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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이태원까지 끌어온 ‘극우 음모론 총집약’···전한길·이영돈이 만든 ‘조작된 내란’ 관람기

수정 2026.02.0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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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작된 내란, 감춰진 진실’ 포스터. 온라인 갈무리

“비상계엄이 치밀하게 짜인 민주당과 좌파들의 공작에 의해 떠밀려서 이뤄진 것일 가능성은 생각해보지 않으셨습니까? 2024년 12월3일은 내란이 아니라 거대 야당의 체제 전복이 완성된 날입니다.”

- 영화 ‘조작된 내란, 감춰진 진실’ 중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와 이영돈 PD가 제작한 영화 <조작된 내란, 감춰진 진실>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지난 4일 개봉한 이 영화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를 ‘민주당의 공작에 의해 강요된 선택’으로 규정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마저 ‘정권 탈취를 위한 거대 시나리오’의 일부라고 주장합니다.

기존 극우 음모론 ‘총집약’···60대 중후반 다수, 2030 남성들도

개봉 당일 서울 대학로 CGV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이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는 주로 기존 극우 유튜브 담론을 집약·재구성했습니다. 개봉일에 모인 관객들은 영화 내용에 적극적으로 호응했습니다.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상영관 좌석의 약 80%가 찼습니다. 관객 다수는 60~70대로 보였습니다. 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20~30대 남성도 일부 있었는데 젊은 여성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보는 내내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떠올랐습니다. 영화 제작자이기도 한 이 PD가 사회자처럼 다큐멘터리를 이끕니다. 자료 대부분은 기존 언론 보도와 방송 화면입니다. 여기에 극우 유튜버 ‘그라운드C’, 박주현 변호사,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헌법학자 허영·황도수 교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의 인터뷰가 들어갔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기 보다는 기존 음모론을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엮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박근혜 정부 탄핵과 윤석열 정부 탄핵은 모두 민주당의 정권 탈환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상한 과학의 나라 ACE

“세월호·이태원 참사, ‘정권 탈취 도구’”

영화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부정선거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핵심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세월호 침몰 장면과 함께 희생자들이 당시 배 안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이 그대로 나옵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해밀턴호텔 골목에서 시민들이 깔려 구조를 기다리던 장면도 여과 없이 등장합니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 불능 상태로 파괴하기 위한 감정적 기폭제”로 규정합니다. “세월호의 슬픔은 분노로 전환됐고, 그 분노는 대통령을 끌어내릴 준비를 마쳤다”는 식의 주장이 이어집니다. 이른바 ‘사라진 7시간’ 역시 조작된 서사라고 주장하며,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핵심 증거였던 태블릿PC의 ‘조작설’도 다시 꺼내 듭니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자 일부 관객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세월호 추모 장면이 나올 때는 욕설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가파른 골목길에서 많은 젊음이 숨조차 쉬지 못한 채 쓰러져 갔다”고 표현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국민께 죄송하다며 진상을 철저히 밝히겠다고 했고, 경찰의 부실한 초기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고 강조합니다.

이 PD는 “민주당은 사회적 비극과 국민적 분노를 대통령 개인에게 표적화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며 “국가적 슬픔을 오직 대통령 개인을 향한 분노의 서사로 변질시켰다”고 했습니다. 이어 “(참사가) 오래전부터 기획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두 사건 모두 비극적 사고였지만,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책임론으로 귀결되는 동일한 프로세스를 밟았다”고 주장합니다.

“계엄, 선거 체제 바로잡기 위한 경고”…‘국민저항권’으로 귀결

영화는 12.3 불법계엄을 “부정선거로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에 대한 경고이자 국민 계몽”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참사와 선거 조작을 이용해 의회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노란봉투법, 방송3법 발의 등을 통해 국정을 마비시키고, 고위 공직자들을 줄줄이 탄핵해 결국 윤 대통령이 계엄 외에는 선택지가 없도록 만들었다는 겁니다. 국민을 위한 결단이었기에, 내란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사전투표와 본투표 간 투표율 차이를 문제 삼는 장면도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사전투표를 기피하도록 선동해온 당사자들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증언하는 장면이 나오자 객석에서 다시 조롱, 비아냥, 욕설이 이어졌습니다.

영화는 “정치적 판단에 의한 유추”라며 대통령 연임을 목적으로 한 개헌이 되고, 민주당이 200석 이상을 차지해 이재명 대통령이 2030년까지 집권할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국민저항권밖에 없다”로 이어지고 전한길씨의 “싸우자”라는 집회 연설 장면으로 끝납니다.

상영이 끝나고 박수를 치는 관객이 많았습니다. “다들 기운 내세요”, “이런 건 넷플릭스에 올려야 한다”는 말이 객석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쿠데타로 세력 제압해야”···“마두로 체포하듯 잡아갔으면”

교회 모임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러 왔다는 박모씨(72)는 “이미 유튜브로 다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전한길 선생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조만간 미국에서 부정선거 수사가 시작되고 중국과 연계된 시스템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은평구에서 배우자와 함께 왔다는 박신영씨(58)는 “이런 영화는 학교에서 틀어줘야 한다”며 “모든 것이 중국 공산화 전략과 맞물린 거대한 흐름”이라고 했습니다. 박씨는 또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같은 사람이 나와서 힘을 쓰시거나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서 세력을 제압하지 않는 한 답이 없다”며 “마음 같아서는 트럼프가 마두로를 잡아가듯이 (이재명 대통령을)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박씨의 남편 정인철씨(58)는 “기성 언론은 다 거짓이지 않나. 유튜브로 공부한 지 10년이 넘었다”며 “사전선거를 없애기 위해 국민투표를 부쳐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인천에서 혼자 온 김서진씨(28)는 “세월호 참사도 민주당의 계략이었다는 게 인상 깊었다”며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땐 민주당은 공산주의에 반민주주의로 뭉친 집단인 줄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음모론 재포장···극우 담론의 ‘준거’ 될 우려”

김종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영화는) 그동안 축적된 부정선거 음모론을 재포장한 것에 가깝다”며 “새로운 정보나 독창적 프레이밍이라기보다는 기존 담론의 ‘완결판’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재포장’이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산발적이던 음모론들을 하나의 일관된 서사로 엮고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으로 고정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극우 담론 생태계 내에서 준거 텍스트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법적 대응을 어렵게 한다고도 했습니다. 명예훼손이나 선거법 위반으로 대응하면 “탄압받는 진실”이라는 프레임이 강화되고, 방치하면 이런 콘텐츠가 누적된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세월호, 이태원 참사를 극우 서사에 통합하려는 시도는 참사의 기억과 정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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