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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을 둘러싼 4가지 이야기 :

노무현에서 박근혜까지 8년 간의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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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작전통제권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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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에서 열린 제46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한민구 국방장관(오른쪽)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줄여서 전작권이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Wartime Operational Control; OPCON. 즉, 전시에 자국의 군 작전을 지휘할 권리를 말한다.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이 가지는 통수권의 차하위, 합동참모의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아 행사하는 지휘권의 하위 개념이다.

대한민국 국군 중 한미연합작전통제권에 들어있는 부대들의 전시 작전권은 한미연합사령부가, 평시 작전권은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갖는다. 평시인 데프콘 4의 경우에는 대한민국 국군이 지휘하며, 데프콘 3 부터 1까지는 한미연합사가 지휘권을 갖는다. 일본은 주일 미군(USFJ)이 주둔하고 있으나, 대한민국과 달리 자위대(JSDF)의 전시 및 평시 작전통제권을 일본 정부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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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은 한국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넘긴 후 60여 년 간 지속됐다. 평시와 전시작전권 가운데 평시작전권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4년 12월 1일 미국 측과의 협의를 거쳐 되찾아 왔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평시작전권만 환수했음에도 불구하고 "44년 만에 작전권을 환수한 것은 우리 자주국방의 기틀을 확고히 하는 역사적 사실이며 제2의 창군(創軍)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기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보수 정치인이지만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우리나라 주권과 관련해서 비원(悲願)처럼 내려왔고,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내걸 만큼 중요한 과제였던 작전통제권 환수, 그것도 절반의 환수밖에 안되는 평시작전권 환수를 그렇게 높이 평가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 노무현, 이명박을 거쳐 박근혜까지 : 8년 간의 전작권 논란

전시작전통제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에 강력하게 추진됐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2006년 12월 21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 자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관련해 작심하고 기존 군 장성들을 비판했다. 이 연설은 지금까지도 보수-진보 논쟁을 일으키는 연설 가운데 하나다. 당시 노 대통령은 이렇게 언급했다. (연설 전문)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통제도 한 개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맨들어(만들어) 놔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을) 달고 꺼드럭거리고(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기입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전작권 환수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간에 합의가 이뤄졌다. 2006년 노무현-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전작권 전환에 공감대를 모았다. 이듬해인 2007년 2월 한미 양국은 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자로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기로 합의해 최종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이를 뒤집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이 터진 이후 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론이 피어올랐다. 결국 2010년 6월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의 차질 없는 준비'를 공약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양국 정상은 "현재 2015년으로 돼 있는 전환 시기와 조건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뒤집은 셈이다.

2013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상기류는 감지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양국은 오는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위한 작업을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은 한미연합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 이행돼야 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온도차를 보였다.

그해 7월에는 "우리 정부가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제안했다"는 미국 고위당국자의 말이 보도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심각해진 북한 핵 문제 등 안보상황을 중요한 조건으로 고려하면서 전작권 전환 준비를 점검해 나가자고 미 측에 제의한 상태로 한미 간 논의 중에 있다"고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23일 한미 국방장관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김영삼 정부 이래 20년, 노무현 정부에서 확정한 이래 8년 간 추진돼 온 전작권 전환은 기약 없이 무산됐다.

3. 이양 연기 찬성 : 강력한 대북 억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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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연기에 찬성하는 쪽은, 전작권을 미국과 분담하고 있는한 한국을 침공 하는건 곧바로 미국을 상대로 싸우겠단 의미라는 면에서 확실한 안보보장이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미연합사 체제를 통해 당분간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갖게 됐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동아일보는 24일 사설에서 "한국군의 전작권은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 유엔군사령관에 이양된 뒤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과 함께 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에게 넘겨졌다"며 "전작권 전환으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유사시 미군의 자동 개입과 병력 증원, 핵우산 제공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은 지난해 3차 핵실험을 한 뒤 핵 소형화와 미사일 개발을 통해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에 전작권 전환을 연기한 것은 전쟁 발발 시 미국의 즉각 개입을 담보하는 안전장치의 작동을 확실히 보장받은 것과 다름없다"며 전작권 전환 연기를 환영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미 양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합의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3일 “전작권 전환 재연기는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연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부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라면서 “전작권을 조건에 기반해 전환하기로 한 것은 미국의 대한방위공약 약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한국이 자체적 방어능력을 확충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 재연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행 한미연합사령부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이는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4. 이양 연기 반대 : 주권국가로서의 위신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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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연기에 반대하는 쪽은 전작권을 회수하더라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미국의 참전은 국제 조약상 당연히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전시작전통제권의 반환이 아니라 한반도 내 미군의 전면철수이고, 오히려 그동안 미국은 전작권을 한국측에 반환하려 애써왔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측에서는 "G20에 드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전작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 약속을 2010년에 이어 두번째로 오바마 미 대통령이 번복하도록 하는 대신, 한미연합사를 잔류시켜 용산기지를 누더기 상태로 반환받게 됐다. 군사비만 북한 GDP를 능가하는 G20 회원국인 한국의 국격과 군사주권이 손상을 입은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내일신문은 “환수시점을 명기하지 않은 이번 전작권 전환 재연기 결정은 이명박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2015년까지 3년 늦춰달라고 요청했던 것을 박근혜정부가 재차 뒤집은 것이어서 주권국가로서 위신이 땅에 추락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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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상에서 한미 양국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 - 미국, 보완 및 지속 제공 능력▲국지도발과 전면전 시 초기단계에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등을 전작권 전환 가능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전작권 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인 민간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이 좋아 '조건에 기초한'이지 전작권에 대한 일체의 주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사실상의 주권포기이고, 대표적인 대국민 거짓말이며, 미국에 의존해서 우리 생존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는 한국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의 다른 표현”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보수언론에서조차도 우리나라의 자주국방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는 24일 기사에서 “한국군의 경각심이 이완되고 정보 감시 능력 등 독자적 방위 역량을 확보하려는 투자와 의지가 약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전작권 전환의 전제 조건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우리 군의 핵심 전력 증강 사업이 '킬 체인(Kill Chain)'과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다. 패트리엇 PAC-3 미사일, 국산 중거리 요격 미사일 M-SAM, 정찰위성, 타우러스 공대지(空對地) 미사일, 사거리 500~800㎞의 국산 신형 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탐지·타격·요격 무기 체계로 구성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17조원에 이르는데 사실상 무기 연기에 가까운 형태로 전작권 재연기가 결정된 상태에서 목표 시한인 2022~2025년쯤까지 이 천문학적인 돈이 과연 제대로 투자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용섭 전 국방대 부총장은 "독자적 능력을 개발하는 데 돈이 많이 들 텐데 이것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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