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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 성추행’ 이진한 차장검사 경고뿐…지침 무시한 감싸기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01/15 11:56
  • 수정일
    2014/01/15 11: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 2014.01.14 18:15수정 : 2014.01.14 22:16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 /뉴스1
 

 

대검 ‘감찰본부장 경고’ 처분
인사상 별다른 불이익 없어
피해자 “엄한 처벌 원해” 불구
감찰위원들 제대로 알지 못해
검찰 “굵은 글씨로 표시” 반박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술자리에서 여기자들을 성추행한 이진한(51·사법연수원 21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에 대해 ‘감찰본부장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경고는 징계 아래 단계로, 징계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지침에는 ‘성풍속 관련’ 비위에 대해 가장 낮더라도 징계 중 하나인 ‘견책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 차장을 노골적으로 감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피해자가 강한 처벌 의사를 밝혔는데도 감찰위원들이 이를 모른 채 결론을 내린 사실도 드러났다.

 

이 차장은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 20여명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이 자리에 있었던 기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차장은 ㄱ 기자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어깨를 끌어당기고, 머리를 맞댄 채 손을 잡고 “뽀뽀 한번 할까”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주변에 있던 기자들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맞은편에 있던 ㄴ 기자 손등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이후 ㄷ 기자의 등을 쓸어내렸고 허리를 껴안고 만지기도 했다. 이 차장은 이런 행동을 하면서 “내가 (너를) 참 좋아해” 따위의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 나흘 뒤 대검 감찰본부는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감찰에 착수했다.

 

지난 13일 열린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한 감찰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았다고 들었다. 그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건 당일 회식에 참석했던 ㄷ 기자는 감찰본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참 좋아한다’는 말을 하면서 등을 쓸어내리고 허리를 껴안았다. 이때부터 확실한 성추행이라고 느껴졌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엄한 검찰 내 처벌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인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같은 감찰위원은 “회의에서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ㄷ 기자는 단순히 재발 방지에 대한 부분만 언급했다고 대검 쪽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해당 기자가 처벌을 원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감찰위원도 “피해자가 ‘엄한 처벌을 원했다’는 내용은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김훈 대검 감찰1과장 직무대리는 “감찰위원들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엄한 처벌을 원한다’는 해당 기자의 진술이 굵은 글씨로 표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설명이 맞다면, 감찰위원들이 보고서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뜻이다.

 

검사에 대한 신분 조처는 징계, 경고, 주의, 인사조치로 나뉜다.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규정된 것으로 검찰총장의 청구로 법무부가 결정한다. 해임·면직·정직까지를 중징계, 감봉·견책을 경징계로 분류한다. 경고는 징계 아래 단계다. 징계를 청구할 만큼 사안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경우의 조처다. 검찰총장 경고, 감찰본부장 경고, 고등검찰청 검사장 경고, 지방검찰청 검사장 경고 등으로 나뉜다. 인사기록카드 상벌사항에 기재되지만 꼭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경고 처분에 그친 이유에 대해 김훈 감찰1과장 직무대리는 “현장에서 바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고, 신체 접촉도 경미하다고 판단했다. 외부 인사들로 꾸려진 감찰위원회가 내린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말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 차장에 대한 경고 처분을 이날 확정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17일 주례간부회의에서 공직자로서 적절한 처신을 강조하면서 “검찰 공무원이 자기관리에 실패하면 어떠한 변명으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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