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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알고리즘에 “왜 이런 걸 보세요”…‘정치 싸움’ 없는 명절 나려면

이념 대신 ‘팩트’·인물 대신 ‘정책’ 제시

유대감 바탕 “평소 대화 여부 돌아봐야”

조해영기자

  • 수정 2026-02-16 08:19등록 2026-0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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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게티이미지뱅크

대구가 고향인 직장인 전아무개(27)씨는 최근 아버지의 유튜브 계정에서 몇몇 채널을 ‘차단’했다. 주로 부정선거론 등 음모론을 전하고 반복하는 채널들이다. 이른바 ‘알고리즘 정화 운동’이었다.

명절을 앞두고 젊은 층 사이에 소소한 부모님 알고리즘 정화 운동이 제안된다. 전씨처럼 부모님 유튜브 계정에서 채널을 차단하는가 하면, 극단적인 영상에 덜 노출되도록 정치와 무관한 영상을 부모님 게정으로 반복 시청해 추천 알고리즘 영상에 변화를 주는 방법도 제시된다.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가족 간 다툼이 잦아진 현실의 방증이다. 전씨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가짜뉴스 영상을 의심 없이 시청하시는 걸 보고 눈에 띄는 채널을 차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알고리즘 정화’만으로, 최근 들어 한층 깊어지며 가족 사이까지 파고든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정치적 극단의 시대, ‘정치 얘기로 싸우지 않는 명절’을 위해 전문가들의 소통 제안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정치 대화의 핵심은 ①이념보다 팩트 ②인물보다 정책이다. 가족 사이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을 존중하되 차분히 그릇된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 생산적인 조율과 협의가 가능한 정책을 중심으로 대화를 풀어가자는 얘기다.

정낙원 서울여대 교수(언론영상학부)는 “무조건 ‘아버지는 왜 이렇게 말씀하시냐’고 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왜곡된 정보를 어떤 경로로 얻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정보의 경로와 내용을 확인했다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팩트’를 챙겨야 한다.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유튜브가 출처라면 공신력 있는 영상을 조금씩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후 대화에 나설 때도 ‘이념’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념의 옳고 그름을 따지다 보면 다툼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정 교수는 “레거시 언론을 활용해 부모님께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바로잡아줄 수 있는 자료를 조금씩 공유하면서 부모님이 자신이 접하는 콘텐츠의 신뢰성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사실 여부가 아닌 이념의 차이가 문제라면 부모님 말씀을 경청하고 인정하면서 차분히 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화의 초점을 인물이 아닌 ‘정책’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치 대화가 다툼과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대개 특정 인물에 대한 개개인의 호감도나 지지 여부인 탓이다. 인물에 대한 대화는 ‘편 가르기’로 이어질 여지도 많다.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개인에 대한 대화는 합의에 이르기가 어렵지만 정책은 합의가 아니라 조정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정치 얘기가 나올 것을 대비해서 부모님과 함께 얘기해볼 만한 주제를 미리 생각해본다거나, 언론을 인용할 때도 개인보다는 정책을 분석하는 보도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대화 태도가 명절용 단발 ‘이벤트’에 그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 사이 소통의 바탕은 신뢰와 유대감이다.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국어교육과)는 “유대감을 쌓지 않은 상태에서 불쑥 ‘이런 걸 왜 보시냐’는 식으로 접근하면 효과가 없다. 우선 평소에 부모님과 자주 대화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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