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시민성의 형성과 그 한계
근대적 시민성은 시민혁명과 국민국가의 형성과 함께 등장했으며,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이 권리의 주체로서 법과 계약을 통해 정치 공동체에 참여하는 시민상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는 신분 질서를 해체하고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성취다. 오늘날 민주시민 교육 역시 헌법 교육, 선거 참여, 법 준수, 토론과 합의 등이 이러한 전통 위에 서 있다.
그러나 근대적 시민성은 오늘의 복합적 위기를 감당하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첫째, 인간만을 시민의 주체로 상정하는 인간 중심적 시민성은 자연을 정치의 외부에 두고 생태 문제를 부차화해 왔다. 기후 위기와 생태 붕괴는 인간 사회와 자연을 분리해 사고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지만, 근대적 시민성은 여전히 이 분리를 전제로 작동한다.
둘째, 책임을 계약과 법적 의무에 한정함으로써 미래 세대, 비인간 존재, 국경 너머의 타자에 대한 책임을 시민성의 핵심에서 배제해 왔다. 전 지구적 생태 위기는 이러한 계약적 책임 개념이 구조적으로 무력함을 드러낸다.
셋째, 책임의 범위가 협소해지면서 민주주의는 단기적 이해관계와 선거 주기에 과도하게 종속되고, 장기적이고 누적적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넷째, 시민 참여를 제도적 행위에 국한함으로써 일상의 삶이 지닌 정치적·생태적 의미를 충분히 사유하지 못하게 한다. 투표, 공청회, 시민 토론 등은 중요한 민주적 실천이지만, 시민의 삶 전체가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는 인식으로까지 확장되지는 못한 결과 민주주의는 특정한 시점과 공간에서만 작동하는 제도로 이해되고, 일상의 소비, 이동, 생활 방식이 갖는 정치적, 생태적 함의는 충분히 성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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