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로부터 꼽은 시급한 개혁 과제는 ‘차별 없는 세상’이다. 여성, 청년, 장애인, 성소수자, 비수도권 주민, 비정규직 등이 어우러졌던 ‘광장의 민주주의’가 광장이라는 상징 공간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상행동이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와 디지털 자유발언대 ‘천만의 연결’에 지난 2월10일부터 3월6일까지 들어온 시민 의견 651건을 분석한 결과 차별금지와 인권 관련 내용이 31%로 가장 많았고, 민주주의 강화와 정치개혁(23%), 돌봄과 사회안전망(8%) 관련 내용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 그룹은 불평등 문제 해소와 정치·검찰 개혁 등에 방점을 찍는다. 사회대개혁 정책포럼과 대전환포럼이 교수연구자·정책전문가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2월14~21일, 중복 응답)에서는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정의로운 경제와 민생 안정’(51.4%),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확대’(43.3%), ‘보건의료·돌봄·복지 강화’(35.2%), ‘성평등과 소수자 인권 보호’(29.6%) 등이 꼽혔다.
시민과 전문가 그룹이 공통적으로 꼽은 개혁 과제를 살펴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줄곧 맞닥뜨려온 ‘오래된 퍼즐’을 마주하게 된다. 극단적 갈등 대신 다양한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개혁이다. 이창현 대전환포럼 대표(국민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차별 없는 세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은 다당제 정착, 국회의 비례성 강화 등 선거법 개정으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개혁 과제들로 모인다”고 했다.
사회대개혁은 12·3 내란 이후 부상한 극우세력의 확산을 막고 내란을 종식하기 위한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은 통화에서 “한국의 극우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특정 사회집단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갑자기 나타났다”며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가 국정개혁을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고통받아온 이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극우화의 흐름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에 의견을 준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아래로부터의 열망이 반영되는 제대로 된 개헌 논의의 장을 열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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