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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댓글 대통령…민의에 의한 대통령 아니다”

천주교 사제들,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 전면 부정수원교구 시국미사 봉헌 “박근혜는 댓글 대통령…민의에 의한 대통령 아니다”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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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6  18: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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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은 우리에게 연민과 측은한 마음으로 가난하고 어려움에 빠진 형제들을 자신처럼 여기라고 말합니다. 양심은 공정하고 공평하며 공의를 추구하라고 가르칩니다. 양심은 자명한 사실과 진실을 추구하라고 가르칩니다. 양심은 공동선을 추구하라고 가르칩니다. 박근혜 씨의 원칙은 힘없는 이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정치 · 경제적 불공정과 불공평, 사실에 기초한 합리적 의심마저 종북으로 모는 정치선동, 공동선을 해치는 사유화를 원칙으로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박근혜 씨 개인의 불행이며 국가의 불운입니다.”

경기도 화성시 기산성당에서 봉헌된 시국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6일 오후 2시 수원교구 공동선실현 사제연대와 정의구현 수원교구 사제단 주최로 봉헌된 시국미사에서는 서울, 인천, 안동, 전주, 대구,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70여 명의 사제들과 200여 명의 신자들이 모인 가운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 수원교구 시국미사에는 전국에서 70여 명의 사제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한상봉 기자

“예수님은 정치권력의 형태보다는 하느님 나라의 주권, 곧 하느님의 말씀과 뜻이 중요했고, 천심을 따랐습니다. 예수님은 가장 비정치적이셨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정치적인 죄목으로 국가반역죄에 내리는 십자가형을 받으십니다. 그 사회가 하느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신앙하지 않는 죄악과 죽음이 만연된 사회였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 조한영 신부

강론을 맡은 조한영 신부(수원교구 여주성당 주임)는 “죄악과 죽음에서 승리한 그리스도의 평화로써 이 사회의 안녕하지 못함을 치유하고자 한다”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자 하는 양심이 ‘종북’이라는 정치적 죄목으로 처벌되는 세태를 꼬집고, 양심의 자유는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천부인권이며, 독재와 양립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조 신부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국가권력기관이 나서서 여론을 조작하고 민의를 왜곡시켰음이 분명한 사실로 드러났다. 현 여당과 정부는 이렇게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했다”고 비판하면서, “박근혜 씨는 국정원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에 의한 댓글 대통령이지 민의에 의한 대통령이 아니며, 삼권분립과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부정한 현 정권에는 정당성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어 조한영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조 신부는 “박근혜 씨는 자신의 원칙에는 타협이 없음을 자주 언명하지만, 정작 민주주의 원리와 공동선을 위한 공공 분야의 원리를 무시하고 부정하는 원칙은 자신만의 독선”이라고 역설하면서, “박근혜 씨의 원칙은 힘없는 이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정치 · 경제적 불공정과 불공평, 사실에 기초한 합리적 의심마저 종북으로 모는 정치선동, 공동선을 해치는 사유화를 원칙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신부는 박 대통령에게 “양심과 하느님의 뜻에 따라 회개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이라면서, “이미 명백히 드러난 부정선거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해야 하며, 마땅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주의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진 고통의 역사이며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자유와 권리가 확대되어 온 희망의 역사입니다. 보다 평등하고 보편적인 인류애가 실현되는 사회를 위한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민주주의는 그 어떤 권력과 이해집단에 의해 파괴되거나 축소되어서는 안 되는 인류 역사 그 자체입니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율리안나 자매가 회개하여 고해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 나라를 위해 예수님의 충실한 제자로 거듭나기를” 기도했다.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수원교구 사제단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참담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뿌리신 정의와 평화의 씨앗은 이미 우리들의 삶 속에 자라고 있으며, 불의와 폭력에 맞서 일어서는 노동자, 안녕하지 못함을 고백하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정의와 평화의 생명력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유신시대 냉전논리를 반복하며 자신들의 권력만을 지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지난 대선 과정의 불법행위, 이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사건 축소, 왜곡 그리고 천주교 사제들에 대한 종북몰이 등은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탄생한 박근혜 정권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제단은 최근 민영화를 막기 위한 철도 노동자들 파업에 대한 초강수 대응,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 등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 무시, 밀양 송전탑 문제 외면 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부정선거와 총체적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하며, 혐오와 폭력의 정치로 인한 국론 분열과 민주주의 유린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산성당 앞에서는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과 활빈단 회원 등 30여 명이 시국미사에 대응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종북구현사제단은 해체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성당 진입을 시도하며 신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미사에 참여한 기산성당 신자 김은아 씨는 “오래 전부터 시국미사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되지 않아 아쉬웠는데, 소식을 듣고 본당 미사에 참여했다”면서, “교구마다 집중 미사를 드리는 것도 좋지만, 더 많은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본당에서 뜻을 모아 시국미사를 봉헌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또 “역사적으로 볼 때, 진실과 진리를 외치는 것은 항상 종교의 몫이었다”면서 “오늘 성당 앞에서 시위하던 이들은 역사의 또 다른 피해자라는 생각에 안타깝다. 그러나 아직은 역사적 상처가 하느님의 말씀보다는 우선인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올해도 시국미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며, 오는 27일에는 마산교구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한상봉 기자
   
▲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성당 앞길에 현수막을 걸고 미사 내내 성당 밖에서 “종북사제 척결”을 외쳤다. 이들 중 일부는 미사 말미에 성당 안에서 “박근혜 정권 사수하자”고 구호를 외치다 끌려 나가기도 했으며, 미사 후 성당을 나서는 사제들을 가로막고 격렬하게 구호를 외쳤다. ⓒ한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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