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직된 모습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이어졌다. 윤 의원은 당시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간 회동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북한의 거부"로 알려져 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면서, 개막식 직전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 미사일 야욕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또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 도착해서 첫 번째 일정으로 천안함 피격 사건의 희생자 가족을 만난 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북측 대표단과 같은 열에 앉는 것을 거부한 것 등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취했고, 결국 북한 대표단은 미국과 회동을 취소하게 됐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윤 의원은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의 행동이 북한의 행태를 답습한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회동 장소까지 준비한 동맹국에 대한 예의 또한 아니라고 했다"며 당시 한국 정부가 북미 고위급 간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2019년 의약품인 타미플루의 대북 지원이 유엔군사령부에 저지됐던 사건도 미국이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분위기 구축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갖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주요 대목 중 하나였다.
"2018년 12월 21일, 한미 양국은 워킹그룹 회의를 개최했다. 여기서 양국은 북한에 대한 타미플루 지원에 합의하고 아울러 철도 연결 착공식, 남북 간 유해 발굴 사업 진행 등도 합의했다. 특히 타미플루 지원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조금도 이견이 없었다. 의약품이라서 인도적 지원 대상이며, 유엔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2019년 1월 11일, 막상 타미플루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측에 전달하기로 약속한 날 문제가 생겼다. 유엔군사령부가 타미플루를 실은 트럭의 휴전선(정확히는 군사분계선) 통과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타미플루 자체는 의약품으로 인도적 지원이라 대북 제재 품목은 아니지만, 이를 실은 트럭은 제재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 우리는 타미플루만 북측에 내려놓고 트럭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설명했지만 유엔군사령부는 듣지 않았다."
이 일로 남북 간 신뢰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북미 간 협상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평화를 이야기해야
2018년과 너무 다른 2026년의 한반도에서 굳이 책을 내고 북콘서트까지 연 이유에 대해 윤 의원은 "오늘 만큼은 '저 인간들 정말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지금 남북관계는 정말 차가운 겨울과도 같다. 그런데 준비를 해야 기회가 온다. 누군가는 계속 평화 이야기를 하고 남북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길 주저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자리를 조금 억지스럽게 만든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평화의 길을 반드시 성공했으면 좋겠다. 이제 실패하면 정말 당시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북 대결 구도가 고착될 것 같다"라며 "이재명 정부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서 '단단한 평화'를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한 번은 쨍 소리가 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의원의 바람대로 남북관계가 지금과 같은 차가운 긴장에서 단단한 평화로 가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이야기한 대로 남북관계에 '바늘구멍'이라도 내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윤 의원의 이번 저서에 이에 대한 힌트도 있었다. 북한이 진짜 원하는 것, 즉 한미연합훈련과 류경식당 종업원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류경식당 종업원들은 지난 2016년 4월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에서 일하다 남한으로 들어왔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탈북자들의 입국 등에 대해 비공개로 하던 전례를 깨고 총선을 닷새 앞둔 4월 8일에 이를 공개해 기획 탈북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윤 의원은 해당 저서에서 류경식당 종업원 탈북 사건에 대해 "북측은 남측 정보기관이 기획한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 여성 종업원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탈북인 만큼 하루빨리 북으로 송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라며 "특히 해당 여성 종업원의 부모가 기다리다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등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면서, 북한 내부에서 감정이 있는 문제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라고 전했다.
윤 의원은 "북측 관료들은 한미연합훈련과 유경식당 여종업원 탈북 사건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한다. 두 사안은 남북관계 진전에 장애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 발도 나가기 어렵다는 듯이 이야기한다"라며 "북한 최고지도부의 언질이나 지침이 없는 경우 이들 이슈는 매번 걸림돌로 작용했다"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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