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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끼리’가 관통하는 국방위 공개서한

<분석과전망>한국과 미국을 갈라치면서 남북관계개선을 추구하는 북
 
한성 
기사입력: 2014/01/24 [21:44]  최종편집: ⓒ 자주민보
 
 
▲ 1월 24일 국방위의 공개서한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특명에 따라   우리의 정부당국과 여러 정당, 사회단체, 각계각층들에게 보내졌다.  © 한성


1-신년사에서 1.16 국방위 중대제안으로 그리고 1.24 국방위 공개서한으로 줄기차게 동선을 그리는 북의 남북관계개선의지

24일 북 국방위원회의 공개서한은 북이 남북관계개선을 얼마나 중시 여기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정부당국을 미국과 갈라서 보고 있다는 것을 또렷하게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정세지점으로 된다. 

북이 남북관계개선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국방위 공개서한을 꼼꼼히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공개서한에는 분단에 대한 원인이나 한반도 이슈와 관련된 미국에 대한 입장 등 우리사회에서 논란이 될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남북관계개선을 원하는 북의 입장만은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이 또렷하고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남북관계개선을 중시 여기는 북의 입장이 뚜렷이 확인된 것은 신년사였다. 

<나라의 분렬을 종식시키고 통일을 이룩하는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는 북과 남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신년사의 조국통일 부문에 나오는 대목이다. 북이 올해 조국통일운동의 목표를 <조국통일운동에서의 새로운 전진>으로 내세우고는 이에 기초하여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아갈 것이며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천명한 것이었다. 

신년사는 동시에 남북관계개선과 관련하여 우리정부에 몇 가지 것을 주문했다. 동족대결을 하지말자고 했다. 우리사회의 진보개혁진영에 대해 종북소동을 벌이지 말것을 요청하는 것도 있었다. 자주와 민주 그리고 조국통일을 요구하는 민족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라고도 했다. 

이것들을 두고 공개서한은 “국토양단과 민족분열의 역사에 끝장을 내려는 단호한 결심을 굳힌 우리 최고수뇌부”가 올해 신년사에서 “조국통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도”를 천명한 것이라고 했다.

1월 1일 신년사에서 강조된 북의 남북관계개선문제는 국가기관들의 다양한 언론플레이를 거쳐 1월 16일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에 이르러 보다 확고한 모양새를 띄었다.

공개서한은 ‘중대제안’에 대해 신년사가 천명한 남북관계개선문제에 대한 화답이라고 했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군대와 인민의 불변의 의지’를 그대로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요구’가 차 넘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제안’에 대해 그러나 우리정부당국은 사실상 거부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전혀 개의치않고 혹은 이를 뛰어넘어 또 다시 나온 북의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조치가 국방위의 공개서한이다. 

북이 남북관계개선문제를 얼마나 중시 여기고 있는가하는 것은 결국 남북관계개선문제가 신년사에서 국방위 중대제안을 거쳐 국방위 공개서한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2- 국방위 공개서한에 가득 담겨져 있는 북의 남북관계개선 의지 

남북관계개선문제를 북이 얼마나 중시 여기고 있는가 하는 것은 또한 공개서한이 언급하고 있는 주요 모든 내용들에서도 한 층 더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공개서한은 남북관계개선사업이 조국의 자주통일 혹은 민족의 평화번영에서 차지하는 의의를 밝히는 것을 통해 북이 얼마나 남북관계개선을 중시 여기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남북관계개선문제를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며 “통일의 지름길을 열어나가기 위한 첫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는 남북관계개선문제가 조국통일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상적 의의를 정식화 하듯 규정해놓은 것이다. 이는 “북남관계개선이자 곧 자주통일이며 평화번영”이라는 문장에 더 간략하게 담겨있다. 

공개서한은 ‘중대제안’이 남북관계개선의 구체적인 방도로 제시했던 비방중상 전면중지와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중지 그리고 핵재난방지조치에 대해서 또 한번 설명을 내놓는 것으로도 북이 남북관계개선문제를 얼마나 중시 여기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비방중상 전면중지와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중지는 기본적으로 당위적 요구라고 했다. 다음으로 정세적 요구라고 설명했다. 공개서한은 “전쟁도, 평화도 아닌 불안정한 정세가 전쟁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조선반도의 현 상황”을 강조했다.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평소 때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전쟁가능성이 높아진 지금의 조건은 얼마든지 전면전쟁으로 번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이 남북관계개선을 얼마나 중시 여기고 있는가 하는 것은 공개서한의 구체적인 명시에서 또렷하게 확인된다. 
공개서한은 “우리는 이미 일방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자극이나 비방중상을 전면중지하는 길에 들어섰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는 벌써 서해 5개섬 열점수역을 포함한 최전연의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까지 전면중지하는 실천적인 조치들을 먼저 취하기로 하였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 1월 24일 노동신문은 1면에 국방위 공개서한을 실었다. 남북관계에 대한 글을 노동신문 1면에 게재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 한성



3-우리정부를 미국과 갈라서 치는 북

국방위 공개서한은 북이 남북관계개선문제를 얼마나 중시 여기고 있는가하는 것을 드러내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북이 우리정부당국을 미국과 분명히 갈라서 보고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을 만하다. 

한미를 갈라보는 것은 북의 기본입장이기는 하겠지만 이를 북이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는 사실,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개서한은 우리정부당국에 “일반군사훈련을 중지하라고 제안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외세와 야합하여 동족을 겨냥하고 벌리는 침략전쟁연습을 중지하라”고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서한은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북침전쟁연습으로 규정짓고는 “미국에 대한 기대가 그렇게 크고 미국과의 ‘합동’과 ‘협동’이 버릴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여 정 하고 싶다면 우리나라 영토나 영해, 영공을 벗어난 한적한 곳이나 미국에 건너가 하라”고도 했다.

사실, 매우 특기할만한 대목이다. 우리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누그러뜨림 없이 보여주는 것이어서이다.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최고의 수위를 찍었다. 미국에 대해 “이 땅에 평화대신 전쟁을 몰아오는 침략자”로 “민족이 바라는 통일대신 영구분열과 지배를 노리는 파렴치한 강점자”로 “우리 겨레에게 천추만대를 두고 씻을 수 없는 피맺힌 한을 남긴 불구대천의 원수”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공개서한은 아울러 우리정부에 미국에 대한 인식을 재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숭미사대와 공미굴종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원수를 가려보지 못하는 것은 둘째 치고 동족의 진정도, 뜨겁게 내민 화해의 손길도 헤아리지 못하게 되는 법”이라고 표현하는 데서 잘 확인된다.

이는 우리정부당국의 미국에 대한 관점이 남북관계개선문제를 푸는데 현실적으로 장애로 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명백히 극도의 대미공세이다. 
이와 관련, 통일운동단체의 한 인사는 우리정부를 미국과 갈라서 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정부를 미국과 갈라서 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정부와 미국을 갈라서 치는 공개서한의 기조는 핵문제와 관련된 부분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공개서한은 한반도 핵문제의 근원이 “50년대 말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무기반입”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때 미국은 우리나라에 1000여발의 핵탄과 발사수단을 비밀리에 반입하여 도처에 비축하여놓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맞서 북이 마련한 것이 한반도비핵화선언이라고 했다. 

공개서한은 한반도비핵화의 기본취지가 “우리 민족 모두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과 공갈을 종식시키고 이 땅에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무서운 핵참화를 앞질러 막자는 것”이라고 설명함으로써 한반도비핵화문제가 남과 북이 미국에 맞서야 되는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공개서한은 급기야 우리정부에 대해 핵과 관련한 입장을 새롭게 가질 것을 주문하는 데로까지 나아갔다. 한반도비핵화에 대해 “온 겨레가 힘을 합쳐 실현해야 할 민족공동의 목표”라고 하면서 우리정부에 자신의 비핵화의지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갖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공개서한의 주문은 여기에서 멎지 않았다. 북핵에 대해서 “민족의 소중한 자위적 핵무력”이라면서 시비하지 말 것도 주문하고 있다. 공개서한은 심지어는 “외세의 핵을 끌어들여 동족을 해치는 위험천만한 행위”를 “스스로 거두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도 주문했다. 북은 결국 우리정부에게 민족적 관점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4-조국통일의 모든 것에 관통되고 있는 ‘우리민족끼리’ 

이 모든 것은 북이 우리정부와 미국을 갈라보는 입장도 남북관계개선을 중시 여기는 태세도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이 나왔을 때 남과 북이 기본이념으로 공히 인정했던 ‘우리민족끼리’정신에 철저하게 기반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국통일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올 신년사에 나오는 대목이다. 신년사는 조국통일의 주체는 민족이라면서 “북과 남, 해외의 전체 조선민족은 민족우선, 민족중시, 민족단합의 립장에 서서 전민족적 위업인 조국통일의 대의에 모든 것을 복종시키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함으로써 ‘우리민족끼리’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조국통일과 관련되는 북의 모든 것에는 ‘우리민족끼리’가 관통하고 있다.  


북은 24일 국방위 공개서한 전문을 노동신문 1면에 게재하였다. 노동신문은 조선노동당의 기관지이다. 노동신문이 1면을 남북관계에 관한 글로 장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위 공개서한에 ‘우리민족끼리’정신이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민족끼리’를 조국통일문제와 관련해 제일로 삼고 조국통일과 관련한 모든 것에 관통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더 결정적인 것은 그러나 따로 있다. 
국방위의 공개서한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특명에 따라 우리의 정부당국과 여러 정당, 사회단체, 각계각층들에게 보내졌다는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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