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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교구 시국미사 “독재정권 망령 되살아나고 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4/02/19 01:22
  • 수정일
    2014/02/19 01:2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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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교구 시국미사 “독재정권 망령 되살아나고 있다”
한수진 기자  |  sj1110@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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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8  09: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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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7시 원주시 우산동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 민주주의 회복, 공동체의 일치와 평화를 바라는 시국미사’가 열렸다. ⓒ한수진 기자

원주교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과 관련해 첫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천주교 정의구현 원주교구 사제단(대표 박무학 신부)과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동훈 신부)는 17일 오후 7시 원주시 우산동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 민주주의 회복, 공동체의 일치와 평화를 바라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원주교구는 1970년대 군사독재 정권 당시 지학순 주교를 중심으로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천주교 신자들의 저항운동이 뜨겁게 타올랐던 곳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원주교구장인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를 주장한 양심선언으로 구속됨으로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결성되는 계기가 됐다.

이날 미사는 원주교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모인 사제 42명이 공동집전했고, 수도자와 신자 250여 명이 참석해 작은 성당을 가득 메웠다.

   
▲ 17일 오후 7시 원주시 우산동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 민주주의 회복, 공동체의 일치와 평화를 바라는 시국미사’가 열렸다. ⓒ한수진 기자
   
▲ 원주교구 시국미사는 사제 42명이 공동집전하고, 수도자와 신자 250여 명이 참석했다. ⓒ한수진 기자

미사 강론에서 이동훈 신부는 “현재 우리 국가 공동체 혼란의 근원은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이들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부정으로 얼룩진 지난 대선의 상처는 다른 거짓말로 덮어서 치유될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일에서 시작된다”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어 ‘해가 뜨겁게 내리쬐면 풀이 마르고 꽃이 지는 것처럼 부자도 자기 일에만 골몰하다 시들어 버린다’는 성경 구절(야고 1,11)을 인용해 “국가와 국민의 안위는 뒷전인 채 자신들의 안위만 몰두하다가는 언젠가 멸망할 것”이라고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에 대한 현 정부와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 신부는 “거짓과 국가적 폭력에 맞서 굳건히 싸워온 예수님과 예언자들의 말씀을 따르는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진실을 위해 우리의 어깨에 지워지는 십자가를 기쁘게, 끝까지 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구현 원주교구 사제단과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미사 말미에 시국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정원 해체와 부정선거의 총 책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 처벌, 박근혜 정부의 회개와 책임, 언론의 공정보도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별검사제 도입’은 정치인들의 싸움으로 요원해지고, 그동안 피땀으로 일구어온 민주주의가 무너져 과거 독재정권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거짓 언론은 진실의 여부를 판별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함에도, 진실을 바라는 이들을 종북주의자로 매도하여 국가 공동체를 분열로 몰고 가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미사가 열린 우산동성당 앞에서는 미사 시작 전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강원지부’ 회원 30여 명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해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천주교 사제들은 12월 30일 대전교구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오는 24일 오후 7시 30분 부산교구에서 시국미사가 열린다. 장소는 19일 SNS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 17일 저녁 원주시 우산동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에 참석한 사제들이 기도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 시국미사가 열리는 우산동성당 앞에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강원지부 회원 30여 명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해체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한수진 기자
   
▲ 시국미사가 시작되기 전 우산동성당 앞에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강원지부 회원들이 집회를 열자, 신자들이 “평화롭게 미사를 봉헌하게 해주세요”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있다. ⓒ한수진 기자

원주교구 시국 성명서

“정의의 결과는 평화가 되고 정의의 성과는 영원히 평온과 신뢰가 되리라” (이사 32,17)

지난해 8월 15일 원주교구 사제들은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 사건과 이에 관한 경찰청의 허위 발표, 국가 기밀문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으로 공개하고 이를 선거에 악용한 사실을 규탄하였다. 진실과 정의가 사라지고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현 정치상황에 대하여 사제로서 침묵하고 외면할 수 없기에 시국선언이란 형식으로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국정원 개혁안을 제시하라고 요청하였다.

그 후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국정원을 비롯한 국군 사이버사령부, 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기대하며 깊은 인내로 기다리고 또 기다려 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사제들뿐만 아니라 국민 다수의 요구를 끝까지 외면한 채 우리 모두를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국정원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총장의 사생활을 캐는 방식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하며 국정조사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최근에는 국정원 수사 외압으로 의혹을 받았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별검사제 도입’은 정치인들의 싸움으로 요원해지고, 그동안 피땀으로 일구어온 민주주의가 무너져 과거 독재정권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거짓 언론은 진실의 여부를 판별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함에도, 진실을 바라는 이들을 종북주의자로 매도하며 국가 공동체를 분열로 몰고 가는 주범이 되고 있다.

성경에서 이사야 예언자가 “정의의 결과는 평화가 되고 정의의 성과는 영원히 평온과 신뢰가 되리라”(이사 32,17)고 선포한 것처럼, 국가의 참된 평화는 정의를 바로 알리고 세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 번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전 방위로 개입한 관건 부정선거인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과정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 이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와 후속조치를 촉구하는 바이다.

△ 국가기관의 총체적 불법부정 대선개입 행위의 총 지휘부였던 국정원을 해체하라.
△ 전 방위적 관권 부정선거의 총책임자 이명박을 처벌하라.
△ 총체적 불법부정으로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회개하고 책임지라.
△ 권력의 시종 언론은 회개하고 언론의 본분에 충실하라.

2014년 2월 17일

천주교 정의구현 원주교구 사제단, 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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