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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 1.1만' 박근혜 승? 문재인이 이겼다!

박-문 '광화문 대첩', 경찰의 고무줄 추산법 논란... 밀집도 등 고려 안 해

12.12.09 11:26l최종 업데이트 12.12.09 11:48l
최경준(235jun)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사진 위)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사진 아래)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시간여 차이를 두고 서울지역 집중유세를 벌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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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광화문 대첩' 승자는 누구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문재인 후보의 '박빙 우세'였다.

대선을 11일 앞둔 8일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의 심장부 광화문광장에는 온종일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출렁였다. 박근혜·문재인 두 대선 후보가 이날 시간차를 두고 나란히 광화문광장에서 총력 유세를 펼쳤기 때문.

당초 문재인 후보 쪽에서 먼저 이날 유세를 '광화문 대첩'으로 이름 붙였지만, 박근혜 후보 쪽에서 뒤늦게 유세 장소를 광화문광장으로 바꾸면서 이날 유세전은 두 후보 간 세대결로 확전됐다. 문 후보가 이미 오후 5시 30분에 광화문광장 유세를 예고한 상태에서 박근혜 후보는 서울광장으로 예정됐던 오후 3시 유세를 광화문광장으로 변경한 것.

특히 박 후보는 이날 대구-경북 지역 유세까지 전격 취소하고 수도권 공략을 위해 광화문 유세를 결정하면서 문 후보에게 정면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권자의 과반 가까운 인구가 사는 수도권에서 주말 동안 형성되는 여론이 남은 선거전의 최대 변수라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쪽은 이날 유세에 엄청난 공을 들였고, 지금까지 다른 어떤 행사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

경찰 추산, 박근혜 1.5만 : 문재인 1.1만... 양쪽은 3~3,5만 "서로 이겼다"

일단 경찰이 추산한 유세 참여 인원만 놓고 본다면 박 후보가 문 후보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관할서인 종로경찰서 정보과는 이날 오후 8시 30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후보의 유세에는 1만5000명, 문 후보의 유세에는 1만1000명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언론도 이러한 경찰 추산 자료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양쪽에서 자체 추정한 유세 인파는 경찰 추산과 크게 차이가 났다. 조윤선 새누리당 대변인은 박 후보의 유세에 "3만 명의 서울시민이 모였다"고 자체 추산했다. 반면 박광온 민주당 대변인은 "경찰 추산 2만5000명, 당 추산 3만5000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주변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 의견 또한 박근혜 후보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고 격려해 주셨다"고 부연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경찰 추산도 제각각이었다. <노컷뉴스>는 박근혜 후보 유세를 보도하면서 "이날 모인 시민 수는 오후 4시 현재 총 2만여 명(경찰추산, 주최측 추산 3만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이 신문은 이어 "박빙의 선거 판세를 보여주듯 문 후보의 유세 현장에도 역시 2만여 명(경찰 추산)의 지지자와 시민들이 몰려..."라며 양쪽이 '무승부'라고 보도했다.

반면 <뉴스1>은 "낮에 진행된 박 후보의 유세에는 1만5000여 명(경찰추산), 해 질 무렵 시작된 문 후보의 유세에는 2만5000여 명(경찰추산)의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등 일대를 가득 메웠다"고 전했다. '1만5000 : 2만5000'으로 문재인 후보의 압승인 셈이다. <데일리안>도 "이날 오후 6시가 가까워오면서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과 KT사옥 앞에는 문 후보를 보러 온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이날 광화문 일대에만 경찰 추산 2만5000명(주최 추산 3만5000명)가량의 인파가 모였다"고 보도했다.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에서 지지자들이 응원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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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서울지역 집중유세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노란목도리를 한 지지자들이 유세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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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문재인... 경찰은 왜 박근혜 손 들어줬을까?

광화문 유세 참석 인원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인 가운데, <오마이뉴스>에서 촬영한 두 행사의 전체 사진으로 비교할 경우 박근혜 후보의 행사보다 문재인 후보의 행사에 최소 2000~3000명은 더 많았다.

박 후보의 유세 당시에는 세종대왕 동상에서부터 세종로사거리까지 인파가 늘어섰고,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도 빽빽이 들어찼다. 그러나 문 후보의 유세 때는 여기에 더해 세종문화회관 건너편 KT사옥 앞 인도에까지 문 후보를 보러 온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또한 박 후보의 유세 때는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설치된 무대 바로 앞에 포토라인을 넓게 치면서 빈 공간이 크게 생겼고, 무대에서 멀어질수록 띄엄띄엄 사람들 사이로 빈공간이 생기면서 밀도가 높지 않았다. 반면 세종대왕 동상 쪽으로 무대가 설치된 문 후보의 유세에는 빈공간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밀도가 높았다. 게다가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이 인파로 가득 차자, 문 후보 지지자들은 계단 앞 인도까지 늘어섰다.

문 후보 유세 때 사회를 맡은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시작 전 "우리가 이겼다"며 박 후보 유세보다 사람이 많이 모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들도 박 후보보다 문 후보 유세에 좀 더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경찰은 왜 박 후보의 유세에 4000명 정도가 더 많이 모였다고 추산했을까?

경찰이 행사 참여 인원을 추산하는 방식은 다소 주관적이다. 종로경찰서 쪽은 이날 "유세 현장에 정보과 직원이 직접 나가서 인원을 추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우선 단위 면적을 기준으로 인원수를 판단한다. 3.3제곱미터(1평)당 앉으면 6명, 서면 9명으로 본다는 것이다. 밀집도가 높은 행사의 경우에는 앉으면 9명, 서면 15명으로 늘려서 계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000평 규모의 공간에 사람들이 서 있다면 적게는 9000명에서 많게는 1만5000명이 모였다고 추산하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8일 행사의 경우 박근혜 후보가 먼저 유세를 했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의 유세 참가 인원수는 박 후보 유세를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두 유세 현장을 비교하면서 참석자들의 정확한 밀집도 차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후보 유세의 경우 1평당 9명이 서 있고, 문 후보 유세의 경우 15명이 서 있었어도 경찰은 양쪽 모두 1평당 9명이 서 있고 추산하게 된다. 박 후보 유세장과 비교해 문 후보 유세에 참석한 지지자들이 훨씬 촘촘하게 서 있었지만, 경찰 추산에는 이런 점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박 후보 때와는 달리 KT사옥 앞까지 늘어선 문 후보 지지자들이 경찰 추산에 포함됐느냐도 관건이다. 이 경찰 관계자는 "광화문 광장 내에 있지는 않았지만 연단을 향해 바라보는 무리도 대략 추산해서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광장에서 벗어나 KT사옥 앞 인도까지 늘어선 참석자들의 수를 어떻게 계산할지는 전적으로 현장에 나가있는 정보과 직원의 주관에 달려있다. 이와 관련 종로경찰서 정보과의 한 직원은 "문재인 후보 유세의 경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100%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며 "경찰 추산의 경우 10~15% 정도 오차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그런 것(정당 유세 참석 인원 등) 가지고 (정치적 목적으로) 장난치지 않는다"며 "또 장난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외압을 받았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유세 참석 인원수를 왜곡시키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경찰 추산 결과에 대해 "누가 봐도 문 후보의 지지자가 박 후보보다 더 많았는데, 경찰은 오히려 거꾸로 된 추산을 내놨다"며 "MB정권의 눈치를 봤거나, 벌써부터 박 후보에게 줄을 서기 위해 일부러 문 후보 유세 참석자수를 줄여서 발표한 것 아니냐"고 의혹 어린 시선을 보냈다.

한편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성공을 평가하면서 경찰의 '고무줄 추산법'을 비판한 적이 있다. 지난 10월 <경향신문>에 따르면, 그는 "어제(4일) 서울광장의 싸이 공연에 10만여 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경찰은 8만 명으로 추산했다"며 "흥미로운 것은 경찰의 참가자 추산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최 측과 경찰의 참가자 추정이 불과 2만 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4년 전 7월 촛불시위 때 주최 측은 최소 50만 명이 참가했다고 했지만, 경찰은 참가자를 5만 명이라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촛불시위 때 참가자를 10분의 1로 추산하던 경찰이 이번 싸이 공연에서는 20%만 깎았다"며 "시위 참가자수는 팍팍 줄이고 공연 관람자 수는 넉넉하게 세는 경찰의 고무줄 추산법이 싸이의 '말춤'으로 다시금 쓴웃음을 자아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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