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견제’ 핑계로 풀어놓은 재벌이라는 늑대
도심 속 ‘다크 스토어’의 습격, 실핏줄 끊기는 지역 경제
노동자의 건강권과 맞바꾼 ‘죽음의 레이스’
소상공인의 절규,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 제한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소상인과 노동자들이 이를 ‘골목상권 말살’이자 ‘살인 노동 확대’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등 6개 단체는 6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심야 배송 허용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쿠팡 견제’ 핑계로 풀어놓은 재벌이라는 늑대

정부와 여당은 대형마트의 심야 배송 허용이 쿠팡 등 거대 이커머스 공룡을 견제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 사태의 본질은 대형마트의 심야 배송을 막아서가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독점을 방치한 결과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늑대 막아달랬더니 울타리 안에 다른 늑대 풀어놓겠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라며, 플랫폼 규제는 회피하면서 유통 재벌의 규제만 푸는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결국 거대 고래들의 싸움에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 상인 등 새우들의 등만 터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경고다.

도심 속 ‘다크 스토어’의 습격, 실핏줄 끊기는 지역 경제

대형마트가 심야 배송을 시작하면 전국의 매장은 사실상 거대한 ‘다크 스토어(물류 거점 매장)’로 변모하게 된다. 이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형마트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1~3시간 내 배송하는 ‘퀵커머스’ 시장에 대기업 자본이 전면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김성민 공동회장은 이를 "골목상권의 마지막 보루인 즉시성과 근접성마저 빼앗겠다는 선전 포고"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배달 플랫폼의 물류센터가 들어선 지역에서 편의점 매출이 8.4%, SSM 매출이 9.2% 감소했다는 자료는 대기업의 배송 공세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보여준다. 한국마트협회 박용만 회장 또한 이번 조치가 "우리 중소마트 종사자들에게는 사망 선고와 다름없다"라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맞바꾼 ‘죽음의 레이스’

심야 배송 확대는 노동자들을 다시금 과로사의 위험으로 내모는 일이다. 새벽 배송은 단순히 배송 노동자뿐 아니라 상품을 준비하고 옮기는 수많은 노동자의 심야 노동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강민욱 부위원장은 "노동자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고 더 시급한 배송은 없다"라며, 이미 쿠팡에서 벌어지는 초장시간 야간 노동의 고통이 대형마트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마트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유일한 ‘인간다운 시간’이었으나, 규제 완화는 이 최소한의 휴식권마저 빼앗는 처사라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의 절규,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경기북부 슈퍼마켓협동조합 정연희 이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우리 잘 살게 해 준다고 했으니까 참았다"라며 현 정부의 배신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라도 대통령과 여당은 소상공인과 중소 자영업자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과 법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라고 촉구하며, 규제 완화 논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