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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버로 난방하고 온수로도 쓴다

 
조홍섭 2015. 02. 26
조회수 3051 추천수 0
 

구글·아마존, 태양광·풍력 등 클린에너지로 전기 공급 구상

네이버 데이터센터 자연풍·차가운 심층수 등으로 서버 냉각 

 

data1.jpg» 춘천에 있는 네이버의 데이터 센터 각 내부 모습. 사진=NHN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을 해도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된다. 검색지시가 네트워크를 타고 먼 데이터 센터의 서버를 움직이는데 전기가 들기 때문이다. 구글은 검색 한 번에 0.2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최대 검색사이트인 네이버엔 하루 평균 6억4000만 차례의 검색요청이 온다. 검색뿐 아니라 동영상, 음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메일 등을 할 때 우리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어딘가 멀리 떨어진 데이터 센터의 서버를 움직인다.
 

네이버의 서버 9만대를 관리하는 강원도 춘천 데이터센터의 공기는 이들이 내는 열로 50도까지 달궈진다. 아파트 9만 세대가 쓰는 양의 전력이 고스란히 열로 바뀌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센터가 2013년 바람길인 구봉산 자락에 들어선 까닭은 자연풍으로 열을 식히기 위해서였다. 이 밖에도 안개 분사, 심야전기를 이용한 빙축열, 인근 소양댐의 차가운 심층수 이용 등 분산형을 통해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도 서버를 냉각시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data2.jpg» 최근 지어진 가장 대표적인 친환경 건축물인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그러나 열을 완전히 재활용하지는 못한다. 사진=NHN

 

세계의 정보통신기술 업계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항공산업에 필적해 세계 배출량의 2~3%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 양은 앞으로 5년마다 곱절로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굴지의 정보기업들은 앞다퉈 정보센터를 추운 곳으로 옮기는가 하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애플은 2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20억 달러를 들여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기로 하고, 여기에 드는 모든 전력을 70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해 대기로 했다. 아마존도  지난달 미국 인디애나주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세워 데이터 센터의 전기를 석탄화력 대신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지난해까지 환경단체 그린피스로부터 “가장 더러운 인터넷”을 쓰는 회사의 하나로 지목받던 회사다.
 

네이버의 춘천 데이터센터는 최고 등급의 미국 친환경 건물 인증(LEED)을 받았다. 그렇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여기서 쓰는 전기는 대부분 석탄과 원자력, 천연가스를 태워 만든 것이다. 식힌 열로 온실의 식물을 기르고 도로의 눈을 녹인다지만 폐열의 대부분은 그저 공기 속으로 흩어질 뿐이다.

heater.jpg» 독일 클라우드 앤 히트 사의 서버 겸 난방 캐비닛. 사진=클라우드 앤 히트  

 

그런 점에서 최근 유럽에서 시도되고 있는 분산형 난방 겸용 데이터 센터가 눈길을 끈다. 독일의 ‘클라우드 앤 히트’란 컴퓨팅 회사는 서버를 한 곳에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열이 필요한 사무실 여러 곳에 분산시켜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난방용으로 쓴다.

 

열이 필요하지 않을 때 나온 열은 물을 데워 온수로 저장한다. 이 회사는 서버 캐비닛을 설치한 사무실에 전기와 인터넷 요금을 내 주니 사무실은 공짜로 난방을 하는 셈이다. 열을 오롯이 재활용한 덕분에 이 회사는 ‘녹색 인터넷’을 제공하는 명성을 얻고 냉방 비용을 아낀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가 2011년 제안한 ‘데이터 난로’의 개념이 벌써 실현된 것이다. 이런 디지털 난방에도 약점이 있다. 난방이 필요한데 데이터 고객이 컴퓨터를 쓰지 않거나, 더운데 컴퓨터가 많이 돌아가면 문제가 생긴다.

 

ordenadores-calefaccion-02.jpg» 카르노 컴퓨팅의 서버 겸 난방 라디에이터 모습. 사진=카르노 컴퓨팅

 

독일 회사는 온수탱크를 채용했지만, 더운 날에는 열을 방출해야만 한다. 프랑스 회사 카르노 컴퓨팅도 서버를 난방 라디에이터처럼 가정에 보급해 열원으로 쓴다. 그런데 이 회사는 컴퓨터 능력이 남으면 대학연구소에 무료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채용했다.

 

가정과 사무실 수백곳에 무료로 난방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시장 가격보다 싼 상업 연산 서비스를 친환경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공공연구에도 기여한다. 공유와 협력의 정신이 엿보인다.
 

지난 연말 방한한 세계적 에너지 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는 이런 ‘디지털 난방’을 제공하는 기업 사례를 들면서 세계는 핵발전소에 기댄 중앙집중식 에너지 시스템에서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분산형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가 당시 문재인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정보통신 혁신의 선두주자인 한국이 왜 에너지 혁명에는 이처럼 무관심한지, 정말 의문입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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