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든 조문객들이 고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운구 행렬을 따르고 있다. ⓒ 연합뉴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최고지도자는 이란어로 '라흐바르'라 부른다. 흔히 자주 등장하는 '아야톨라'라는 명칭은 고위 종교 지도자를 의미하며 라흐바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적으로 아야톨라가 돼야 한다. 하지만 그 반대는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 직선제로 선출되지만 최고지도자는 이슬람법학자들로 구성된 전문가의회가 선출한다. 수니파 이슬람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과는 종신직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라흐바르는 세습이 아닌 선출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권력 이양이 생물학적 친족관계를 따르는 반면 이란의 라흐바르는 신학적, 정치적 맥락에서 결정된다. 이점에서는 바티칸의 교황에 비견된다. 종신직이다 보니 1979년 현행 헌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라흐바르는 단 두 명에 불과하다.
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989년 전임 호메이니의 사망으로 권력을 이양 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하메네이는 호메이니의 신학 제자로서, 신학적 수제자가 정치적 후계자 자리를 이어받는 신정국가 이란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
19일 사망한 라이시 전 대통령도 하메네이의 수제자 출신이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도 하메네이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국민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라이시의 대통령 후보 결정을 강행했고, 당시 대선 투표율은 혁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다음 달 4일이면 85세가 되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자리는 누구보다 라이시 대통령으로 좁혀지고 있었다. 그런 맥락을 이해한다면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갖는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메네이의 복잡해진 후계 구도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 내놓을 공식 직함이 없는 그는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비선 실세 역할을 해왔다.
신학자인 모즈타바 역시 권력욕이 없는 인물이 아니다. 다만 세습 권력 타파를 부르짖으며 혁명을 한 현 체제에서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권력의 핵심에 들어선다는 것은 명분상 용인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로 거론되던 라이시 대통령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그리고 다음 달 28일에는 대통령 유고에 따른 대선이 치러진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입장에서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구조 둘러싼 내홍 벌어질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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