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의 노사관계가 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그간 공개적으로 무노조 경영을 표방해온 삼성은 경영계 전반에 퍼진 '노조 혐오'의 첨병이었다. 전통적으로 삼성은 노조가 아닌 소수의 근로자대표가 참여하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동조건을 결정해왔고, 금전 보상으로 불만을 눌러왔다.
하지만 최근 임금인상률이 낮아지면서 내부 불만이 쌓였고, 이것이 노조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경기도 지역 사업장의 노조 대의원은 "더 이상 경영진의 잘못을 노동자들에게만 전가하고 임원진만 잇속을 차리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노조는 특히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노조 무력화의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이기도 하다. 노조는 사업지원TF가 과거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앞서 삼성은 2017년 초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죄 등 국정농단 수사가 벌어지자 그 책임이 있는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바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노사협의회를 앞세운 노조 무력화 시도를 철회하고, 노조와의 대화를 통한 원만한 단체교섭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조위원장은 연설에서 "오늘 서초사옥에 모인 건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업지원TF, 즉 구 미래전략실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 부회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섭과 이재용 회장이 약속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즉각 지키길 바란다"고 했다. 조합원들은 "정현호 나와라", "노동존중 실천하라", "노조탄압 중단하라"를 구호로 외쳤다.
노조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에 전격 발탁된 전영현 신임 부문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지난 2018년 삼성SDI에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었을 때 관계자들을 해외로 파견하려고 시도하는 등 사측의 탄압이 있었는데, 이때 전영현 부문장이 삼성SDI의 사장이었다"고 비판했다. 전 부문장 역시 삼성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노조는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서도 "이 회장을 더 이상 오너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 회장은 아무 결정 권한이 없는 바지회장"이라며 "정말 오너라면 직원들 앞에 나와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언론은 '귀족노조'라 하겠지만, 우리가 노조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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