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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대미 로비, 개인정보 유출 조사 ‘미국 기업 탄압’으로 둔갑

미국 여론 흔드는 쿠팡 로비

미 부통령, 쿠팡 사태 언급

“전략적 로비 없이는 불가능”

쿠팡, 4년간 156억 로비 활용

“조폭이 경찰을 협박하는 것”

쿠팡의 로비가 미국에 먹힌 모양이다.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쿠팡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온 가운데,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와 첫 만남에서까지, 쿠팡 사태를 언급한 거다.

김 총리는 밴스 부통령과의 만남에서 그가 가장 먼저 꺼낸 질문이 “쿠팡 문제였다”고 말하며 “양국 간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자는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보나 경제 협력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부통령급 회담에서 기업 간 문제를 최우선으로 언급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 내정 간섭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데일러 콜러(The Daily Caller) 기사 갈무리. (제목:그리노크스, 한국 정부 미국 기업 차별 및 베이징과의 유착 관계 비난) ⓒ The Daily Caller

2025년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참사를 기점으로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한국의 규제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란 주장이 거세진다. 이에 국내에서는 “미국의 정·재계가 쿠팡의 불법 행위는 외면하고 내정 간섭을 함부로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쿠팡의 주요 투자사인 그린오크스와 알리미터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는데, 로이터 통신, 비즈니스 와이어 등 해외 언론이 이를 그대로 보도하면서 미국 내 여론을 흔들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매체인 데일리 콜러(The Daily Caller)는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한중회담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자 공격’이라고 규정한 대럴 이사 하원의원의 기고문을 기재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22일 한국 정부의 조사가 ‘미국 기업 쿠팡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Unprecedented assault)’이라고 명시했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속적으로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테크 리더들을 공격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반복하고 있다.

쿠팡의 전방위적인 로비가 미국 정치권과 언론을 움직여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미국 매체인 악시오스(Axios)는 “벤처 캐피털이 국가를 상대로 이 정도 수준의 통상 압박을 가하는 것은 쿠팡의 전략적 로비 없이는 불가능한 이례적 행보”라는 취지의 분석을 내놨다.

이런 미국을 향한 쿠팡의 로비가 내정 간섭으로까지 치닫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로비 자금 공개 사이트인 오픈시크릿(OpenSecrets)과 미 상원 로비 공개 자료(Senate Lobbying Disclosure)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뉴욕 증시 상장 이후 2025년 3분기까지 약 1,075만 달러(한화 약 156억 원)를 로비 자금으로 활용했다.

이 때문인지, 미 정치권에서는 한국 정부의 규제를 미국 기업에 대한 적대적 행위라는 주장이 나온다.

에이드리언 스미스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장은 13일 청문회에서 “한국 규제 당국이 미국 기술 기업들을 공격적 표적 삼고 있다” 주장했고, 캐럴 밀러 하원 의원 역시 “한국 국회는 최근 통과된 ‘검열 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포함해 미국 기업을 겨냥한 입법을 계속하고 있으며, 미국인 경영진을 대상으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시작했다”고 쿠팡을 옹호했다.

미 정치권의 이러한 발언들은 주권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하는 내정 간섭이자 통상 압력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한국 법령에 따른 엄중한 조사 대상임에도, 이를 ‘마녀사냥’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부의 수사 동력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135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안전한 쿠팡만들기 공동행동’과 ‘온라인플랫폼법제정연대’는 “미국 정·재계의 이러한 행태는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며, 쿠팡을 향해서는 “불법을 저지른 쪽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외부 힘을 빌려 공권력을 압박하는 행태는 조폭이 경찰을 협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준 기자jkim103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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