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박경석과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정창조는 이날도 서울 시민들의 출근길을 막았다. 막아야 막을 수 있는 게 있었다. 휠체어가 굴러간 자리마다 박경석이 외친 말들이 남았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주십시오."
"감옥 같은 시설에 중증장애인을 몰아넣지 마십시오."
기어가는 박경석을 본 사람들이 정류장에서 하나둘 자리를 떴다. 바닥에 비스듬히 몸을 낮춘 정창조가 텅 빈 휠체어에 박경석을 다시 앉혔다. 박경석의 호흡은 거칠었고, 팔꿈치와 손가락은 후들거렸다. 오전 9시 무렵 버스 뒷문이 열리고 두 사람은 DDP 인근에서 하차했다.
바로 전날 두 사람의 책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위즈덤하우스)이 나왔다.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권리 등 박경석이 2001년부터 외쳤던 구호를 2023년부터 정창조가 1년 넘게 기록한 결과물이다. 박경석의 말을 정창조가 받아 적은,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세상에 전하고픈 말이 이 책에 담겼다.
"박경석은 과격하고 전투적이고 불법적인 이미지로만 소비되는데 그가 왜 그렇게까지 싸우는지 알릴 수 있도록." 정창조의 말을 박경석이 받았다. "우리를 혐오하는 사람들과 권력을 가진 오세훈(서울시장)·이준석(개혁신당 의원)이 고민해 볼 수 있도록." 그들은 책 출간을 맞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이 날도 쫓겨나고, 쫓겨나고, 쫓겨났다.
지하철과 전장연, 컨베이어벨트와 이쑤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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