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의원이 지난 2022년 12월 28일 '윤석열 검찰정권'의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범죄 사실' 위주로 무려 5분 20초에 걸쳐 특유의 스타카토 화법으로 또박또박 읽어나갈 때 당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의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역대 법무부 장관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의 '피의사실공표'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법무장관들은 체포 동의 요청 '취지 설명'을 하더라도 대략적인 개요를 1분 정도로 짧고 포괄적으로 언급했지, 한 의원처럼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을 본 적이 없다" "뇌물 사건에서 이런 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이 나오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등 선정적 표현과 주관적·단정적 의견까지 동원해 혐의 내용을 그토록 상세하게 공개한 적은 없었다. 현직 법무장관이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에 관한 조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든 셈이었다. 이는 피의사실공표죄 위반을 우습게 아는 정치검사식 행태로 인식됐다.
"노웅래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되어 있는 녹음파일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받은 뒤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노웅래 의원의 목소리,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되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지난 20여 년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를 직접 담당했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되어 있는 사건을 저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밖에도 '귀하게 쓸게요' '고맙습니다' '공감 정치로 보답하렵니다'라고 돈을 줘서 고맙다고 하는 노웅래 의원의 문자메시지도 있고, '저번에 도와주셔서 잘 저거를 했는데 또 도와주느냐'라는 노웅래 의원의 목소리가 녹음된 전화 통화 녹음파일도 있고, 청탁받은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노웅래 의원의 문자메시지도 있고, 청탁받은 내용이 적힌 노웅래 의원의 자필 메모와 의원실 보좌진의 업무수첩도 있으며 청탁을 이행하기 위해서 공공기관의 국정의정시스템을 이용해서 청탁 내용을 질의하고 회신하는 내역까지 있습니다.
뇌물 사건에서 이런 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이 나오는 경우를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 노웅래 의원은 브로커로부터 6000만 원의 뇌물 및 정치자금을 받았고, 단순히 불법 자금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브로커의 청탁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려 했으며, 그 과정에서 국회 보좌 조직까지 이용했습니다. 자기 목소리가 나오는 돈 받는 현장 녹음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의 조작이라고 거짓 여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 의원은 현직 법무장관으로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본회의장에 쏠려 생중계되는 가운데 노 의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관한 검찰의 일방적 조사 사실을 낱낱이 열거함은 물론, 노 의원이 '거짓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방까지 가했다. 당사자가 혐의를 일관되게 완강히 부인하는데도 법무장관이 검증되지 않은 검찰 측 주장을 기정사실화해 전 국민을 상대로 선동하듯 쏟아내자 노 의원은 즉각 신상발언에 나서 격앙된 목소리로 항변했다.
"한동훈 장관, 증거가 차고도 넘친다고 얘기했는데, 그렇게 차고 넘치면 왜 조사 과정에서 묻지도, 제시하지도, 확인하지도 않았습니까. 돈을 줬다, 녹취가 있다, 그거 우리 행정비서가 퀵서비스를 통해서 (전달자가 몰래 의원회관에 두고 간 돈을 다시 돌려)보냈다는 건데, 증인도 있고, 돈 줬다는 사람도 자기가 돌려받았다고 하는 건데 그걸 녹취했다고 지금 새로운 내용으로 부풀려서 언론플레이를 해서 사실 조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검찰이 만든 작품입니다. 뇌물받은 것처럼 언론플레이 해서 재판도 받기 전에 저를 범법자로 만들었고 저는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검찰은 이틀이 멀다 하고 불법 피의사실공표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소환 조사에서 그 같은 문자 내용도, 녹취록도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한 번 조사조차 안 해놓고는 갑자기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녹취록이 있다고 합니다. 의례적인 인사로 고맙다고 한 게, 그게 돈을 받은 겁니까? 제 말을 고의적으로, 악질적으로 왜곡시켰습니다. 이건 정상적인 수사가 아닙니다. 사람 잡는 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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