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창간한 미국의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현재 방문자 기준 세계 1위 뉴스 서비스다. 점점 많은 독자들이 기존 언론사가 아닌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또한 뉴스 소비 형태의 변화에 따라 뉴스의 정의와 기자상도 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비하지만 한국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스타트업이 디지털 뉴스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한국의 미디어 스타트업을 만나본다. <편집자>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말고 뉴스를 모아볼 만한 곳 없나요?” 
“좋은 기사 모아주는 뉴스 앱 추천 좀 해주세요”

네이버와 다음 포털이 아닌 새로운 뉴스 플랫폼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많은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를 찾아오는 기사’를 소비하지만, 여전히 기사를 모아둔 뉴스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상당하다.
 
   
▲ 뉴스고로케. 이미지=뉴스고로케 사이트 갈무리
 
‘뉴스고로케’는 기존 미디어에 실망하고 질린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뉴스 플랫폼이다. 뉴스 포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 사이트는 ‘충격고로케’와 ‘일간워스트’ 등으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이준행씨(29세)가 만들었다. 이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뉴스고로케 개설을 예고한 후 지난 5월 29일 사이트를 공개했다. 

“종전의 언론매체 기사 다 빼고, 그러나 더 훌륭한 나머지 새 매체들의 기사를 모아보니 훨씬 좋은 뉴스가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모아둔 새 뉴스허브, 뉴스고로케입니다.”

기성언론들은 온라인에서 낚시 성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고, 네이버 등 포털은 이런 언론의 행태를 (자의든 타의든) 방관했다. 사실 한국 언론의 환경은 ①광고수익을 쫓아 경쟁적으로 저급한 기사를 쓰는 언론, ②이런 유통 환경을 제공하고, 트래픽 경쟁을 막지 못한 포털, ③가십 기사에 트래픽을 몰아준 독자 등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전 단계에 원인이 있다. 특히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에 대해 이씨는 “그들은 이미 끝났습니다”라고 일갈했다. 

“기성언론의 저널리즘은 진작 죽었습니다. 그저 그런 ‘월급쟁이’들과 그들이 지배하는 ‘회사’만 남았죠. 사실 ‘충격 고로케’ 오픈 직후 한국 언론시장 메이저 3사라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되려 낚시 성 제목편집에 본격 뛰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나라에 더 이상 저널리즘이니 언론으로서의 사명감이니 신뢰니 ‘제호에 대한 책임감’이니 하는 것들은 진작 내팽겨졌습니다.”

2013년 1월 이씨가 만든 ‘충격고로케’는 저널리즘을 버린 한국 언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충격고로케는 ‘충격’, ‘경악’, ‘헉!’ 등 ‘낚시용 제목’을 단 기사를 집계해서 수치와 그래프로 보여줬다. ‘낚시 기사’를 가장 많이 쓴 언론에겐 매달 ‘충격상’, ‘알고보니상’, ‘숨막히는상’ 등을 수여했다. 충격고로케는 지난 5월 한국경제에게 “기사제목에 '충격 경악 결국 멘붕' 등의 문구를 가장 열심히 추가하여 한 달 간 144건의 낚시제목 기사를 송고, 경쟁사를 제치고 충격 부문 1등을 차지하였기에 그 노고를 치하하여 본 상장을 수여함”이라는 설명과 함께 충격상을 수여했다.
 
   
▲ 언론사들의 '낚시기사'를 모아서 보여주는 사이트 '충격고로케'. 이미지=충격고로케 사이트 갈무리
 
충격고로케가 화제가 되면서 언론계를 둘러싸고 자정 목소리도 높아졌지만, 기성언론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뻔뻔하게 낚시 기사 경쟁을 이어갔다. 결국 이씨는 1년 5개월간 운영한 충격고로케의 ‘낚시 기사’ 집계를 지난 5월 29일 종료했다. 대신 그는 “한국 언론의 상황은 이제 전 국민이 다 이해하였고, 충격고로케 사이트는 퍼포먼스 사이트로서의 역할을 이제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죠.”라고 밝혔다.

이씨는 “나쁜 뉴스를 찾아내다 보니 모든 언론사들이 나쁜 뉴스를 생산하고 있음을 우리 모두 목격하였습니다. 이제는 뉴스고로케와 함께, 좋은 언론사, 좋은 뉴스를 찾아내주세요!”라며 뉴스고로케의 시작을 알렸다.
 
   
▲ 뉴스고로케. 이미지=뉴스고로케 사이트 갈무리
 
뉴스고로케는 대안언론의 기사를 ‘RSS 피드 방식’으로 수집해 제공한다. 슬로우뉴스, 뉴스페퍼민트, 웨이브, 에이코믹스, 아이돌로지, 공부하는가족 등 미디어 스타트업, 버티컬 웹진 등이 포함됐다. 방송 섹션은 뉴스K, 뉴스타파, 미디어몽구로 구성됐고, 기성언론 중엔 유일하게 언론비평 매체인 미디어오늘, 미디어스가 들어있다.

이씨는 “포털 뉴스를 차지하고 있는 중앙일간지, 지상파방송, 종편, 메이저언론들의 기사는 다루지 않습니다. 보다 심층적인 분석에 집중하고, 저널리즘의 가치를 고민하는 진짜 대안언론, 새로운 매체들의 기사 위주로 소개해 드립니다.”고 설명했다. 
 
   
▲ 뉴스고로케. 이미지=뉴스고로케 사이트 갈무리
 
비영리를 추구하는 뉴스고로케는 대안언론의 유통망이 되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네이버, 다음과 달리 아웃링크만 제공해 독자들을 해당 언론으로 직접 연결해준다. “네이버식 ‘가두리 생태계’ 콘텐츠 수급”을 비판하며 트래픽을 통한 광고 수익을 가져가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씨는 “해당 매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치라 믿습니다. 뉴스 덧글 또한 해당 매체에 직접 남기도록 하여 책임있는 운영을 도모하고자 합니다.”고 덧붙였다.

기성언론에 비해 영향력이 미비한 대안언론들과 뉴스고로케가 한국 언론 환경을 완전히 개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올바른 저널리즘을 추구하려는 언론과 이를 원하는 독자들을 연결해주는 대안 ‘뉴스 포털’의 역할로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PP(Program Provider)는 넘쳐나는데 SO(System Operator)가 없었으니, 도리어 더 좋은 SO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뉴스고로케의 의도”라고 밝혔다. 

“뉴스고로케에 소개되는 매체들에게 당장 큰 힘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체재’에 대한 지속적인 갈망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훗날 왜곡된 언론시장 환경이 변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채널이 또 다른 ‘리그’를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당장은 메이저 언론사들과 네이버 등의 카르텔을 해체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조금씩 균열을 내는 씨앗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뉴스고로케. 이미지=뉴스고로케 사이트 갈무리
 

아래는 뉴스고로케 운영자 이준행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이력 등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엔씨소프트, 네이버, SK플래닛 등에서 일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개발자로 이런 저런 사이트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했다. 

- 뉴스고로케를 쉽게 설명해 달라.
네이버, 다음 뉴스와 같은 포털인데, ‘조중동’, 한겨레, 경향 등 중앙일간지와 지상파, 종편방송을 빼고 대안매체로 구성된 뉴스 포털 사이트다. 정말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포털의 보도 형태에 열 받아서 만들었다. 

- 비영리인가?
나 혼자 운영하고, 비영리 운영이 기본 방침이다. (지금은) 광고를 붙일 생각도 없다.
 
   
▲ '충격고로케'에 이어 '뉴스고로케'를 만든 개발자 이준행씨. 사진=김병철 기자
 
- 뉴스고로케에서는 어떤 언론을 접할 수 있나?
뉴스고로케는 예쁘장한 ‘RSS 뷰어’다.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거나 커뮤니티에서 주목받는 매체들이 있다. 음악웹진, 교육잡지 같은 버티컬 매체가 많고, 슬로우뉴스 같은 팀 블로그도 있다. 방송은 뉴스K, 뉴스타파 등이 있다. 기성 언론사 중 매체비평지인 미디어오늘, 미디어스는 일부러 넣었다. 매체 비평 콘텐츠에 더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라 넣어야 한다고 봤다. 

- 주요 독자층은 누구이며, 왜 그들로 정했나?
대안매체에 관심이 있고, 기존 보도에 진절머리가 난 사람들은 다 왔으면 좋겠다. 어르신들도 볼 수 있도록 문자 크기를 크게 했다. 딱히 누구를 ‘타깃’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 편집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해 달라.
(포함된 언론의) 모든 기사가 다 올라오지는 않는다. 대안언론 기사 중 오늘 가장 중요한 걸 뽑아야 한다. 일단은 최근 것 중에서 소셜미디어를 많이 타거나, 웹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키워드’와 ‘관심을 가져야 할 키워드’를 보여줄 것이다. (알고리즘을 짜는 건 사람이니깐) 누군가가 보기엔 편향될 수는 있다.

뉴스고로케는 매체 다양성을 지향한다. 한 매체가 (화면을) 독점하지 않게끔 되어 있다. 매체 비평할 때 여러 신문을 비교하듯이 다양하게 나온다. 
 
   
▲ 뉴스고로케. 이미지=뉴스고로케 사이트 갈무리
 
- 기사는 실시간으로 추가되나? 하루에 편집은 몇 번 하나? 
‘인터벌’은 오전, 오후, 밤으로 하루 세 번으로 나눌 것이다. 편집은 모두 알고리즘이 알아서 한다.

- 지니뉴스과 같은 뉴스 서비스와는 다른 점이 있나?
비슷한 지향점이 있지만 (뉴스고로케처럼) 대안매체만 따로 구성한 서비스는 없다. 

- 네이버, 다음 뉴스와는 뭐가 다른가?
네이버, 다음이 소개하는 매체는 고만고만하다. 한국일보, 한겨레 등 일부는 잘하지만, 나머지는 다 ‘우라까이’ 기사를 쓰고 그대로 뉴스 포털에 반영된다. ‘인기 있는 기사’를 누르면 그 언론이 직접 취재한 것도 아니다. 포털 뉴스는 다 엉망이 돼서 뉴스의 질은 형편없다. 일간지가 가끔 긴 취재로 장문 기사를 쓰지만 포털(뉴스 첫 화면)에는 안 나온다. 그러다보니 포털에선 볼 게 없다. 

연합뉴스나 ‘조중동’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냥 포털에서 보면 된다. 좋은 관점을 주는 매체들을 주목 시켜주려면 (이런 포털도) 하나 더 있어야 하지 않겠나?

- 낚시 기사를 쓰는 건 언론인데, 포털 탓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방기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뉴스 소비가 포털에서 이루어지다보니 (헤게모니는) 유통하는 쪽으로 넘어갔다. 굉장히 지분한 것들이 언론사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음에도 언론은 책임을 못지고, 포털은 아무것도 안한다. 다들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

유통 매체도 민주주의와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고양이 사진 등) 재밌는 콘텐츠를 찾기는 하지만 ‘이런 것(기사)도 보지 않을래?’라고 보여줘야 한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게끔 돕기 위한 언론의 역할이 있다. 과거에는 TV, 신문이라면 이제는 인터넷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포털도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데 안 한 것이다. 


- 포털의 인링크 방식과 다르게 아웃링크를 선택했다.
언론 매체가 각자 알아서 살아야지 특정 플랫폼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IT쪽에선 ‘봉이 김선달’처럼 중간 유통책으로 사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 뉴스고로케가 추구하는 미디어의 상을 설명해 달라.
미디어를 소개하는 미디어다. 뉴스 미디어는 아닌 것 같고, 뉴스를 소개하는 미디어 정도로… 뉴스는 높은 품질을 보장하고, 굉장히 많은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면 뉴스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보는 뉴스는 그렇다. 

- 뉴스고로케 출시 예고에 업계의 관심이 컸다. 
전화도 많이 왔다. 국회에서도 동향 파악 차원에서 연락이 왔고, 데일리안에선 사장님이 관심을 가진다며 넣어달라는 전화도 왔다. 난 별 기대 안하고 취미로 만드는 수준으로 생각했는데 관심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주변에서) 기대를 하니깐 뭐라도 할 만한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을 더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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