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페이퍼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19세 청년의 유족들이 4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전주페이퍼 공장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2024.7.4 ⓒ뉴스1
꿈 많던 아이가 고작 열아홉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전북 전주 한 제지공장에 입사한 지 6개월 만의 일이었다. 홀로 회사 설비를 점검하다 목숨을 잃었으니, 엄마는 회사로부터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래야 아들을 편하게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 그런 엄마에게 대표이사가 한 말은 ‘왜 일을 이렇게 키우냐, 불편하다’는 책망. 결국 엄마는 아들이 숨진 지 19일째가 되던 날 곡기를 끊었다.
유가족과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유가족은 지난 2일 전주페이퍼 대표이사와 면담했다. 사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만남이었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한 가닥 희망을 안고 대표를 만났지만, 대표는 ‘왜 일을 이렇게 키웠나’, ‘회사 이미지 실추가 거북하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유가족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겼다.
지난달 16일 박 모 군이 숨진 뒤 유가족은 지역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회사 대표와 면담이 성사된 이날도 유가족들은 전주에서 서울로 상경해 국회 기자회견을 연 날이었다. 사측은 유가족의 이러한 활동이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측의 태도에 분노한 고 박 군의 어머니 A씨는 지난 4일부터 전주페이퍼 공장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A씨는 단식 농성 시작 전 기자회견에서 “대표이사는 자식 잃은 엄마 앞에서 ‘왜 일을 이렇게 크게 키우냐,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게 생때같은 자식을 보낸 엄마 앞에서 할 소리인가”라며 “아들 장례라도 치를 수 있게 제발 공식사과하라고 그렇게 외쳤는데, 어떻게 자식 잃은 부모 앞에서 회사 이미지 훼손을 이야기하나”라고 절규했다.
A씨는 “친구 같았던 아들, 19일째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차디찬 안치실에 있던 내 아들, 회사의 저런 모습에 밥도 넘어가지 않는다”며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아들을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단식을 하겠다. 대표이사가 내 앞에 우리 아들의 죽음에 대해 사죄할 때까지 이 자리에 있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유가족 측과 사측의 협상은 총 3차례 이뤄졌다. 유가족은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대해 사측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며 양보했지만, 사측은 ‘조사 결과에서 회사의 책임이 밝혀질 경우에 사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주페이퍼는 5일 입장을 내고 “회사는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유족 및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따라 사망 당시 유사한 환경하에 재조사를 진행 중이며, 국과수의 공식적인 정밀 부검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인의 사인이 명확히 규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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