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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들은 후임 항문에 물붓고 병장들은 일병 몸에 소변

등록 : 2014.08.04 19:57수정 : 2014.08.0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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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무개 일병 사망 나흘 뒤인 4월11일 진행된 군의 현장검증에서 가해 병사(왼쪽)가 윤 일병(오른쪽)한테 바닥에 토한 음식물을 핥게 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군은 당시 윤 일병의 부모 등 유족이 공개에 소극적이라며 현장검증을 비공개로 진행했으나, 4일 <케이비에스>가 군 수사 기록에 첨부된 사진을 입수해 보도했다. <케이비에스> 화면 갈무리

[충격적인 군 폭력 실태] 수시로 금품까지 빼앗아
지휘관은 징계 두려워 ‘쉬쉬’…‘폭력 대물림’ 방치

김아무개씨는 지난 5월 육군 ○○사단 ○○대대에서 제대했다. 김씨는 일병이던 지난해 1월 두달 동안 부대와 떨어진 탄약보급소(ASP)에 지원 근무를 나갔다. 초소 경계근무를 마치고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는 김씨에게 ㅂ병장이 다가왔다. ㅂ병장은 김씨의 허벅지에 갑자기 오줌을 쌌다. 선임의 가혹행위를 참으며 물로 오줌을 씻어내고 있는데, ㅅ병장이 다가와 또 오줌을 쌌다. 물로 닦아내는 김씨를 겨냥해 ㅇ상병도 소변을 봤다. 선임병들은 자기들끼리 웃으며 좋아했다고 한다. 심한 모멸감을 느낀 김씨를 향해 “표정 관리가 안 되냐”고 분위기를 잡은 선임병들은 기어이 김씨의 얼굴 전체에 치약을 발랐다. 선임병들은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는 김씨에게 “너는 샌드백”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선임들이 후임 항문에 물붓기도 
구타·가혹행위 끊임없이 대물림 
독립부대 간부적어 관리 사각지대

 

맞은이들도 권력을 잡을 때쯤엔 
피해 사실 잊고 나쁜 본성 노출 
간부들 ‘대물림’ 방치도 문제

 

■ 간부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국방부는 육군 28사단 윤아무개 일병 사망 사고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사고 발생 넉달 뒤인 4일 뒤늦게 사고 원인 분석을 내놓았다. 국방부는 △본부포대장(중위)이 의무반 등 9개 반을 통제하는 지휘체계 △본부포대와 떨어진 의무반 관리 소홀 △간부들의 형식적인 부대 순찰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전역자들과 현역 군인들은 이런 문제점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육군 포병부대에서 최근 전역한 한 포병장교는 4일 “윤 일병 사망 사고가 난 본부포대의 경우 병사 관리를 중위급이 도맡아 하는 탓에 제대로 된 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대위급이 맡는 일반포대보다 2배 정도 많은 100~120명의 병사가 본부포대에 배치되는데, 중위들의 관리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본부포대장을 보좌하는 군의관 등은 사실상 병사 관리를 하지 않는다. 혼자 하다 보니 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무반과 탄약보급소 등은 소규모 독립부대로 운영된다. ‘오줌 가혹행위’를 당한 김씨와 동기들은 원래의 소속 부대에서 ‘동기 생활관’에 함께 머물렀다. 김씨의 동료였던 이아무개(22)씨는 “탄약보급소로 지원을 나간 뒤에는 소대별로 생활관을 쓰다 보니 선임병들의 가혹행위가 발생했다”고 했다. 선임병들은 구타를 일삼은 것은 물론 후임병들에게서 2만~3만원씩 수시로 돈을 빌려간 뒤 갚지 않았다. 봉급이 들어오고 전화카드로도 쓰는 ‘나라사랑카드’를 ‘빌려서’ 사용하는 선임병들도 있었다. 한 병장은 전역 선물 명목으로 후임병들에게서 50만원을 걷어가기도 했다.

 

수송중대 역시 관리의 사각지대에 속한다. 올해 1월 국군 ○○병원 수송중대를 제대한 김아무개(28)씨 역시 샤워 중에 선임병들의 오줌 세례를 받았다. 선임병들은 심지어 내무반에서 강제로 김씨의 팬티를 벗긴 뒤 항문에 물을 붓기도 했다. 김씨는 “이 병원의 병사 관리는 100여명의 의무병을 중심으로 돌아갈 뿐 수송중대는 뒷전이었다”고 했다. 군법무관 출신인 노수철 변호사는 “강력한 사고는 대부분 낮은 계급이 지휘하는 독립중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단위 부대들의 경우 통제 인력이 부족해 병사들 사이에 폭력적인 군대문화가 자리잡게 된다”고 했다.

 

■ 보신주의와 일관성 없는 처벌이 폭력 키운다 구타와 가혹행위는 ‘문제적 선임’ 한명에게서 끝나지 않고 대물림된다. 맞으며 이를 갈던 이들도 선임병이 됐을 때는 자신이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학대받던 며느리가 못된 시어머니로 변신하는 격이다. 팬티가 벗겨졌던 김씨는 “최고참이 될 때쯤이면 나쁜 본성을 드러내곤 했다. 조용히 있던 선임병들도 계급이 올라갈수록 안하무인 격으로 변해갔다”고 했다.

 

폭력이 대물림되는 배경에는 ‘쟤는 당해도 싸다’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다. 구타와 가혹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부대원들도 피해 병사에 대해 “선임들에게 밉보일 짓을 한다” “대답이 늦다” “목소리가 작다” “일과 시간에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을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손쉬운’ 수단인 폭력을 택하게 되고 이를 옹호하게 되는 것이다.

 

군 조직을 잘 아는 이들은 지휘관들의 ‘보신주의’와 ‘일관성 없는 처벌’이 구타와 가혹행위의 근절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군법무관 출신으로 군폭력 사건 등을 많이 다뤄본 한 변호사는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지휘관들이 문제를 키우지 않으려고 형사입건보다는 징계로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진급에 영향을 끼칠 것이 두려워 대충 덮고 가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윤 일병 사건의 경우 강한 처벌로 일벌백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오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변호사는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처벌이 중요하다. ‘재수 없이 걸려 영창 갔다’는 식이 아니라 이런 잘못을 하면 무조건 징계·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고 했다.

 

기본적인 병영 관리조차 소홀한 간부들의 책임도 거론된다. 지난해 육군 수도군단에서 제대한 김아무개(21)씨는 이병들보다 일병들이 타깃이 된다고 했다. “이병들은 간부들과 정기적으로 상담을 해서 건드릴 수가 없다. 반면 일병은 간부들과의 상담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병 딱지’만 떼면 간부들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얘기다.

 

‘마음의 편지’ 등의 제도도 군대 울타리 안에서는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부대원이 20여명인 소규모 부대에서 근무했던 한 전역병은 “규모가 작다 보니 간부에게 ‘마음의 편지’를 써도 곧 색출당해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선임병들이 아예 ‘아무것도 적지 말라’고 당당히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제대 병사는 “가해병사가 영창을 다녀오고 나서도 같은 곳에서 군생활을 하기도 하는데, 간부들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기용 김규남 최우리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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