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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1년, 진실을 정말로 덮고 싶은 자는 누구인가

이용우 전 시사저널e 기자

mindlenews01@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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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 안됐는데 '끝났다''그만하자'며 덮으려

사참위, 내인설 ‘기각’했는데도 침몰원인으로 공표

‘외력설 배제할 수 없다’는데도 음모설로 몰아

영화 '제로썸' 관객 몰리자 비난·조롱하며 공격

인양된 세월호의 모습.. 이용우 기자 사진

세월호 다큐멘터리 <침몰 10년, 제로썸>(이하 제로썸)'이 4월 2일 전국 상영을 시작한 후 일주일 만에 4000명 가까이 몰리며 관객 수 1만명을 돌파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 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가 상영을 지속한다면 더 많은 관객이 몰릴 것은 당연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영화에 대한 비판이 시작됐다. 정상적인 비판은 대응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비아냥과 영화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발언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성숙한 시민의 자세는 분명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비난에 일일이 대응할 이유도 찾지 못한다.

비난이 아닌 비판에 대해서는 필자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책임을 느낀다. 세월호를 취재하며 외력의 가능성을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기자 신분으로 네덜란드 마린 2차(침수실험), 3차(외력실험) 실험에 연이어 참관했다. 기자 중 목포 MBC 기자와 필자 외에 두 실험에 연속 참관한 기자는 없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취재 현장을 동력으로 외력에 관한 기사를 지속해서 쓸 수 있었다.

3년 전 사참위 종합보고서는 왜 '내인설‘ 기각했나

최근 내인설을 주장하는 측은 <제로썸>을 비판하며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비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비판을 하나씩 뜯어보면 과연 그런가라는 반문이 제기된다.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2017~2018년)의 열린안(외력의 가능성 제시)과 내인설(배 자체의 문제 제기)을 이어받아 조사를 진행한 마지막 세월호 조사 기구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2018~2022년) 종합보고서는 명확한 결론 하나를 내리고 있다. 내인설 기각이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화 주장은 내인설을 지탱하는 기둥과 같은 것이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주장은 세월호 방향타가 최대 35도까지 우현으로 쏠려 배가 좌현으로 넘어졌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사참위가 상당 부분 시간을 할애한 것도 고착 여부를 정리하지 않으면 세월호 진상규명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세월호 모형사진. 이용우 기자 사진

노력의 결과 사참위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결론 내렸다. 사참위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사참위는 복원성이 취약한 세월호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을 계기로 급히 우선회하며 좌현으로 기울었다는 내인설 보고서의 설명 중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우선회를 유발했다는 부분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표현에서 '매우' 낮다는 표현은 내인설 주장에서 일말의 가능성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참위는 밸브 고착 현상으로 우현 전차가 일어났다면 왜 침몰 직전 방향타가 우현이 아닌 '좌현 8도'에 있었는지 내인설은 추가 설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이 설명되지 않으면 문제는 굉장히 심각해진다. 단순히 '매우 낮다'라는 표현을 넘어서는 실체적 의혹, 즉 외력설의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참위는 방향타 '좌현 8도'에 대해 다양한 조사를 했고 선원이 고착이 발생한 타기장치를 정지시키고 정상 상태의 타기 장치를 가동하는 긴급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다수의견이라고 했다. 대법원이 제 3항해사에게 업무상 과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점도 제시했다. 결국 우선회를 한 세월호의 방향타 '좌현 8도'가 설명되지 않으면 이는 외력설을 증거하는 여러 단서 중 하나가 되고 만다.

더욱이 2018년 선조위가 마무리될 때 필자가 내인설을 주장한 한 위원에게 방향타 좌현 8도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해당 위원은 "그 부분이 설명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내인설 주장자들도 그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사참위는 다향한 근거들을 제시해 가며 '밸브 고착화 기각' 즉 내인설 기각을 내놨다. 필연적 귀결이다.

남아있는 참사 원인은 '외력' 가능성

사참위 종합보고서가 외력의 증거로 제시한 것은 상당히 많고, 그 내용 또한 적지 않게 길다. 여기에서 모든 걸 다 설명하고 싶은 욕심이 크지만, 독자들이 읽기에 버거울 것이 걱정돼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간다. 가장 먼저 '충격음 발생 후 세월호 기울기 시작'이다. 화물의 이동 전에 충격음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세월호가 기울었다는 주장은 이미 많이 제기되어 왔다.

사참위는 사고 당일 8시 49분 31초까지 녹화된 선내 CCTV 영상들을 분석했을 때 이 시점까지의 영상에서 화물이 이동하는 장면이 '눈에 띄게 관찰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43초경부터 C갑판 랙카 차량이 전도됐고, 45~48초 사이 C갑판 선적 화물 대부분이 움직였다. 45~48초는 선체 기울기가 빠르게 30도를 넘어가는 때였다.

사참위는 대량의 화물 이동이 일어난 45~48초 무렵에 두 차례의 높은 횡경사(옆으로 넘어지는 각도 속도) 속도 피크(peak)가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이 중 첫 번째 피크는 초당 3.6도였다. 48초는 세월호 기울기가 무려 약 40도까지 순식간에 기운 상태였다. 이에 대해 사참위는 명확히 보고서에 그 원인을 밝혔다.

"대량 화물 이동 이전에 외력 같은 다른 요인의 작용에 의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직립 후 파단 모습. 이용우 기자 사진

세월호 출항 당시 복원성(GoM)을 열린안은 0.62m, 내인설은 0.406m로 보고 있다. (마린 3차 실험에서 모형을 통해 표류하는 세월호의 복원성을 구했을 때 나온 수치가 심지어 0.56~0.58m다.) 우현 급전타가 나온다 해도 복원성 0.6으로는 20도 이상 기울기가 구현되기 어렵다는 주장은 선조위 초기부터 제기됐다. 앞서 말했지만 우현 전타 가능성은 '매우 낮다'가 결론이다. 그럼 배는 왜 좌현으로 급격히 기울었을까. 복원성 문제가 아니라 다른 것이 원인이지 않을까.

최근 필자와 통화한 열린안 관련 고위 관계자는 "세월호 복원성으로는 배는 넘어지지 않는다"라며 "항해하는 데 충분한 복원성"이라고 말했다. 사참위도 종합보고서에 "세월호의 급격한 횡경사에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라고 적었다. 이런 이유로 '세월호 복원성은 나빴다'라는 모호한 표현보다 '사고가 날 만큼 나쁘지 않았다'라는 정확한 표현을 해줄 필요가 커진다.

문제는 세월호에 발생한 충격음이다. <제로썸>도 생존자를 통해 이 부분을 지적한다.

209번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쾅' 하는 충격음은 31~36초에 7회나 연달아 녹음됐다. 이후 세월호 기울기는 20도 이상으로 커진다. 열린안에 따르면 38~39초경 차량 블랙박스 3대에서 '기익'하는 소리가 잡힌다. 이때는 화물이 움직이기 전이었다. 여기에 더해 세월호 선수 방향은 37초부터 불과 14초 동안 180도에서 243도로 급격히 우선회 했다.

이 모든 걸 두고도 과연 외력이 음모론으로만 남아 있어야 할까. 핀 안정기의 과회전은 이미 충분히 외력의 가능성으로 제시됐고, 이를 조사한 전문가의 인터뷰는 <제로썸> 영화에 실려있다. 핀 안정기실 격납고 부위의 외관 변형과 손상에 대해서도 사참위 종합보고서는 "인양 과정으로 인한 손상 가능성이 없는 독특한 손상 흔적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 손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무작정 외력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다만 사참위는 이와 관련한 외력 힘의 크기, 침수 영향 등 조사에서는 실제 사고와 정확히 떨어졌다는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사참위 종합보고서에 "세월호의 급격한 횡경사에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쓰인 부분(위)과 "세월호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을 계기로 급히 우회전하며 좌현으로 기울었다는 내인설 보고서의 설명 중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우선회를 유발했다는 부분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쓰인 부분(아래). 이용위 기자 사진.

다큐 <제로썸>이 제기하는 질문들을 들어보라

사참위 결론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우선회와 횡경사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이다. 외력과 관련해서는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했다. 다만 사참위는 이에 덧붙여 "(외력 외에)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여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했다.

이 결론 때문에 내인설 주장자들은 좌절해야 했고, 외력설 주장자들은 분노해야 했다. 하지만 외력설은 기각되지 않았다. 사참위는 외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정확히 했기 때문이다.

<제로썸>은 이런 바탕에서 세월호 11주기에 나왔다. 영화는 우리가 자칫 보고서에만 함몰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해 준다. 진보든, 보수든 정권을 가진 자들이 보여준 이상한 행동들을 지적한다. 미국이 취한 행동도 따져볼 법하다. 진상규명에 무엇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 이를 통해 잠수함에 대해 생각의 여지를 제공한다.

잠수함의 선박 충돌 사고는 곳곳에서 일어난다. 2001년 하와이 앞바다에서 떠오르는 미 핵 잠수함과 일본의 한 수산고교 실습선이 충돌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잠수함 충돌 사고가 있었다. 1998년엔 미 해군 7함대 소속 7000톤급 핵잠수함 라졸라함이 우리 어선과 충돌했고 어선은 침몰했다. 사고는 해당 잠수함이 작전을 마치고 진해항에 입항 중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부산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는 한국 해군 잠수함과 노르웨이 상선이 충돌했다. 잠수함 충돌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외력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제시됐다. 일각에서는 사참위 종합보고서가 검증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검증은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충분히 할 수 있고 그렇게 되고 있다. 내인설 주장자들이 세월호에도 헌법재판소 같은 역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한 비판을 보면서, 오히려 사참위는 헌법재판소 같은 역할을 했고 그에 대한 평가는 사회에 맡긴다라고 맞받아치고도 싶다.

<제로썸> 제목이 모욕적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조사관들이 본인들의 명예와 수많은 비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많은 증거를 따져 만든 결론을 일단 무시하고 보는 태도가 더 모욕적으로 느껴진다. 외력 증거들 앞에서 잠수함 실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잠수함을 부정하는 태도는 마치 범죄 현장에 범인이 없으니 범죄를 부정하는 것처럼도 들린다. 세월호 진실을 정말로 덮으려는 태도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4월2일 극장 개봉한 다큐영화 '침몰 10년, 제로썸' 포스터.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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