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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국과 ‘제2의 우주전쟁’ 돌입하나?

 

북 위성발사 장기목표는 'GPS 구축'
<분석> 북한, 미국과 ‘제2의 우주전쟁’ 돌입하나?
 
 
2012년 12월 07일 (금) 14:52:04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광명성3호 2호기 위성은 지구관측위성”
   
▲ 지난 4월 북한이 쏘아올렸다 실패한 은하3호 로켓. 인공위성 광명성3호 1호기를 탑재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측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지난 1일 발사를 예고한 ‘광명성3호 2호기’ 지구관측위성은 북한의 독자적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구축이라는 장기적 목표 아래 추진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주목된다.

지난 1일 조선우주공간위원회 대변인은 인공위성 발사를 예고하면서 “광명성3호 2호기 위성은 전번 위성과 같이 극궤도를 따라 도는 지구관측위성”이라고 발표하고 ‘실용위성’임을 강조했다.

올해 4월 광명성3호 1호기 발사 당시 임정혁 조선대학 이공학부 교수는 “광명성1호와 광명성2호는 시험위성이었는데 광명성3호는 실용위성이며 지구의 자전방향으로 도는 1,2호와 달리 극궤도(남북)를 도는 점이 주목된다”며 “조선반도와 그 주변을 면으로 관측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고 평한 바 있다.

당시 북측 관계자는 외신 기자들에게 “지구에 대한 관측을 진행할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며 “광명성3호는 자리보정위성(pre active control satelite)이다.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전격측정 안테나가 있다. 데이터를 측정하고 지상에 필요한 데이터를 전송하기위한 시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실에 근거해 볼 때 북한이 주변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공위성 발사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목적 중에는 장거리 미사일 관련 군사적 기술 축적 외에도 ‘지구관측’ 목적이 주요하게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북측 관계자는 조선중앙통신사와의 회견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광명성 3호는 지구관측위성으로서 우리나라의 산림자원분포 정형과 자연재해 정도, 알곡예정 수확고 등을 판정하고 기상예보와 자원탐사 등에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하게 된다”고 말했다.

북측이 ‘실용위성’임을 강조하면서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을 내세우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이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대목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 계획에는 GPS 구축이라는 보다 원대한 목표가 내재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도전받는 미 국방부의 GPS 독점시대

   
▲ GPS 개념도. [사진출처 - 카리스쿨(http://www.karischool.re.kr/)]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전지구 위치파악 시스템)는 24개의 인공위성이 지구 주위를 6면 궤도로 돌면서 보내오는 신호를 수신해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위성항법시스템으로 미국 국방부가 1970년대부터 군사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GPS 기술은 무기 유도, 항법, 측량, 지도 제작, 측지, 시각 동기 등 군용 및 민간용 목적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마트폰에서도 사용되는 등 첨단 과학기술의 보고라 할 만하다.

문제는 이같이 중요한 GPS 정보를 미국이 전 세계에 무료로 개방하고 있지만 운영권을 여전히 미국이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이용하는 GPS 정보도 모두 미국의 GPS위성이 보내온 정보를 사용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은 자국 군대에게만 GPS 정보를 제공하고 타국에는 GPS 수신기의 오차범위를 100m 이상으로 높여 무력화시킨 사례가 있다. 당시 다국적군으로 참여했지만 GPS 정보에서 소외된 영국, 프랑스 등이 미국의 GPS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정보 독립’의 자각이 싹텄을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미국은 최근에 특정지역 상공에서 GPS 신호를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GPS-3 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독립선언, ‘갈릴레오 프로젝트’
 

   
▲갈릴레오 개념도. [사진출처 - www.galileoju.com /코트라 글로벌윈도우]

이같은 미국의 GPS 독점 운용에 맞서 군사적 목적에서 출발한 러시아의 GLONASS도 있지만 소련 붕괴 이후 온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주목되는 것은 EU(유럽연합)가 독자적인 민수용 GPS를 구축하기 위해 ‘갈릴레오 프로젝트(Galileo Project)’를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5년 첫 시험위성인 ‘지오베-에이’(Giove-A) 위성을 쏘아올려 본궤도에 들어선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EU가 미국으로부터 정보 독립을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총 30기의 인공위성을 지구 중궤도(2만 3,000㎞)에 쏘아올리는 거창한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EU 국가들 만이 아니라 비EU 국가인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인도, 모로코, 중국 등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2006년 9월 500만 유로를 분담하기로 하고 EU와 갈릴레오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은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편 독자적으로 아.태지역을 커버하는 ‘베이더우(北斗, COMPASS)’위성을 2020년을 목표로 구축하기 시작했고, 러시아도 푸틴 대통령이 글로나스 재건을 추진해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도 독자적인 IRNSS 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일본은 미국 GPS를 보완해 정밀도를 높인 ‘준텐조(準天頂, QZSS)’위성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4월 30일 미일 양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에서 ‘GPS 공동개발’을 명문화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은 한국도 일본과 같이 미국 GPS의 하위체계로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어 ‘제2의 MD(미사일방어)’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마디로 지금 세계는 미국의 GPS 독점시대에서 EU는 물론 중국, 러시아 등이 뛰어들어 ‘제2의 우주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 역시 위성개발을 본격화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이 대열에 뛰어들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북 관계자 “우주개발정책 따라 더 큰 운반로켓 쏘려고...”

실제로 지난해 새로 완공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은 군사용 장거리 미사일 발사기지 수준을 뛰어넘는 위성발사기지임이 확인된 바 있다.

북측 관계자는 지난 4월 외신 기자들에게 “이 발사대를 보라. 지금은 발사탑에 비해 로켓이 작아 보이지 않느냐? 우주개발정책에 따라 더 큰 운반로켓을 쏘려고 처음부터 저렇게 큰 것을 만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서해위성발사장은 발사대가 50m에 달해 40m가 넘는 대형 우주발사체를 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방세계의 강력한 제재를 받으면서 자력갱생과 자주국방 실현에 전념해온 북한이 첨단 정보전쟁 시대에 자신들의 경제와 군사 관련 정보를 언제까지나 미국의 GPS에 맡겨둘 리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조선신보>는 지난 3월 22일 평양발 기사에서 북한 국가과학원 지구환경정보연구소 리동일 실장의 발언을 인용, “조선은 이제까지만 하여도 위성자료들을 비싼 자금을 들이면서 외국에서 사들여 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면서 “또한 최근년간은 적대국들의 방해책동으로 하여 낡은 자료를 사들이는 것은커녕 자료입수 자체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냈다고 보도했다.

EU마저도 미국 GPS가 이틀간 고장날 경우 유럽 수송분야에서 2억유로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북한이 경제분야 자료를 사들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EU마저 독자 GPS 구축에 나서는 마당에 북한의 군사분야에서의 고충은 더 물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북한에게 위성개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 지난 4월 북측이 외신 기자들에게 공개한 인공위성 광명성3호 1호기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우리 정보당국은 지난 4,5월 북한이 16일간 GPS 교란전파를 발사했다고 밝혀 이같은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미국 중심의 GPS를 교란하는 것이 근본 대책일 수는 없다. 결국 안심하고 경제는 물론 군사분야에도 이용할 수 있는 독자적 GPS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경제적 이유든 군사적 이유든 독자적인 GPS를 구축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여러 기의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 이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 운용하기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비관적 분석이 아직까지는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먼저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이 독자적 GPS 구축을 추진할 수 있을 정도인지부터가 난제로 보인다. 지난 4월 북한이 공개한 인공위성 광명성3호 1호기는 ‘지구관측위성’으로서는 초보적 수준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또 하나의 높은 문턱은 여러 기의 위성을 제작, 발사, 운용하는 데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2015년 서비스를 목표로 EU가 추진 중인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전지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설치투자비 32억 유로와 매년 운영비 2억 유로가 책정돼 있고, 업계에서는 실제로 최소 45억에서 60억 유로가 필요하고 25년간 운용을 위해서 140억 유로가 추가로 소요된다고 추산하고 있다.

북한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의 일정 영역을 커버하는 GPS를 갖추는데 만도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사례이다.

그러나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은 “북한은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 사회주의 체제이므로 발사비용이 완전히 다르게 산출될 수밖에 없다”며 “광명성 3호 발사는 2000억 원 이하의 예산을 투입해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이익이 창출되면 순이익은 3000억 원이며 이익률이 150%에 달하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북측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일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높이 받들고 우리 나라에서는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올리게 된다”고 발표의 첫 머리에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과 ‘자체의 힘과 기술’을 강조했다.

과연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2의 우주전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아직은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만 유념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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