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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입도 ‘고급’ 영양까지 따진다

동물 입도 ‘고급’ 영양까지 따진다

 
조홍섭 2012. 12. 07
조회수 1237추천수 0
 

고양이는 단맛 못 느끼고 판다는 고기맛 몰라
늑대거미나 돌고래는 영양분 많은 먹이만 선호

s_Dolphin.jpg » 돌고래나 밍크고래처럼 에너지소비가 많은 체질을 타고난 고래는 영양가 높은 먹이를 먹어야 살아갈 수 있다.사진=제롬 스피츠 외, 플로스원

 

음식은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음식은 문화이기에 양껏 게걸스럽게 먹는 것은 짐승이나 하는 행동으로 친다. 이제 그런 선입견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동물도 사람만큼이나 음식을 가리며, 양보다 질을 따진다는 보고도 나온다.

 

먼저, 동물도 맛을 느끼는지 알아보자. 달콤한 과자를 주면 개는 기뻐하겠지만 고양이는 시큰둥할 것이다.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육식동물 가운데는 고양이처럼 단맛을 못 느끼는 것이 많다. 혀에 단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아예 없는 것이다. 수달, 바다사자, 하이에나가 그렇다.

 

병코돌고래는 감칠맛을 느끼는 수용체마저 없어 고기 맛을 모른다. 물고기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곰이나 개 등 잡식동물에겐 단맛 수용체가 있다.

 

대왕판다도 고기 맛을 모른다. 감칠맛을 느끼는 유전자가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식육목 곰과에 속하는 판다는 700만년 전까지만 해도 고기를 먹었다. 200만~240만년 전쯤 판다의 식성은 잡식성에서 초식성으로 바뀌었다. 알다시피 판다는 대나무만 먹는다.

 

그렇다면 판다는 왜 고기나 과일보다 에너지가 적은 대나무를 먹게 됐을까. 놀랍게도 판다의 소화계는 대나무보다는 고기 식사에 적합하다. 먹은 대나무의 20%만을 소화시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 때문에 판다는 온종일 제 몸무게의 6%에 해당하는 대나무를 먹고 또 먹어야 한다.

 

그 이유는 아직 수수께끼다. 수백만년 전 무슨 이유에선가 돌연변이로 인해 판다의 식성이 바뀌었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분명한 것은 맛이 동물이 먹이를 선택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란 것이다. 초식동물인 소와 말도 고기 맛인 감칠맛을 보는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다.

 

s_wolf-spider.jpg » 늑대거미는 영양가 높은 먹이를 먹은 초파리와 그렇지 않은 초파리를 가려내 선택적으로 잡아먹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제이슨 쉬미트 외, 플로스원

 

최근 늑대거미는 영양분이 많은 먹이와 그렇지 않은 먹이를 가릴 줄 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단백질이 풍부한 사료로 기른 초파리와 그렇지 않은 초파리를 이용한 실험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또 고래도 아무 먹이나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게 아니다. 돌고래와 밍크고래 등은 에너지 소모가 매우 높은 체질을 타고났는데, 먹이도 열량이 높은 물고기만 사냥한다. 재빨리 움직여 잡기는 힘들어도 고에너지 먹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기후변화와 남획의 영향을 다른 고래보다 심하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바다에는 다랑어 같은 고열량의 고급 어종이 사라지고 작고 흔한 저열량 물고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s_blue-monkey.jpg » 케냐에 서식하는 푸른원숭이는 선호하는 먹이가 떨어져 대체먹이를 섭취하면 번식에 지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스티픈 포에스터 외, 플로스원

 

좋은 먹이가 사라지면 질은 떨어져도 대체먹이를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때에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 케냐의 푸른원숭이는 융통성 있는 잡식성 동물인데도 열매나 곤충, 어린잎 같은 주요 먹이가 떨어져 뻣뻣한 잎사귀 같은 대체먹이를 먹게 되면 암컷이 스트레스를 받아 새끼가 독립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새끼들의 터울이 길어지는 등 번식에 지장을 받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크푸드’로 인한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식품의 양에 못지않게 질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사람만 그런 건 아니다. 동물도 먹이의 양만 충분하다고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잘 먹고 잘 살기’는 동물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chmidt JM, Sebastian P, Wilder SM, Rypstra AL (2012) The Nutritional Content of Prey Affects the Foraging of a Generalist Arthropod Predator. PLoS ONE 7(11): e49223. doi:10.1371/journal.pone.0049223

Foerster S, Cords M, Monfort SL (2012) Seasonal Energetic Stress in a Tropical Forest Primate: Proximate Causes and Evolutionary Implications. PLoS ONE 7(11): e50108. doi:10.1371/journal.pone.0050108

Spitz J, Trites AW, Becquet V, Brind’Amour A, Cherel Y, et al. (2012) Cost of Living Dictates what Whales, Dolphins and Porpoises Eat: The Importance of Prey Quality on Predator Foraging Strategies. PLoS ONE 7(11): e50096. doi:10.1371/journal.pone.005009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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