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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표, 소방서 찾아간 이유는?

등록 : 2015.02.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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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신임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장에 입장, 자리로 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설 연휴, 여야 정치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박 대통령 일정 없어…김기춘 후임 머리 아플 듯

성한용의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⑧

 

대구 북구갑 권은희 의원(56)은 새누리당 대변인입니다. 설 연휴 전날인 17일 오전 권은희 의원이 국회 브리핑룸에 붉은색 한복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내일부터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모처럼 한복을 입었습니다. 조금 더 많은 국민들이 우리 옷을 입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어린 시절 설날이 되면 우리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아침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 명절 속에 한복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사극과 전통 공연과 역사책에만 남아 있습니다. 한복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애환이 깃들어 있습니다. 정신으로 입고 정신으로 벗는 전통 계승의 상징입니다. 편리한 것과 편의적인 것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한복의 가치는 단순한 의상의 차원을 넘어섭니다.”

 

“이번 설에는 국민들께서 장롱에 고이 보관하던 한복을 꺼내어 입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한복의 아름다움이 계승되어 한국의 전통미와 문화가 복원되길 바랍니다.”

 

권은희 의원은 1월1일 새누리당 단배식 때도 한복을 입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의원들 모두 한복을 입고 오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단배식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 의원들이 한꺼번에 국민들에게 절을 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중랑갑 서영교 의원(51)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입니다. 17일 오전 국회 브리핑룸에서 이렇게 인사를 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설 명절입니다. 을미년 청양(靑羊)의 상징은 정의와 평화이며 더불어 따듯함입니다.”

 

“불의는 성공할 수 없고 정의가 승리한다는 평범한 상식이 구현되는 새해, 분단 70년의 대립과 반목을 끝내고 평화와 통일의 출발점이 되는 새해, 더불어 소외된 이웃을 찾고 보듬는 넉넉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새해를 기원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을미년 새해에도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며 국민과 함께 한 걸음씩 전진하겠습니다. 귀성길 안전하게 고향 방문하시고 국민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명절 연휴입니다. 대부분 오랫만에 고향을 방문하고 가족을 만나고 휴식을 취합니다. 명절 연휴에 더 바쁜 사람들이 있습니다. 떡집, 시장 상인, 택배기사가 그런 사람들일 것입니다.

 

정치인도 명절이 더 바쁩니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노인정을 돌며 어르신들께 세배를 합니다. 명절이 더 서러운 소외계층을 찾아가서 돌보기도 합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서러움을 달래주는 것이 정치인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나 각 정당 대표들은 명절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쉴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겨우 국회 임명동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후임에 어지간한 사람을 내놓아서는 민심을 수습하기 어렵습니다. 머리가 아플 것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연휴 기간에 갑자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이후 여기저기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번 연휴에도 재래시장이나 소방서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근처에 대통령이 나타나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대통령 일정은 경호 문제 때문에 사전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일정을 알게 되어도 보도하지 않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이 나타날 장소가 미리 공개되면 위해를 가하려는 사람들이 그 장소에서 미리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서울 신대방2동 동작소방서를 찾아 방화복을 입어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연휴에 뭘 하고 지낼까요? 문재인 대표는 2월8일 대표가 된 이후 지지율이 크게 올라 무척 고무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문재인 대표는 17일 매우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먼저 동작소방서와 용산역파출소를 찾아 소방공무원과 경찰공무원을 위로했습니다.

 

용산역파출소에는 이충호 용산경찰서장, 박승환 생활안전과장, 박정규 파출소장이 나와서 문재인 대표를 맞았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우윤근 원내대표, 김영록 수석대변인, 김현미 비서실장과 함께 파출소를 찾았습니다. 주승용 정청래 전병헌 최고위원과 유대운 의원도 동참했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파출소 현황 보고를 받은 뒤 지구대 인력과 처우개선 수당, 근무교대 시스템 등에 관해 경찰관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파출소장의 고향을 물었고 파출소장은 해남이라도 대답했습니다. 마침 파출소에 와 있던 김영록 의원의 지역구가 해남·완도·진도였습니다. 김영록 의원이 파출소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 문재인 대표가 “제가 대흥사(해남에 있는 사찰)에서 고시공부를 했다고 했잖아요”라고 반가움을 표시했습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참여정부 때 (문재인 대표가) 민정수석을 하고 제가 법사위 간사였는데 참여정부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나는 표현을 좀 바꾸고 싶더라고요. 국민의 입장에서는 왜 똑같은 조사를 두 번 받아야 되느냐. 일종의 수사일원화 이런 표현도 쓰고 싶고요”라고 전문가로서 견해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제가 귀성인사가 있어서 이 문제는 다음에 얘기하지요”라고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문 대표는 파출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용산역으로 향했습니다.

 

용산역은 호남선 목포행 케이티엑스가 출발하는 곳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최근 서울역보다 용산역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호남의 달라진 민심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재인 대표는 기차 앞에서 이렇게 인사했습니다.

 

“시민 여러분 귀성길 안전하게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서민경제가 특히 어려워서 고향을 찾는 발길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설 명절은 모처럼 가족 친지들과 단란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우리 새정치가 서민들의 지갑을 지키겠습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우리 경제를 살리고 서민들의 지갑을 두툼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유능한 경제 정당이 되겠습니다. 설 잘 쇠시고요. 청양의 기운 듬뿍 받으시고 올 한해 건강하고 희망찬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국민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오늘 소방서와 파출소를 방문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문재인 대표가 대답했습니다.

 

“국민들의 안전을 일선에서 책임지는 그런 공직자들 아닙니까? 우리 세월호 참사 이후에 안전한 나라, 돈보다 사람의 가치가 더 존중되는,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앞장서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분들에게 격려드리고 그분들은 우리 국민들의 행복한 연휴를 위해서 자신들은 희생하시기 때문에 더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갔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이어 서울노인복지센터로 가서 배식봉사를 하고 노인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기자들이 소감을 물었습니다.

 

“설은 우리 민족에게 참 기쁜 명절인데 그럴수록 우리가 좀더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그런 명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명절을 명절답게 보낼 수 없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세월호 유가족분들처럼 명절이 오히려 더 아픈 분들도 계시고 소외된 어르신들 외롭게 명절 보내는 분들도 계시고. 그런 분들을 우리가 정을 좀 더 나누는 따뜻한 명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 참 바쁘죠? 문재인 대표는 설 연휴에는 부산을 방문합니다. 대표에 선출된 이후 처음으로 고향을 방문하는 것인데요, 부산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부평깡통시장, 국제시장 일원을 방문해 설 민심을 듣는 등 민생행보를 이어간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표는 최근 영화 국제시장으로 유명세를 탄 ‘꽃분이네’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문재인 대표의 부산 일정에는 김영춘 부산시당위원장, 배재정 부산시당 ‘을지킴이’위원장 그리고 해당지역 위원장 및 지방의원들이 함께 할 예정입니다.

 

문재인 대표는 실향민 및 상인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할 예정인데요 문재인 대표 자신이 실향민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표의 부모는 함경도 사람들인데 1·4후퇴 때 경남 거제로 피난을 내려와 문재인 대표를 낳았습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설명절이 바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회 환경미화원 오찬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김무성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국회 환경미화 노동자들과 떡국으로 점심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웃음꽃이 활짝 피는 화기애애한 자리였습니다.

 

“우리 국회를 항상 깨끗하게 해주시는 여러분들을 복도에서 뵐 때마다 감사함을 느꼈는데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설날 앞두고 여러분께 떡국 한그릇 대접하면서 오랫동안 감사했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 706호 자신의 방 청소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에게 “제 방이 제일 지저분하지요? 의원들 책상 위에는 중요한 서류들이 많은데 다 믿고 여러분께 맡기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제1의 보안요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마다 복도와 사무실이 잘 정리된 모습을 보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고 희망을 가지시고 저희들 보면 밝은 얼굴로 인사해 주시면 더더욱 힘내서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설 잘 맞으시길 바랍니다. 오늘 같이 온 이군현 사무총장, 김을동 삼둥이 할머니 이리로 오시지요. 김영우 대변인, 권은희 대변인 모두 여러분께 새배하는 마음으로 90도 인사하겠습니다. 차렷! 경례!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8년 9개월 최장수 근로자 정미희 미화원이 답사를 했습니다.

 

“저희는 각자 고향과 자라온 환경도 다르지만 한가지 목표를 가지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국회 환경 미화에 전력을 다해 의정활동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성실히 일해 국회를 보다 빛나게 하겠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께도 저희들에게 지속적 관심 배려 부탁드리며 감사 인사를 마치겠습니다.”

 

의원들과 미화원들은 떡국을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뒤늦게 도착해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지금 식사하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여야 격돌이 벌어지는 날은 퇴근도 못하고 있다가 대판 싸우고 아수라장이 되면 다 치우고 집에 가야 된다고 하네요. 그럴 때 제일 속상하지죠? 앞으로 그런 일 절대 안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박수가 타졌습니다.

 

미화원 두 사람이 건의사항을 내놓았습니다.

 

“국회 환경미화원은 모두 207명인데 사무실 직원 4명 빼고 203명입니다. 대기자가 한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병가를 내기고 어렵습니다. 꼭 해결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새벽에 차를 둔치에 주차합니다. 차를 후생관쪽 주차장에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가 행사를 끝내려 하자 김무성 대표가 제지한 뒤 두 가지 건의사항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사정을 정확히 파악한 뒤 국회 사무처와 상의해 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우리 새누리당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이 아주 잘못되었다고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께서는 국회선진화법이 아주 잘 됐다고 하시네요. 여야가 싸움을 안하니까 청소할 거리가 적어졌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선진화법도 없어지고 청소할 일도 없어지고 이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5선 국회의원인데 제 앞에 6선도 계시고 7선도 계시네요. 12대부터 국회에 계신 분도 있고요. 이렇게 우리는 한 가족입니다. 새해 맞이해서 모두 건강하시고 소원하는 일 다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오후에는 성남 판교 ‘스마트 교통센터’를 찾아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귀성길 교통 상황과 교통량 증가 대비책을 점검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서울역 귀경길 인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상인과 시민들에게 불편만 끼친다는 것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오전에 국회에서 세월호가족협의회와 면담을 하고 유가족들로부터 요구사항을 들었습니다.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 활동과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세월호 인양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오후에는 경기도 안산의 4·16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 분향소를 이 지역구의 김명연 의원, 원내부대표 홍철호 의원과 함께 찾았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설연휴 직전 세월호 유가족을 집중적으로 챙긴 이유는 뭘까요? 그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제일 가슴아픈 분들이 세월호 유가족이니까 가서 분향하고 거기 계신 분들께 설 전에 위로를 해 드리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치인에게는 이렇게 따뜻한 가슴이 있습니다. 정치와 정치인들을 너무 미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못나도 ‘우리의 정치’이고 ‘우리의 정치인들’인 것입니다.

 

이제 설입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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