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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옷 입은 최민희, 파란 옷 입은 이진숙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7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최근 사석에서 한 더불어민주당 인사로부터 참 우스운 이야기를 들었다. 해당 인사가 다른 자리에서 국민의힘 모 인사를 만나 "최민희 좀 데려가라"라고 했더니, 그 국민의힘 소속 인물은 "이진숙과 바꾸자"라고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웃고 말았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나도 웃고 말았다. 그리고 그 웃음 뒤에 쓴맛이 너무도 진하게 남았다.

농담은 서로 공유하고 동의하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한다. 민주당 인사도, 국민의힘 인사도 상대방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 닮아도 '너무' 닮은 사람이 되어 버렸다. 좋은 쪽으로 서로를 닮아 가면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그 방향은 아니었던 것 같다.

두 사람의 과거는 화려하다. 젊은 시절의 최민희는 투사였다. 1984년, 전두환 독재 시절 민주언론운동협의회에서 활동했고, 1985년 창간된 월간 <말>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민언협 사무국장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젊은 시절의 이진숙은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라는 수식어로 상징된다. 1987년 MBC에 입사해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을 취재했다. 한국기자상과 최병우국제보도상, 최은희여기자상 등을 받았다. 전쟁터에 남아 현장을 전했던 기자였다.

세월이 흘렀고, 두 사람은 이제 감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시받는 사람이 됐다. 그러나 누군가를 향했던 비판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꽂히는 건 견딜 수 없었나 보다. 공교롭게도 2026년 여름,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사과'를 요구받는 처지가 됐고, 절대 사과하지 않고 있다.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 두 사람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DCC) 제2전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최민희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 취재 과정에서 불거진 오마이TV 취재 방해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지난 8일 인천 합동연설회에서 최 의원실 보좌진은 오마이TV 카메라가 무엇을 촬영하는지 휴대전화로 찍었고, 다른 보좌진은 종이로 카메라를 가렸다. 다음 날에는 최 의원 본인도 오마이TV 취재진 옆에서 촬영 상황을 지켜봤다.

최 의원은 보좌진을 찍으려 해 이를 막았을 뿐이며, 오마이TV가 특정 후보들에게 편향된 취재를 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 의원은 이를 "최소한의 자기방어"라고 규정했고, 오히려 "오마이TV는 민주당 전대에서 손 떼시기 바란다"라고 했다.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다른 기자의 과거 근무 경력을 끄집어내 "조선일보 쪽 출신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공개적으로 좌표를 찍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취재를 사전에 감시하고, 차단하고, 낙인을 찍어 해결할 일이 아니다"라며 최 의원에게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역시 최 의원이 "사과하는 대신 오마이TV의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바로 그 언론운동 진영에서 나온 이야기다. 하지만 최 의원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수석'최고위원이 된 현재까지 말이다.

지난 13일, 이진숙 의원이 새역사국민운동과 공동 주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포럼에서는 5·18을 '소요 사태'라고 부르는 주장이 나왔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책임을 부정하거나 두둔하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졌다. 새역사국민운동은 이미 자신들의 강령을 통해 5·18 당시 국가폭력에 의한 학살이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고 전두환씨의 공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단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토론회 개최 전 이 의원에게 취소까지 요청했지만 이 의원은 강행했다.

‘5.18정신 모욕 이진숙 의원 제명 촉구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앞에서 전국시국회의,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전민동), 5.18서울기념사업회,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상규명위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이 의원은 자신이 토론자들의 발언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주최자의 책임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5·18기념재단과 유족회·공로자회 등은 이 의원에게 사죄를 요구했다. 5·18서울기념사업회는 의원직 사퇴와 공식 사죄를 요구하는 공개질의서까지 의원실에 전달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부적절했다"는 공개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이진숙 의원 역시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5·18을 성역으로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별법으로 보호되는 사건은 토론해서는 안 되느냐고 되물었다.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사과나 회의장 이석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회의가 파행했다.

기자들을 꾸짖고 가르치려 드는 두 사람

두 사람은 기자들에게 언성을 높인다는 공통점도 있다.

최 의원은 지난 13일 한민수·이성윤 의원과 함께 김민석 당시 당대표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들의 추가 질문은 없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겠다던 최 의원은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그리고 "여러분 지금 뭐 하시는 거냐"라며 "젊은 기자"들에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언론이 '진실'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민주언론운동협의회에 들어간 때와 <말> 창간을 언급했고, "애국보다 진실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고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 자리에 앉아서 입을 다물고 있던 '젊은' 기자들은 기자가 무엇인지 가르치는 그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최 의원은 본인과 관련된 진실조차 선택적으로 편집하고 침묵하면서 '진실'을 부르짖었다. 권력자가 언론의 취재 방향을 못마땅해 하고 기자를 꾸짖는 모습을 1980년대의 최민희 기자는 어떻게 봤을까? 그때의 최민희 기자가 2026년의 최민희 의원을 만난다면 누구 편을 들까?

이진숙 의원 역시 젊은 기자들에게 기자가 무엇인지 가르치려 들었다. 토론회 당일 한 MBC 기자가 국회에서 이런 토론회를 여는 게 적절하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이 의원은 "MBC는 질문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기자로서 자격이 없다"라고 꾸짖었다. 다른 질문에는 "기자로서 그런 질문을 하면 안 된다. 중립을 지키라"라고 날을 세웠다.

다음 날 긴급 기자회견 뒤에도 기자들이 전두환씨의 내란목적살인죄 확정 판결 등을 거론하며 질문을 이어갔지만, 이 의원은 상당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침묵하며 자리를 떠났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질문하던 기자가, 이제 후배 기자를 향해 "그런 질문을 하면 안 된다"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이 쏟아내는 수많은 말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에게 발언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정치인은 말이 많다. 상당수의 정치 행위는 '말'을 통해 이뤄진다. 최민희 의원도, 이진숙 의원도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행동이 왜 정당했는지 설명하는 데는 수많은 말을 쏟아낸다. 상대방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자세히 풀어낸다.

최 의원은 전당대회 현장에서 언론사 카메라를 감시하고 촬영을 방해한 '카틀막'이 '취재 방해'가 아니라 '최소한의 자기 방어'라고 강변한다. 본인은 무대에서 연설하느라 현장에 없었다며, 이에 대해 제대로 전하지 않는 데 대해 '조용히' 법적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날짜와 같은 경미한 사실관계가 오류를 빌미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다른 언론사를 제소했다.

최 의원의 논리대로면, '윤석열의 입틀막'도 사실관계 왜곡이다. 당시 윤석열은 무대에서 축사 중이었다. 직접 입을 막은 것도 윤석열이 아니라 경호원이 한 것이다. 본인이 TV조선 패널로 출연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조선일보'를 운운하는 것은 덤이다. 취재를 거부할 권리는 일반인에게만 있 다고 했던 과거의 자신과도 싸우고 있다.

이진숙 의원은 문제의 행사가 어디까지나 '학술토론'이었다고 강변한다. 토론회에서 나온 개별 발언이 곧 자신의 견해인 것도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학술토론'이라는 간판을 단다고 모든 주장이 갑자기 같은 학술적 무게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이미 어떤 역사관을 가진 단체인지 공개적으로 알려진 곳과 공동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누구에게 발제와 토론의 마이크를 건넬지 결정하고,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취소 요청에도 국회라는 공간에서 끝내 판을 벌인 사람은 이 의원 자신이다. 그는 국회의원이라는 공적 권한을 활용해, 어떤 말을 공론장에 올릴지 선택한 사람이다. 자유롭게 토론할 권리가 있다면, 그 토론을 기획하고 주최한 데 따른 정치적 책임 역시 자유롭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파란 옷 입은 이진숙, 빨간 옷 입은 최민희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한 뒤 질문을 받지 않고 이동하자 기자들이 따라붙어 질문 공세를 하고 있다. ⓒ 남소연

무엇보다 그렇게 수없이 쏟아지는 자기 변호들 가운데 '사과'라는 딱 두 글자만이 끝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치인의 사과는 자신을 향한 모든 비판에 동의한다는 항복 선언이 아니다. 적어도 자신의 행동 때문에 상처 입거나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는 뜻이다. 국가의 녹을 받으며 활동하는 국민의 대표로서, 보다 높게 요구되는 공적 책임과 도덕적 잣대를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평생 언론 자유를 이야기했고, 평생 기자였다는 사실을 트로피 삼았던 이들이 벌이고 있는 작태가 고작 이 수준이다.

1980년대의 최민희가 지금 국회에 나타난다면, 취재 카메라를 가린 쪽과 카메라를 든 쪽 가운데 어디에 서 있을까. 1991년 바그다드의 이진숙이 지금 국회 소통관에 나타난다면, 질문을 하지 말라는 국회의원과 끝까지 질문하는 젊은 기자 가운데 누구에게 더 마음이 갈까?

여의도에서 최민희 의원은 "파란 옷 입은 이진숙"이라는 농담이 있다. 반대로 이진숙 의원은 "빨간 옷 입은 최민희"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사사건건 대립했다.

지금 와서 보니 역사에 남을 아이러니 아닌가.

#최민희#이진숙#카틀막#광주민주화운동#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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