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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은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 윤석열 93분 궤변 쇼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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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4.14 23:00

  • 수정 2025.04.1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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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혐의 첫 공판…공소 사실 전체 부인해

"역대 국무회의 중 가장 활발히 계엄 논의"

"몇 시간짜리 내란이 인류역사에 있었나"

"국민이 나서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상조치"

윤석열, '계몽령' 주장 반복하며 국민 우롱

불리한 증인 진술 나오자 말 끼어들기하며

"증인 신문에 정치적 의도 있다" 반발도…

야권 "뻔뻔한 윤석열, 주권자 국민 모욕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5.4.14. 연합뉴스

"지금부터 검찰 모두 진술을 시작하겠다. 대통령 윤석열을 피고인으로 칭하겠다."(검찰)

12·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윤석열이 14일 '대통령' 수식어를 떼고 자연인 신분으로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판에 출석했다. 그는 공판에서 79분의 모두진술과 그 외 의견진술 등 약 93분간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12·3내란 행위에 대해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라고 또다시 주장했다.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데 대한 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26년 검사 경력' 운운하며 검찰의 공소내용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등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오면 직접 끼어들어 반박하기도 했다.

"윤석열, 직업은 전직 대통령…"

"주소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4일 헌재가 파면을 결정한 지 꼭 10일 만이다. 앞서 윤석열은 지난 2월 20일 이 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구속 상태로 출석한 바 있다. 이날 공판기일은 준비기일과 달리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피고인 출석이 의무인 만큼 윤석열도 재판정에 나왔다. 지난달 7일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로부터 '구속 취소'라는 특혜를 받은 윤석열은 오전 9시48분쯤 청사 지하주차장을 통해 차량으로 입정했다. 재판부가 경호상 이유로 비공개 출석을 요청한 대통령경호처 신청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14일 윤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5.4.14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오전 10시 재판부가 개정 선언을 하면서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됐다. 윤석열은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머리는 가지런히 빗어넘긴 모습으로 재판에 임했다. 윤석열은 재판부가 들어서자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재판부는 개정 선언 뒤,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인정신문 절차를 밟았다. 재판장이 "인적 사항을 확인하겠다. 생년월일은 1960년 12월 8일, 직업은 전직 대통령. 주소는"이라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서초 4동 아크로비스타 ○○○호"라고 답했다. 지난 2017년 5월 23일 파면 후 피고인 자격으로 첫 법정에 출석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는 재판장이 직업을 묻는 말에 "무직"이라고 답해 세간에 회자됐던 점과는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재판장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정 신문이 끝나자, 검찰이 윤석열에 대한 공소사실 요지 낭독을 시작했다. 검찰은 윤석열을 "피고인으로 칭하겠다"고 한 뒤 국정 상황에 대한 윤석열의 인식, 비상계엄 사전 모의와 준비 상황을 차례로 언급하면서 "피고인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위헌·위법한 포고령에 따라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정당제도 등 헌법과 법률의 기능 소멸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주당사 등을 점거해 출입을 통제하고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며 "검사는 이와 같은 피고인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형법 87조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말했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진입했다. 국회의 발 빠른 결의로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장면. 2024.12.17. 연합뉴스

"공소 사실 전체를 부인한다"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 계엄"

약 1시간 7분 동안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에 이어 피고인 쪽이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윤석열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는 "공소사실을 전체 부인한다"면서 '야당의 예산 폭거' 등으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대통령은 국회 봉쇄를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고, 국회의원 정치인 등을 영장없이 체포, 구금하라는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왜 비상계엄을 했는지 (윤석열이) 잘 안다"면서, 발언 기회를 넘겼다.

윤석열은 검찰의 발표 자료(PPT)를 법정 내 모니터에 띄워달라고 한 뒤, 직접 협의를 부인했다. 그는 "저도 과거(검사 시절)에 여러 사건을 하면서 12·12, 5·18 내란 사건의 공소장과 판결문을 분석했지만, 이렇게 몇 시간 만에, 또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 해제한 '몇 시간 사건'을 거의 공소장에 박아넣은 것 같은, 이런 걸 내란으로 구성한 자체가 참 법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수사기관(에서 한 관계자) 진술이 많이 탄핵당하고 실체가 밝혀졌는데, 초기에 '내란 몰이' 과정에서 겁을 먹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유도에 따라서 진술한 게 검증 없이 (공소사실에) 반영이 많이 됐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은 또 "계엄 사전 모의라고 해서 2024년 봄부터 그림을 그려왔단 자체가 정말 코미디 같은 얘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야말로 장기집권을 위한 군정실시 같은 것을 목표로 하면 이것도 말이 될 수 있지만, 이번 12·3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서 아까 (검찰이) 투입병력이나 무장병력이라 (말)하는데, 군인들이 어디 가든 총을 들고 다니지만 절대 실탄을 지급하지 말고 실무장 안 한 상태로 투입하되 민간인 충돌을 절대 피하라 지시했다"면서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군정실시 계엄이 아니라는 건 계엄 진행 결과를 볼 때 자명하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2025.2.25. 연합뉴스

윤석열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며 비상계엄을 사전모의했다는 검찰의 지적에 대해서도 "계엄이란 건 늘상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합참본부 계엄과에 매뉴얼이 있고 여러 훈련을 하는 것"라면서, "계엄을 쿠데타, 내란과 동급으로 이야기하는 자체가 법적인 판단을 멀리 떠난 것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부터 여러 차례 '비상대권' '비상계엄' 등을 언급하며 군사조치에 대해 김 전 장관 등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이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11월 27일 또는 28일 경에, 그동안 저도 어떤 비상조치라는 걸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등 검사들 탄핵 발의 움직임을 보고 상당히 심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헌법 상의 비상조치, 계엄선포라는 것을 통해서 주권자 국민들에게 이걸 확실하게 알리고 직접 나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조치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계엄령이 아닌 이른바 '계몽령'이라는 주장을 형사법정에서도 반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발동한다는 계엄령의 전제와 완전히 어긋난 것으로, 본인 스스로 자의적으로 군대를 동원했다는 걸 인정한 것과 다름 없다. 특히 헌재는 지난 4일 윤석열을 파면하면서 "계엄 선포 당시에는 검사 1인 및 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만이 진행 중이었다"며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행사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윤석열의 주장은 헌재의 선고 요지에서도 드러나듯 계엄의 요건과는 전혀 들어맞지 않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헌재 판결을 부정하듯 공판 내내 기존의 주장만 강조했다.

윤석열은 도리어 내란 책임을 군인들에게 돌리기까지 했다. 그는 "예하 사령관이라던지 밑에 부대장들은 자기들이 평소 연습했던 그야말로 정말 비상 상황으로, 쿠데타는 아니지만 군정 같은 것들이 실시될 상황이라고 봤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저와 (국방부) 장관과의 커뮤니케이션한 것을 넘어서서, 그런 비상 매뉴얼을 가지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싶지만, 그런 것들이 유혈 비상 사태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병력 자체를 실무장하지 않고 소수의 병력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군인들이 과도하게 행동해서 자신이 오히려 사태를 막았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김용현, 이진우, 여인형, 조태용.

"역대 국무회의 중 계엄 가장 활발히 논의"

"몇 시간 짜리 내란이 인류 역사에 있었나"

윤석열은 오전 공판에서 42분 모두발언을 한 데 이어 오후 공판에서도 37분 동안 나머지 모두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여러 차례 '난센스'라는 단어를 사용해가며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윤석열은 국무회의를 모아놓고 자신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며 국무회의를 불과 5분 만에 끝냈고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 계엄의 절차적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에 대해 "계엄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국무위원들의 자기 의견을 아주 심도있게 들었기 때문에 역대 어느 국무회의보다 논의가 활발했다"면서 "비상조치, 긴급재정경제명령 이런 것과 관련된 국무회의는 더군다나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례 국무회의처럼 할 수 없기 때문에 하자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에 지체없이 통보 안했다는 점에 대해선, 방송으로 전국민 전세계에 알리고 즉시 국회의원과 관계자들이 국회에 들어오고 유관 단체사람들이 수천 명에 국회에 이미 들어와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서면으로 통보하고 할 필요조차 없었다"면서 "그럴 시간 없이 계엄을 심의에 즉각 들어갔고, (국회 해제) 결의가 난 후엔 바로 국무위원을 소집해서 도착하는 즉시 계엄해제를 했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한 뒤 3시간 30분이나 지나서 해제 발표했음에도 마치 즉시 조치한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했다. 2024.12.4. 연합뉴스

또 윤석열은 자신이 내란 당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라는 취지의 문건(쪽지)을 건넨 데 대해서도 "계엄 관련 국무회의 하면서 경제장관에게 이걸 준다는 거 자체가 난센스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봉쇄에 대해서도 "헌재에 갈때 그 좁은 구청 건물만도 못한 헌재와 그 주변을 봉쇄차단하는데 1만 명 이상의 경찰 병력 들어간다. 초기에 300명, 1000명 넘는 인원이 나중에 왔다는데 그거 가지고 국회를 완전 차단하고 봉쇄하는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난센스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거듭 "이게 무슨 마치 내란을 획책했는데 인력 부족해서 우리가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하는 건 난센스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국회가 사법통제로서 계엄해제 결의를 했을 때엔 대통령이 그걸 즉각 수용해서 받아들이면 되는 건데, 전시사변이 아니면 계엄 선포하게 되면 그게 전부 내란이란 말이냐"면서 "방송으로 전국민 전세계 공고해놓고 국회가 그만두라 해서 당장 그만두는 그런 몇시간짜리 내란이란 게 도대체 인류 역사상 있는 건지 저는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모두진술을 마무리하면서도 "저 역시 26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치열하게 공직 생활을 해왔다"며 "공소장, 구속영장을 보니 26년간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로서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뭐를 주장하는 건지, 이게 왜 어떤 로직(논리)에 의해 내란죄가 된다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2025.1.2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불리한 진술 나오자 말 끼어들기하며

"증인 신문에 정치적 의도있다" 방해

오후 재판에선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의 증인신문도 이뤄졌다. 조 단장과 김 대대장은 앞서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로 출동했던 군 지휘관으로, 상부로부터 국회에서 '정치인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두 증인은 이날 형사법정에서도 동일한 진술을 이어갔다.

조 단장은 '(2024년 12월 4일) 0시 31분부터 1시 사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본청 내부에 진입해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란 지시를 받은 게 맞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조 단장은 "(수방)사령관이 저한테 그런 임무를 줬고 저는 '일단 알겠다'고 답변한 뒤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해 '이 역할에 대해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되고 특전사령관과 소통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잠시 후 사령관이 저한테 전화해 '이미 특전사 요원들이 들어갔기 때문에 특전사가 의원들을 끌고 나오면 밖에서 지원하라'고 했다"며 "'지원하라'는 말은 밖에서 대치하는 사람들 쪽에서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라고 말해서 제가 '지원'이라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김 대대장 역시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의원들을 끌어내란 지시를 받은 걸로 보인다'는 검사 질문에 "네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이 단장이 '대통령님이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 오래'라고 했느냐"라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김 대대장은 다만 정당한 지시인지에 대한 판단과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자신이 하달받은 임무를 부하들에게 내려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대상인데 왜 우리를 때릴까 의문이 들었다"며 "가만히 보니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이게 제대로 된 의무를 수행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5일 국회사무처가 지난 3일 밤 계엄령 선포 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의 작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계엄군이 국회 직원들의 저지를 뚫고 국회의사당 2층 복도로 진입하는 모습. 2024.12.5 [국회사무처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이어지자 재판장의 허락도 없이 말을 끼어들기도 했다. 윤석열은 조 단장 증언 중엔 "그 증인이 오늘 나와야 했는지 그렇게 급했는지 순서에 대해서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 헌재에서 (증언을) 상세히 한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재차 진술 기회를 요청해 "오늘 같은 날 헌재에서 이미 다 신문한 사람을, 기자들도 와 있는데, 자기들 유리하게 굳이 장관을 대신해서 나오게 한 건 증인 신문에 있어서 다분히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김 대대장의 증언 중에도 재판장을 향해 "실탄을 개인 화기에 집어넣고 군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실무장하지 않은 채로 출동시킨 거고, 군대가 이동하면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몰라서 박스에 실탄을 넣어갔다"면서 "실무장하지 않았던 것을 실무장한 것처럼 나중에 차량에 실탄이 있지 않았냐는 건데 군대가 빈 총만 갖고 이동하는 건 어디에도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윤석열이 계속해서 발언하자 "다시 한번 말하는데 반대신문 통해서 그때그때 물어봐도 될 것 같다" "질문하는데 질문하는 사람 입장에선 맥이 끊기는 기분이 들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하며 소송을 지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증인신문을 마친 뒤에도 "오늘 했던 군 지휘관들은 사실 증인으로 내세울 필요도 없는 사람들 아니냐"고 거듭 주장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에는 상당히 초조함을 보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재판부는 조 단장과 김 대대장에 대한 반대신문 기회를 윤석열 쪽에 줬지만, 윤석열이 "다음 기일 때 하겠다"고 답하면서 다음 기일로 미뤘다. 윤석열 쪽 윤갑근 변호사는 공판 종료 후 퇴정하면서 "오늘 이뤄진 두 명의 증인은 계엄 사무에 있어서 최일선에 종사했던 사람이고 대통령과 직접 연관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오전 10시 두 증인을 불러 다시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고 있다. 2025.4.11 [공동취재] 연합뉴스

민주당 "뻔뻔한 윤석열, 주권자 국민 모독해"

진보당 "당당하면 지하주차장에 숨지 마라"

윤석열이 첫 공판에서부터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야권에서는 일제히 비판이 쏟아졌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이 오늘 처음 나온 형사 재판 법정에서 뻔뻔하기 이를데 없는 태도로 내란죄를 부정했다"며 "헌법정신과 주권자에 대한 모독이고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정면 부정"이라고 했다. 한 대변인은 "(윤석열은)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를 위한 계엄' '계엄은 늘 준비해야 하는 것' '몇 시간 사건을 내란이라니' 등 셀 수도 없는 궤변으로 헌법재판소 판결을 정면 부정했다"며 "자숙은커녕 위헌적 불법 계엄으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짓밟고도 처벌을 피하려는 법꾸라지 행태로 국민을 조롱했다"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더욱이 내란 수괴가 형사재판 법정을 헌법정신과 주권자를 모독하는 장으로 만들고 있는데 재판부는 그런 내란 수괴를 감싸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구속 취소도 모자라 재판정에 지하 통로로 출석하게 해주고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도 감춰주는 특혜를 받으니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얼마나 우습겠냐"고 했다. 그는 "내란 수괴 앞에서 흔들리는 법치주의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윤석열의 망언을 지켜보는 국민은 가슴에서 천불이 난다"며 "피고인 윤석열에게 경고한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국민은 위헌적 불법 계엄으로 주권자의 신임을 배반한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이 법정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내란수괴 윤석열이 오늘 첫 형사재판에 출석해 내란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석열은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에 승복하지도 않았고, 넉 달 넘도록 나라를 어지럽힌 데 대해 국민께 사과한 적도 없다. 오늘도 진술이랍시고 넋두리만 늘어놨다"면서 "윤석열은 오늘 재판에서도 '몇 시간 사건' 타령을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허위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윤석열은) 지난해 12월 3일 그 끔찍했던 밤을 기억하는 온 국민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내란'이 아니라 '내란 몰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의 변호인단은 참으로 미련하고 뻔뻔하다. 보통 사람들은 한번 주장한 것이 먹히지 않으면,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지 않는데 이 자들은 헌재에서 판판이 깨진 주장을 내란 재판에서 다시 반복하고 있다"면서 "헌재 탄핵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황당한 변론이 형사재판에서는 통할 것이라고 믿지 않고서야 하기 힘든 짓"이라고 혀를 찼다.

그는 "윤석열 변호인단은 변론 중에 '피고인'이라는 정식 호칭 대신 '대통령께서'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정해달라 재판부에 항의하고, 판사는 소송지휘권을 이용해 부적절한 호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어야 한다"며 "윤석열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악용해 국민께 총부리를 겨눴다가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비상행동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엄벌 및 재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4.14. 연합뉴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정파괴범 주제에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냥 '다 이기고 돌아왔다'던 윤석열은, 재판 첫 날에도 오전 42분, 오후 41분간 총 83분에 걸쳐 차마 들어주기 힘든 궤변을 쏟아냈다"며 "그토록 억울하다면, 그토록 당당하다면, 왜 굳이 지하주차장으로 숨어들어가 비공개로 출석한다고 했느냐, 떳떳하게 법원청사 정문으로 왜 걸어 들어가지도 못하느냐"고 따졌다.

홍 수석대변인은 "끔찍한 흉악범이 파렴치에다 졸렬하기 또한 짝이 없다"면서 "이 내란수괴의 뻔뻔함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야말로 바로, 온 국민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내란범의 탈옥을 허가했던 지귀연 재판부의 '전례 없는 특혜'"라고 지적했다. 또 "지하주차장 출입 요청을 받아들인데 이어 영상기자단의 촬영 허가 신청까지 불허했다"며 "역대 대통령 모두 재판 때마다 법정 촬영이 이뤄졌던 것에 비춰보면, 가히 전례 없는 오직 윤석열만을 위한 특혜"이라고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윤석열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통속 법비(法匪)들이 여전히 곳곳에서 활개치고 있다"면서 "사회 곳곳에 도사린 내란세력을 철저히 척결하고 단죄해야 한다는 우리 국민들의 명령이, 사법부 또한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명백한 이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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