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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바지회장"... 삼성전자 사옥앞 마스크 벗고 외친 젊은 직원들

▲ 삼성전자노조, 원만한 단체교섭 요구 문화행사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5.24 가자! 서초로!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문화행사는 삼성전자 창사 이후 최초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에 노사협의회를 앞세운 노조 무력화 시도를 철회하고,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통한 원만한 단체교섭을 요구'하기 위해 열렸다.

ⓒ 이정민

 

▲ 삼성전자노조, 원만한 단체교섭 요구 문화행사

ⓒ 이정민

"우리 노조는 이재용 회장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바지회장'이라고 표현한다. 이재용 회장에게 결정 권한이 있었다면 이곳 서초사옥이 아니라 (이 회장 자택이 있는) 이태원에서 행사를 했을 것이다. 지금 삼성의 모든 결정권한은 정현호 부회장에게 있다. 이재용 회장이 정말 삼성을 책임지는 오너라면, 지금이라도 직원들에게 입장을 밝히라." -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부위원장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창사 55년 이래 두 번째 단체행동을 벌였다. 수원·화성·기흥·평택·천안·광주·구미·온양 등 전국의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모여든 2000여 명 조합원들은 무노조 경영으로 일관해온 사측을 향해 "노조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020년 5월 국정농단 뇌물죄와 노조 탄압문제 등으로 구속 위기에 처한 이재용 회장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종식하겠다고 공식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사협의회를 통한 노조 무력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5.24 가자! 서초로!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 이정민

회사가 세워진 1969년 이후 50년 넘게 이렇다 할 노조 활동이 없었던 삼성전자에 최근 노조 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1만명 선에 멈춰있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조합원수가 올해 들어 3배 가까이 급증, 현재 2만 8000여명까지 불어났다. 삼성전자의 전체 직원은 12만 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의 약 23%가 노조에 가입한 것이다. 이를 동력으로 노조는 지난달 17일 창사 이래 첫 노조 집회를 경기도 화성 사업장에서 열었다. 당시에도 2000명 넘는 조합원들이 공개 집회에 참석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이날 노조는 삼성의 심장부인 서초사옥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집회에 모인 상당수가 20~40대 사이의 젊은 조합원들이었고, 대다수는 마스크 등을 쓰지 않고 얼굴을 드러낸 채 시위에 참가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한국노총 소속으로 지난 2019년 11월 설립됐다.

"실세는 정현호와 사업지원TF"… 얼굴 드러내고 모인 삼성전자 젊은 노동자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긴부들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5.24 가자! 서초로! 문화행사'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이정민

삼성전자 노조가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의 노사관계가 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그간 공개적으로 무노조 경영을 표방해온 삼성은 경영계 전반에 퍼진 '노조 혐오'의 첨병이었다. 전통적으로 삼성은 노조가 아닌 소수의 근로자대표가 참여하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동조건을 결정해왔고, 금전 보상으로 불만을 눌러왔다.

하지만 최근 임금인상률이 낮아지면서 내부 불만이 쌓였고, 이것이 노조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경기도 지역 사업장의 노조 대의원은 "더 이상 경영진의 잘못을 노동자들에게만 전가하고 임원진만 잇속을 차리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노조는 특히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노조 무력화의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이기도 하다. 노조는 사업지원TF가 과거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앞서 삼성은 2017년 초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죄 등 국정농단 수사가 벌어지자 그 책임이 있는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바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노사협의회를 앞세운 노조 무력화 시도를 철회하고, 노조와의 대화를 통한 원만한 단체교섭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조위원장은 연설에서 "오늘 서초사옥에 모인 건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업지원TF, 즉 구 미래전략실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 부회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섭과 이재용 회장이 약속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즉각 지키길 바란다"고 했다. 조합원들은 "정현호 나와라", "노동존중 실천하라", "노조탄압 중단하라"를 구호로 외쳤다.

노조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에 전격 발탁된 전영현 신임 부문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지난 2018년 삼성SDI에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었을 때 관계자들을 해외로 파견하려고 시도하는 등 사측의 탄압이 있었는데, 이때 전영현 부문장이 삼성SDI의 사장이었다"고 비판했다. 전 부문장 역시 삼성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노조는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서도 "이 회장을 더 이상 오너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 회장은 아무 결정 권한이 없는 바지회장"이라며 "정말 오너라면 직원들 앞에 나와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언론은 '귀족노조'라 하겠지만, 우리가 노조하는 이유는…"

 

▲ 뉴진스님, 삼성전자노조 문화행사 출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개최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5.24 가자! 서초로! 문화행사'에서 '뉴진스님'으로 활동하는 개그맨 윤성호가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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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는 뉴진스님과 에일리, YB밴드가 출연했다. 이 부위원장은 "어떤 분들은 우리를 향해 '귀족노조'라고도 하고, 돈이 많아서 이런 행사를 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귀족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명인사들의 공연이 이어지자 삼성전자 직원들은 물론 강남역을 찾은 외국인들도 집회 현장 주변을 둘러싸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기도 했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부위원장 : "아마 오늘 행사가 끝나면 언론에서 '삼성전자 귀족노조'란 말이 나오겠죠. 그럴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렇지만 귀족들은 노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도 하겠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서, 돈이 많으니까 이런 행사를 기획하는 거 아니냐고. 저희 조합 설립한 지 4년 지났습니다. 4년 동안 조합원들이 한 달에 만원씩 내어주신 소중한 조합비를 차곡차곡 모아서 이 자리 마련했습니다. 저희 노동조합이 돈이 많아서가 아닌, 조합원 수가 많아서 이 자리가 가능했다고 다시 한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노동운동 왜 하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저희가 사실 과거에는 대답을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답을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님이 주셨습니다. 1948년 제헌헌법을 만들 때 노동3권이 들어갔습니다.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하고, 사측과 대화하고, 그리고 주위 분들에게 피해를 주는 파업까지 허락한 내용입니다. 이런 막강한 권한을 왜 노조에 주었을까요. 한국사회 경제 활동 인구는 2900만 명 정도입니다. 이중 80%가 급여소득자라고 합니다. 우리들처럼요. 이 80%에 해당하는 수많은 급여소득자들에게, 한 달에 50만원의 추가금이 지급된다면 어디로 갈까요? 다 소비와 지출을 통해 사회에 환원됩니다. 그러면서 지역 경제가 부강하게 됩니다. 이것이 누구나 노조 활동을 해야 하는 당당한 이유이자 권리라고 배웠습니다.

노동자들의 역할은 나의 뱃속을 채우는 것을 넘어, 내가 좀더 정당한 보상을 받음으로써 우리 지역경제를 윤택하게 함에 있다고 저는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노조 운동하는 이유입니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 삼성전자노조, 원만한 단체교섭 요구 문화행사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개최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5.24 가자! 서초로! 문화행사'에서 YB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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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일리, 삼성전자노조 문화행사 공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개최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5.24 가자! 서초로! 문화행사'에서 가수 에일리가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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