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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만의 내란죄 유죄…"폭동에 의한 국헌 문란 목적"

이석기, 징역 12년 선고…검찰 공소 내용 대부분 받아들여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2.17 17:20:49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및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해 17일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내란 음모죄를 적용해 수사한 사건으로는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이후 34년 만이다. 이 의원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유죄가 인정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는 이날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혁명조직)는 지휘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인정되며 그 총책은 이석기 피고인인 점 또한 인정된다"며 이 조직을 이끌고 내란 음모를 진행시킨 혐의로 이 의원에게 징역 12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해서는 "이석기 의원이 혁명동지가·적기가를 부르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의 배경에 대해 "내란음모 사건을 처음 국가정보원에 제보한 이 모 씨의 법정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이 의원에 대해 징역 2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었다.

 

이 의원과 함께 기소된 이상호, 조양원, 김홍열, 김근래 씨는 각각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받았다. 홍순석 씨는 징역 6년 및 자격정지 6년, 한동근 씨는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았다. 내란 음모는 국토 참절,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을 2인 이상이 모의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연합뉴스

▲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연합뉴스

 

 

"RO조직은 지하 혁명 조직…이석기는 RO 조직 총책"

 

이번 판결의 쟁점은 이석기 의원이 RO 조직의 총책인지, RO 조직이 지하혁명 조직으로써 실체가 있는지 여부, 그리고 지난해 5월 두 차례 모임에서 이 의원과 RO 조직이 국토 참절을 목적으로, 그에 따른 폭동을 목적으로(이중 목적) 구체적인 행동을 했는지 여부 등이었다.

 

RO의 실체 등에 대해 재판부는 "지난해 5월 모임(5월10일 곤지암 회합, 12일 마리스타 모임)은 RO 조직원 모임이었고, 참석자 130명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활동하는 RO 조직원"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조직이 "결정적 시기에 체제 변혁을 하여 최종적으로 사회주의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수령(이석기 의원)과 일치한 지휘 통솔 체계를 갖추고 철저한 보안 수칙에 의해 활동하는 비밀결사가 존재하는 것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이들을 형법 제87조가 정하고 있는 내란의 주체로서 조직화된 다수인의 결합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제시한 RO 조직도, 보안 수칙 등을 비롯해, 이 의원이 RO의 '수령'으로 총책에 해당한다는 검찰의 공소 내용 등을 재판부가 모두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의원이 '수령'으로 총책에 해당한다는 것을 판단한 근거로 "이석기가 회합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낸 명칭과 지시조의 발언으로 당시 130여명 참석자 앞에서 자신의 무게감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참석자들에게) 자신이 지정하는 방향에 즉시 따를 것을 촉구"했다는 점과 "관련 압수물 내용과 제보자 진술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지난 3일 최후 진술을 통해 "검찰은 저를 들어본 적도 없는 이른바 RO총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토끼에게서 뿔을 찾는 격"이라고 반박했었다. RO 조직이라는 것의 실체 자체가 없으며, 자신이 총책이라는 것도 검찰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말이었다.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 사건 이후 34년만의 '내란음모 사건' 선고 공판일인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으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피의자들을 태운 호송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2014.2.17 ⓒ연합뉴스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 사건 이후 34년만의 '내란음모 사건' 선고 공판일인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으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피의자들을 태운 호송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2014.2.17 ⓒ연합뉴스

 

 

재판부 "이석기, 폭동에 의한 국헌 문란 목적"

 

핵심은 내란 음모 성립 여부다. 내란 음모가 성립하려면 '이중 목적'이 충족돼야 한다. 국토 참절, 국헌 문란 목적, 그 목적을 위해 폭동을 일으킬 할 목적 중 어느 하나라도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못하면 무죄가 선고된다.

 

재판부는 국헌문란의 목적에 대해 "(RO와 이석기 의원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남한사회의 변혁을 목적으로 혁명의 결정적 시기를 준비하고 있던 중 남북의 군사적 갈등국면이 고조되기에 이르자, 전시 또는 이에 임박한 시기의 후방 교란 활동을 통해 무력에 의한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과 헌정질서 파괴를 꾀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폭동'으로 인정되는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하는 정도의 폭동인지 여부'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 이석기가 '남북의 자주역량'을 결집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최종 결전을 하여 통일혁명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곧 사회주의 체제 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 공산집단의 군사력에 적극 협조하여 전시 또는 이에 임박한 시기의 후방교란 활동을 꾀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피고인들은 이와 같은 폭동을 북한과의 전쟁발발 시 또는 이에 근접한 시기에 북한의 대남공격에 동조하여 실행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바,이는 직접적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기능에 장애를 가져오고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한편 북한에는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게 될 것이 분명하고, 이로써 대한민국 정부의 전쟁수행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므로 이는 국헌문란의 목적에 그대로 부합하는 내용의 폭동으로서 서로 목적수단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객관적으로 보아 특정한 범죄의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것이 명백히 인식될 정도에 이르렀으므로 피고인들 사이에 내란 실행의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석기 의원의 행위에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이들이 논의한 기간시설 파괴 등 테러 행위는 소수의 인원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행위"라며 "당시의 남북관계에 조성된 군사적 대립국면의 정도와 상부의 지침을 철저히 관철하는 조직의 성격에 비춰 보면, 비록 폭동의 세부적인 계획에까지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논의된 폭동의 실현가능성과 그 실질적 위험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폭동의 세부적인 계획에까지 이르지 않았"지만, 남북간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경우 RO 조직이 또 다시 '폭동'을 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실로 높다"는 것이다.

 

일어나지 않은 행위이지만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처벌?

 

이석기 의원은 지난 3일 최후 진술을 통해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었다. 이 의원은 "지난해 5월을 전쟁시기로 규정하고 이에 맞추어 폭동을 일으키려 했다는 것과 관련해 2013년 봄을 매우 엄중한 정세라고 판단했지만 결코 전쟁시기로 보지 않았다. 강연 중에 인용한 근거들이 이를 분명히 입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폭동을 선동하고 내란을 도모했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저는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가스, 통신, 전력' 회사 주요 임직원들도 5.12 강연 이후 4개월 동안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고 9월초 이 사건 언론보도 후 알게 되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국헌 문란 등의 목적에 따른 구체적인 폭동의 계획이 있었다면, 이를 미리 인지한 국정원이 주요 시설 담당자들에게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1심 재판에 불복, 곧바로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징역 12년 형이 내려진 만큼 이 의원은 향후 있을 항소심에서 수감 상태로 재판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의 판결 내용 상당 부분이 "폭동을 실행할 것을 예정", "테러는 충분히 가능한 행위", "폭동의 실현 가능성" 등 모호한 언급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 특히 "폭동의 세부적인 계획에까지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라는 전제 위에 "(회합에서) 논의된 폭동의 실현가능성과 그 실질적 위험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한 것은 자의적 판단으로 읽힐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 등은 향후 이어질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다.


 

     

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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