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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세월호 진상조사위...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집중취재] 국정조사 위원들이 말하는 남은 의혹들... 유가족 "특검으로는 어렵다"

14.09.09 20:39l최종 업데이트 14.09.09 20:39l

최지용(endof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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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당시 모습. 당시 새누리당 조원진 간사가 세월호 침몰사고를 AI(조류 인플루엔자)에 비유하고, 목포해경 123정 정장의 답변에 유가족이 항의하다 퇴장조치 돼 위원회가 파행되기도 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심재철 위원장과 조원진 간사의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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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맥없이 끝나버렸다. 종합기관보고도 받지 못했고 조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청문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사고 발생 이후 처음으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려던 시도가 별다른 성과 없이 무산된 것이다. 오히려 국정조사의 실패는 '진실'과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만든 측면이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소모전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때맞춰 보수언론은 적극적으로 '세월호 피로감'을 전파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특별법으로 구성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가족들은 여야가 합의해 사고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시작한 국정조사가 파행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진상조사위 역시 지금의 여야 합의대로라면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들 수밖에 없다. 진상조사위는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풀어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때문에 유가족들은 물러서기가 여럽다. 

그렇다면 진상조사위가 풀어내야 할 '진실'은 무엇인가. 특별법 제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진상조사위의 과제부터 말하는 것은 성급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의 역할은 망각한 채 법과 제도의 논리만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다. <오마이뉴스>는 세월호 국정조사에 참여했던 여야 의원들을 통해 진상조사위가 꼭 밝혀 내야 할 진실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여당의 키워드] 관피아, 유병언, 해경, 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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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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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은 사고 시점을 기준으로 크게 세 가지로 분류 가능하다. 우선 사고 발생 전 청해진해운 등 선박업계와 국가기관들의 유착문제, 즉 '관피아' 문제가 있다. 두 번째로 직접적인 사고 발생의 원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다. 여기에는 사고 발생 직후부터 이뤄진 구조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가 포함된다. 이와 함께 사고 발생 이후 검·경이 선원과 유병언 일가 등을 수사한 것과 관련한 문제들도 진상조사위에서 밝혀져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여당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이 가운데 사고 발생 이전의 관피아 문제와 구조 과정에서 해양경찰의 문제, 이후 유병언 수사와 관련된 의혹들에 집중했다.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다뤄져야 할 의혹도 이 연장선에서 제기하고 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과 관련한 부분도 거론하고 있지만, 국정원 개입 의혹 등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문에는 선을 긋고 있다. 또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에서는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국정조사특위 여당 간사였던 조원진 의원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선박업계와 정관계의 유착 문제, 해운비리 문제를 밝히고 관피아를 뿌리 뽑기 위한 활동이 있어야 한다"라며 "특히 유병언 일가가 재산을 되찾게 되는 과정, 세모그룹의 법정관리가 끝나게 된 이유 등이 밝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시절 유벙언 회장이 재산을 되찾게 되는 사법부의 세모그룹 부채탕감 결정을 문제삼은 것이다. 

조 의원은 또 "유벙언 수사 과정에서 검·경의 수사 혼선과 보고 누락 등의 문제도 진상조사위와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명연 의원은 "해경이 처음 세월호에 접근해 선원들만 태우고 빠져나온 문제, 조타실에서 비상벨을 울리지 않은 문제"를 추가적으로 밝혀야 할 의혹으로 꼽았다. 그는 "선원이 입은 옷만 보면 한 눈에 선원인 줄 알 수 있는데, 그들만 태워서 빠져나온 문제를 국정조사 기관보고 마지막 날 집중적으로 질의하려 했다"라면서 "그것을 집중적으로 물어서 위증죄까지 걸려고 했는데 무산돼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런 큰 사건이 계획되거나 조작될 이유가 없다"라며 "국정원 개입설 등이 제기 되는 것은 불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원들과 해경이 썩어빠진 문제는 눈에 확실히 보인다, (그들이) 초동대응을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라면서 "(다른 의혹이) 자꾸 추가되니까, 국민들이 세월호를 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재영 의원은 "국조특위 위원들이 던지는 질문은 크게 보면 비슷하다, (진상조사위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고, 방지대책을 내놔야 한다"라면서도 "제기된 많은 의혹들에 수사가 계속 되고 있으니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선원들 재판과 유병언 일가 수사 결과를 우선 기다리자는 말이다. 그는 "모든 결과물이 나오고 나서 미흡한 것을 진행해도 된다, 진상조사위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조금 더 심도 있게 들어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야당의 키워드] 사고 원인, 국정원,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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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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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해운 비리나 유병언 수사, 해경의 문제 등에 집중하는 반면 야당은 사고 발생 원인과 이후 청와대를 포함한 콘트롤 타워의 상황 대처에서 일어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우원식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금 사고 원인으로 급변침이 꼽히는데, 사고 후 급변침인가 아니면 급변침에 의한 사고인가 의문이 있다"라며 "사고 발생 전 30초 가량 항적도가 비어 있는데 그 시간 동안 급변침은 없었다, 사고로 인한 급변침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 원인을 새롭게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이와 함께 최근 논란이 크게 일었던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의혹도 진상조사위가 밝혀야 할 중요 사안으로 꼽았다. 우 의원은 "청와대는 자신들이 콘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하지만 사고 당일 100통화 넘게 해경과 통화했다"라면서 "그렇게 정보를 수집해 놓고 정작 대통령에게는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 이 문제는 감사원의 감사도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광진 의원은 "군과 관련해 보고 체계가 잘 이뤄졌는지 밝혀져야 한다"라며 "민간 상선이라 모두 군이 출동해야 하느냐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총력 대응해야 했다는 차원에서 확인할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군 3함대가 자체적으로 초동 출진했다, 해군본부나 국방부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지휘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국정원과 세월호의 관계 의혹을 지적했다. 그는 "국정원과 세월호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명확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기 때문에 그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라면서 "청와대와 국정원과 관련한 의혹을 밝히는 게 진상조사위 활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경과 구난업체 언딘의 유착 관계, 사고 당시 선원들의 행동이 자체 판단인지 청해진해운과 교감 사이에 진행된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라며 "유병언 회장의 사망원인 역시 풀어야 할 의혹"이라고 덧붙였다. 

유가족 "특검으로 광범위한 의혹 밝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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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족 "485만명 서명, 감사합니다" 세월호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로 세월호특별법제정촉구 서명지 135만여명 분을 전달하기 위한 삼보일배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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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측은 여야가 제기하는 모든 의혹들이 진상조사위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박주민 변호사는 "선박의 안전관리가 미비한 상황에서 세월호가 출항하게 된 이유, 여러 가지 법망을 피할 수 있었던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라면서 "유가족들은 또 세월호와 국정원이 정말 무슨 관계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 적절하게 보고받았는지, 적절하게 지시했는지, 대통령이 법령에 의한 콘트롤 타워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 조치했는지는 드러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언론이 어떤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라며 "정부 부처의 대응 매뉴얼에 충격 완화를 위한 아이템 발굴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다들 유병언과 관련한 것만 보도하는데 언론사들이 자연스럽게 한 것 같지는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구조 과정에서 해경과 언딘의 유착 관계, 해경 123정과 진도VTS가 책임을 피하려고 증거 은폐한 부분에 제대로 수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부정부패를 밝히기 위해서는 금융계좌 추적 등이 있어야만 하고, 국정원과의 관계 문제도 압수수색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조사만으로는 안 된다"라며 "특검을 통한 수사권과 기소권은 독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게다가 수사 기간도 두 번 연장해야 180일인데 그걸로 과연 광범위한 의혹을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우원식, 국정조사, 새누리당 태그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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