 착용할 수 있는 휴대용 황화수소 감지기 개발을 업체에 의뢰했다. 농도가 짙어지거나 작업자가 쓰러지면 알림이 울리는 구조다. 1억원의 개발비가 필요해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의 예산 지원 여부를 검토했으나 결과적으로 지원받지 못했다. 현재 시제품이 나오는 단계인데, 이런 장비가 농장에 보급돼야 한다”고 했다.

돼지농가에서 재래식 재해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을 꼽기도 한다. 전북 지역은 지난 1년 동안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인명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그때마다 지역의 노동단체들이 돼지농장에 대한 실태조사와 관리·감독을 요구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에는 노동단체들이 돼지농장 이주노동자를 알음알음 조사해 만든 제안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유기만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 운영위원은 “농장의 가축 전염병 예방은 체계가 갖춰져 있고 지침도 명확하다. 반면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농장의 어떤 작업이 위험한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작업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주먹구구로 전달된다. 실태조사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해도 이렇다 할 답변이 없다. 방관이 부른 재해라고 본다”고 했다.

처우도 개선해야

돼지농가가 개선해야 할 것은 산재 위험만이 아니다.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나가야 한다. 매년 돼지농장에서는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엽기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2023년에는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에서 태국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시신이 발견됐다. 인근의 돼지농장에서 10년간 일하던 사람으로, 그가 쓰러지자 농장주는 그의 시신을 유기했다. 그는 축사 안에 있는 숙소에서 생활했고, 1000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해당 농장의 유일한 고용 인력이었다. 지난해 2월에는 전남 영암의 돼지농장에서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자살했다. 원인은 농장주의 잦은 폭행과 괴롭힘이었다. 농장주는 동료 이주노동자 10명을 상습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다룬 책 <돼지 똥통에 빠져 죽다>의 저자 최선희 활동가는 “제조업과 달리 농촌에서는 이주노동자와의 고용 관계가 정립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일을 시켰다가 저 일을 시키기도 하고, ‘내가 너를 이만큼 살게 해줬다’는 시혜적인 분위기도 있다. 그 연장선에서 폭언, 폭행이 일어난다”고 했다. 유경희 전북노동권익센터 노무사는 “현재는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느냐가 농장주의 인성에 달려 있다.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이 국적별로 공동체를 만들어서 어디 농장주가 괜찮고, 어느 농장이 사고도 안 난다는 정보를 공유하는 상황이다. 결국 반복되는 사건을 막으려면 노동청이 책임 주체가 돼 현장 지도·감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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