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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독재.개발이 대한민국 역사냐"

 

"유신.독재.개발이 대한민국 역사냐"
역사학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 중단 촉구
 
 
2012년 12월 26일 (수) 17:53:48 조정훈 기자 whoony@tongilnews.com
 

 

   
▲ 26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을 앞두고,역사학계는 "전면 재검토, 재논의"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26일 서울 광화문에 개관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대해 역사학계가 '개관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역사정의실천연대'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졸속 개관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폐쇄성, 일방성, 즉흥성, 비전문성 등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한국 현대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곳임에도, 12명의 참여자 중 4명은 현대사 전공자가 아니며, 8명은 역사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민국'이 가진 건국이념과 지향가치가 빠져 있고, '역사'도 사료만 전시되었을 뿐, 사료의 의미와 역사적 맥락, 가치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고. 또한 전시물에 대한 설명과 해설이 없어 단순한 '골동품 전시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는 "붕어빵에 붕어 없고, 칼국수에 칼이 없다는 말 처럼, 박물관에는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이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한상권 교수는 "대한민국이 어떤 이념으로 나라를 세우고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제시해야한다. 그러나 전혀 없다"며 "이는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가치를 말할 수 없어 아예 빼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료는 많이 전시되었다. 그러나 사료전시가 역사가 아니"라며 "누가 봐도 왜 이 자료가 여기에 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자료만 나열했다. 박물관이 아니라 '정부기록보관소'"라고 평가절하했다.

한 교수는 "이는 졸속개관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검토와 설명을 할 수 없었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역사학자로서 상당히 창피하다"며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공범자가 된다. 학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동기 서울대 교수는 "대한민국 정치공동체 모든 성원의 욕구를 담는 역사의식을 담아야 한다. 그런데 극히 일방적이고 역사편향적인 역사인식을 전시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동기 교수는 "다양한 역사적 경험, 기억, 다원적 가치가 공존하지 못했다"며 "대한민국 위용과 성공, 성공신화에 사로잡혀서 수없이 많은 공동체 성원의 희생, 굴절이 하나도 소개되지 못했다. 비극적인 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는 4.3항쟁에 대한 기록은 없고, 4.19민주항쟁과 광주민주항쟁은 극히 짧은 분량만 소개되어있다. 그리고 '5.16쿠데타'에 대해서는 헌정파괴라는 의미가 생략된 채, '5.16군사정변'이 있었다는 식의 소개만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교수는 "기본적인 사실과 연관관계, 맥락들이 하나도 없다. 일방적이고 편향적"이라며 "방문자체를 거부하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사업 추진 방식의 폐쇄성과 일방성, 즉흥성 등으로 말썽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개관한다"며 "온갖 파행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현 정부 임기 안에 개관해 정권 업적으로 남기겠다는 의도를 관철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역사박물관은 단순히 과거 유물을 모아놓는 골동품 창고가 아니다. 승자를 기리는 기념비적인 공간도 아니다"라며 "국가폭력과 전쟁, 독재와 인권유린을 경험한 한국현대사의 경우, 역사박물관은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역사교훈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개관이 후세에 '부끄러운 과거'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 향후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고 전면적인 재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초 이날 기자회견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개관식 참석을 이유로 경찰이 방해, 박물관 정문 맞은 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번에 개관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필요성 발언 이후, 2009년 건립위원회가 출범, 2014년 개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년을 앞당겨 개관, 이명박 정부의 치적 논란을 야기했다.

따라서 독일 '독일연방공화국역사의 집'이 12년의 준비를 거쳐 개관된 것과 비교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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