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국 언론의 현실을 비추는 두 가지 사건이 있다.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김은미 MBN 기자가 박 대통령과 포옹했다. 청와대 출입인 김 기자는 “너무 안고 싶었어요”라며 취재원의 품에 안겼다. 이 장면은 6일 오후 KBS·YTN 등에 반복 노출됐다.

김은미 기자의 포옹은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야 할 질문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여론 속에 등장했다. 김 기자의 행동을 두고 MBN 내부에서도 부적절했다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후보의 ‘마크맨’(전담 기자)을 거쳐 당선과 함께 청와대로 출입처를 옮겼다. 김 기자 외에도 박 대통령에게 안아달라고 요청한 기자는 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포옹 장면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기자가 취재원에 대한 존경과 선호를 드러낸 것으로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어떤 자세로 기사를 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기자의 포옹은 ‘퇴근 후 뭐하시나’(채널A)라는 질문만큼 암담했고, ‘조율된 소통’에 저항하지 않고 박 대통령의 준비된 답을 경청한 청와대 출입기자단처럼 무기력했다.
 
   
▲ 지난 7일 올라왔던 매일경제 온라인판 기사 갈무리.
 
3일 뒤인 1월 9일. 검찰은 본사 조수경 기자를 벌금형(100만원)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기소했다. 조 기자는 MBC출입기자로서 지난해 6월 취재차 김장겸 MBC 보도국장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MBC로부터 현주건조물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공영방송사가 출입기자의 취재를 제한하며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최진봉 교수는 “언론을 대하는 박근혜 정부의 모습에 MBC도 영향을 받은 것”이라 지적했다.

검찰은 애초 고소 내용에 없던 퇴거불응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전국언론노조는 13일 성명을 내고 “기자들은 가만히 기자실을 지키고 있다가 출입처에서 던져 주는 기사만 써야 하는가”라며 “2014년 대한민국에 언론의 자유가 있기는 한지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어 MBC경영진을 향해 “MBC기자들이 취재원을 만나러 갔을 때 똑같이 고소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MBC기자들에게 앞으로 취재원이 불편해하는 인터뷰나 취재는 하지 말라고 할 것인가”라고 되물은 뒤 “더 이상 공영방송을, 대한민국 언론을 희화화하지 말고 당장 조수경 기자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고 주장했다.
 
   
▲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를 맞이하는 김장겸 MBC 보도국장. 사진=이치열 기자
 
청와대 출입 기자가 포옹을 요청하며 언론인으로서의 본분을 잊었던 사실을 접한 누리꾼들은 “박근혜 홍보부 기자”, “당신은 이미 기자가 아니다”, “이런 기자에게선 뉴스대신 찬송가만 나온다” 같은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작 기소를 당한 이는 언론인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했던 기자였다. 경솔했던 기자 개인의 행동만을 비난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2014년 한국 언론의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