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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청소노동자들이 부른 감동의 크리스마스 캐럴

청소노동자 합창단 '한마음', 시작부터 첫 공연까지

최하얀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2-25 오전 10:14:00

 

지난 10월, 60대 청소노동자들이 작은 합창단을 만들었다. 이름 하여 '한마음'. 홍익대학교와 세종로 대우빌딩(서울스퀘어) 청소노동자들로 구성됐다. 단원이 8명밖에 되지 않는 아마추어 합창단이지만, 벌써 성황리에 공연도 한 차례 치렀다. 매주 월요일에 한데 모여, 한 시간 반씩 노래 연습을 한 덕택이다.

청소노동자가 합창단과 같은 여가생활을 갖기란 쉽지 않다. 비정규직에, 여성, 그리고 60대 고령이라는 세 가지 조합의 청소노동자들.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만으로는 아무리 아껴도 소소한 문화생활 한 번 하기가 쉽지 않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퇴근 후엔 서둘러 귀가해 남편 저녁상을 차리는 등 가사노동에 재차 시달려야 한다. 여가생활을 즐길 시간도, 돈도 충분치 않다.

합창단 '한마음'에 주목한 건 그래서다.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찾아 헤매는 여가생활. 그것이 청소노동자에게는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마음'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비록 돈과 시간이 부족한 60대 노동자일지라도, '노래할 권리가 있다'는 당연한 명제를 새삼 일깨운다.

<프레시안>은 그간 '한마음' 연습장소를 두 차례 방문했다. 합창단을 통해 이들 청소노동자가 어떤 변화를 체험하는지를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단원 한 명, 한 명의 노동과 삶에 얽힌 사연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한마음'의 첫 공연을 관람한 것을 끝으로, 그간의 취재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악보를 보며 노래를 부르는 청소노동자 합창단 '한마음' 단원들. ⓒ프레시안(최하얀)

어색하고 쑥스러운 춤과 노래, 잘할 수 있을까?

지난 10월 22일 월요일 오후 5시.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건물 2층 노조 사무실. 작은 체구에 뽀글뽀글 머리를 한 60대 여성들이 직사각형 탁자를 둘러싸고 앉아 있다.

이날은 한마음 단원들의 세 번째 연습 날. 노래 선생님이 오기를 기다리며 가슴팍에 노문희(63·홍익대)라는 이름표를 단 한 청소노동자가 장윤정의 <어머나> 악보를 이리저리 뒤적인다. 단원들은 아직은 서로 조금 어색한 모습이다.

5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노래 선생을 맡은 국립오페라단 노조의 이윤아 조합원이 도착했다. 국립오페라단 노조는 홍익대 청소노조와 대우빌딩 청소노조가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한 지부다. 청소노조들과는 한 식구인 셈이다.

연습장소에 들어선 이 씨는 단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곧 "알토, 소프라노, 파트별로 앉으셨나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알토 4명, 소프라노 4명이 좌우에서 "네~"라고 대답한다.

"우리 세 주 동안 <어머나> 연습했잖아요~ 지난주에는 숙제도 내드렸는데! 다들 흔들기 연습하셨어요? 이렇게 엉덩이를 좌우로 튕기면서 퉁! 퉁! 자, 다 같이 일어나서 날라리처럼 흔들면서 자신 있게 불러볼까요?" 이 씨가 이렇게 말하자, 8명의 단원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반주에 맞춰 노래를 시작했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안돼요, 왜 이래요 묻지 말아요. 더 이상 내게 원하시면 안 돼요~"

하지만 이 씨가 주문한 것과는 달리, 단원들의 몸은 뻣뻣하기만 하다. 아직은 춤추며 노래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 듯했다. 노 씨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하려 먼 산을 쳐다본다

사실, 알토·소프라노 구분은 무색했다. 알토를 맡은 단원들은 어느새 소프라노 음정을 그대로 따라가 버리고 있었다. 화음은 온데간데없고, 다 같이 알토 음을 부르다 난데없이 소프라노 음으로 갈아타 버리는 등, 노래는 금세 뒤죽박죽이 되곤 했다.

그래도 이 선생은 "정말 잘했어요. 정말 멋있어!"라며 칭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선생님을 지켜보던 단원 신명숙 씨(62·홍익대)가 "왜 이렇게 비행기를 태워. 이러다 비행기에서 떨어지겠네!"라며 씨니컬하게 말했다. 그러자, 마침내 단원들이 큰소리로 함께 웃었다. 긴장과 쑥스러움은 이렇게 차차 풀려가고 있었다.

이윤아 씨는 중간 중간 알토·소프라노 각각의 음정을 잡아주며 섬세하게 한마음을 지도해나갔다. 복잡한 음악 기호도 최대한 쉽게 천천히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이 씨를 따라 단원들은 난생처음 본 음악기호 이름을 수첩에 적으며 "알레그레토!"라고 따라 읽었다.



지난 15일 청소노동자 합창단 '한마음'이 제3회 서울여성조합원대회에서 첫공연을 선보였다. ⓒ프레시안(최하얀)

청소노동자 노문희 씨 이야기, "외환위기가 우리 가족을…"

6시 반, 연습이 끝나고 노 씨는 "우리 정말 잘했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노 씨는 10여 년 전 청소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전에는 큰 걱정 없이 전업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고, 남편이 운영하던 공장에 연쇄부도가 났다. 남편은 그 길로 서울 동작구에 있던 플라스틱 상자 제조 공장을 접었고, 지금까지 재기하지 못했다.

"공장 날아가고, 집도 다 날아가고. 우린 알몸만 남은 거지. 그래서 내가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어요. 청소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처음에는 비참해서 죽고 싶더라고."

그렇게 시작한 청소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몇 년 전, 노 씨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무릎과 갈비뼈를 다쳤다. 당시는 노조가 없던 시절, 당연히 산업재해는 신청할 수 없었다.

"아프다고 말도 못 하고 그냥 일했어. 아프다고 말하면 그만두라고 하니까. 그래서 내 돈 주고 약 사 먹으면서 버텼지. 병원 다닐 형편은 안 됐고. 치료를 제때 못 받으니 아픈 게 한참 가더라고."

노 씨는 이렇게 말하며 "노조가 생기고 아플 때 병원을 갈 수 있게 된 것이 참 좋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생기니까, 그때야 병원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말했을 때 회사가 뭐라고 못 하더라고"라며 "이젠 침도 맞으러 다니고, 많이 나아졌어요. 예전처럼 아프고 쑤시진 않아"라고 말했다.

이어 노 씨는 "노조가 이렇게 합창단까지 만들어줘서, 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세상 사람들이 작년에 홍익대 아줌마들에게 관심을 가져준 만큼, 나도 다른 학교 청소 아줌마들한테 힘든 일 있으면 가서 열심히 같이 싸워줄 것"이고도 말했다.

▲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 노문희 씨. ⓒ프레시안(최하얀)

대본 100개를 통째로 암기한 성룡처럼…

지난달 12일, '한마음' 연습장소를 3주 만에 다시 찾았다. 장윤정의 <어머나>를 어느 정도 마스터한 단원들은 동요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를 새로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 단원은 "이건 좀 쉬워"라며 기자에게도 악보를 하나 건넸다.

3주 전과 달리 단원들은 훨씬 노래에 자신감이 생긴 듯했다. 분위기도 한결 자연스러워져, 틈틈이 수다를 떨며 노래 연습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알토를 맡은 이정희 씨(60·대우빌딩)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습한다고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출세했대요"라며 "난 요즘 흥이 나서 일하면서도 여기서 배운 노래를 막 불러"라고 말했다.

노래 실력도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알토 단원은 알토 음정을 내고, 소프라노는 소프라노 음정을 내고 있었던 것. 게다가 종종 악보에서 눈을 떼고 선생님이나 옆 단원을 바라보는 여유로움도 생겼다.

'어떻게 이렇게 달라졌어요'라는 물음에 이 씨는 "통째로 다 외워 버렸어"라며 웃었다. 이윤아 선생은 단원들에게 영화배우 성룡이 100편이 넘는 영화대본을 통째로 암기하곤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우 성룡은 가난했던 집안 형편 탓에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문맹이 됐다. 그런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대본을 읽어 달라고 부탁, 남의 대사까지 통째로 대본을 암기했다고 알려진다.

이윤아 선생은 "악보를 못 읽는 건 부끄러운 게 결코 아니"라며 "열심히 노래를 배우려는 마음 하나로도 충분히 합창단을 할 수 있다"고 단원들을 다독였다.

그렇게 단원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영어 가사로 된 캐럴도 연습했다. 노래와 함께 선보일 율동도 연습하고, 빨간색 단체 목도리도 맞췄다. 휴가 날에도, 치과에서 이를 뺀 날에도 단원들은 연습에 빠지지 않고 나왔다. 공연일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 청소노동자 합창단 '한마음' 단원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활동가들. ⓒ프레시안(최하얀)

청소노동자 이정희 씨 이야기, "독거노인 보살피기 위해 일 계속 하고파"

합창단을 하며 "삶에 흥이 늘었다"는 청소노동자 이정희 씨는 젊은 시절 세관 공무원이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낳으며 하던 일을 그만뒀다.

하지만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들이 다 크고 난 후, 이 씨는 "다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는 못 벌어도 내 용돈은 벌 수 있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이 씨는 5년 전 청소 일을 시작했다.

이 씨는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가정형편이 아주 어려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씨가 궂은 청소 일을 계속하고자 하는 것은, 그가 보살피고 있는 독거노인들을 위해서다.

이 씨는 상계동과 정릉에 사는 80대 독거노인 세 명을 돌보고 있다. 한 사람당 각각 30만 원씩 생활비를 지원하고, 가끔 군고구마 등을 사 들고 찾아가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는 "적은 월급, 혼자서 쓰고 싶은 데 다 쓰려면 부족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안 쓰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쓰니 누구보다 마음이 부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분들(독거노인)을 위해 계속 일(청소)을 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사실 청소노동자 중에는 이 씨와는 달리 자신이 하는 일을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윤아 선생도 합창단을 지휘하며 종종 "청소하는 게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 않니"라는 말을 단원들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이 선생은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적잖이 당황했다"며 "주가를 조작하거나, 탈세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부끄러워해야지, 어머니들은 부끄러워하실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청소노동자들은 '내가 대체될 수 있는 인간'이란 생각을 버리지 않는 것 같았다"며 "그래서도 꼭 청소노동자들이 무대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대에 한 번 서고 나면, 자신감이 솟아날 것"이라는 게 이 씨의 믿음이었다.

ⓒ프레시안(최하얀)

마침내 첫 공연, "옆 사람 믿어요. 틀려도 옆 사람이 받쳐줄 거니까"

지난 15일, 마침내 '한마음'이 첫 무대에 섰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제3회 서울여성조합원대회에 초청 공연팀으로 섭외된 것. 떨리는 첫 무대를 앞두고 단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단원들을 이윤아 선생은 "옆 사람 믿어요. 틀려도 옆 사람이 받쳐줄 거니까"라며 다독였다.

조명이 꺼지고, '한마음'이 무대에 오를 차례. 단원들은 색색의 손전등을 들고 무대로 줄지어 걸어나갔다. 객석은 그런 단원들의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전주가 흘러나왔다. 처음 부를 곡은 캐럴 <We Wish You're Merry Christmas>. 캄캄한 무대 위에서 단원들은 합창 첫 파트를 훌륭하게 해냈다.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화음에 객석 여기저기서 "오~"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조명이 켜지고, 단원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빨간 목도리를 맞춰 한 밝은 표정의 단원들. 이들은 경쾌한 반주에 맞춰 노래를 이어나갔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한마음>은 씩씩하게 첫 번째 노래를 끝냈다.

곧이어 가장 연습을 많이 한 <어머나>를 부를 차례. 노래 전체를 통째로 외운 덕에 악보를 손에 들고 읽을 필요는 없었다. 자유로운 두 손을 이용해 청소노동자들은 귀여운 군무를 선보였다. 한쪽 무릎을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며 엉덩이를 퉁퉁 튕겼다. 흥이 난 관중은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다.

연습할 때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도, 어느새 놀랍도록 다듬어져 있었다. 이윤아 선생이 지휘를 하며 소프라노 단원들에게 손짓하자, 이들이 "좋아해요~"라고 불렀고. 곧이어 알토 쪽에 손짓을 하자 "좋!아!해!요!"라는 스타카토 음이 나왔다. 다시 알토 단원들이 "소설 속에"라고 부르자, 소프라노가 바로 "소설 속에"라며 높은음으로 맞받아쳤다.

훌륭한 앙상블. 공연이 모두 끝나자, 객석 일부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홍익대 청소노조는 단원들을 위해 준비한 장미꽃을 무대 위로 올라가 하나씩 나눠줬다. 지휘자가 객석을 향해 돌아서, 퇴장 인사를 했다. 이어 단원들이 한 손에는 장미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객석에 손을 흔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로 나온 단원들은 서로 껴안고 "우리 정말 잘했어"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정희 단원은 "스타 된 기분"이라며 "또 하고 싶다"고 말했고, 노문희 단원은 "해냈구나! 해냈어!"라고 말했다.

단원들은 이윤아 선생을 끌어안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 기자에게는 "우리 정말 잘했지? 정말로 잘했지?"라고 연신 물어보기도 했다. "정말 잘하셨어요"라는 대답에 한 단원은 "그래, 이제까지는 잘한다고 말해줘도 안 믿었는데, 내가 알아. 오늘은 우리 정말 잘했어!"라고 말했다.

한마음 단원들은 입을 모아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이정희 단원은 "노래도, 일도 당당하게 할 것"이라며 "목소리가 나오는 날까지 합창단을 계속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청소노동자 합창단 '한마음'은 이날 바로 다른 공연 섭외 요청을 받았다. 세상 어떤 악기, 어떤 합창보다 아름다웠던 이들의 노래를 사람들이 알아본 게다.

국립오페라합창단 노조 이윤아 씨, "노동조합과 합창은 닮았어요"

합창단 '한마음'이 첫 공연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던 데는, 국립오페라합창단 노조 이윤아 씨의 힘이 컸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은 지난 2002년 창설됐다. 그러다 2009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당시 장관 유인촌)는 '경영 효율화'와 '직제에 없는 부서'라는 이유로 7년이나 된 이 합창단을 갑자기 해체했다.

이전까지 합창단은 연간 40~50여 회 공연을 하고, 2007년에는 대구 국제오페라축제에서 대상을 받는 등 뛰어난 능력을 선보여 왔다. 오랜 기간 실력을 쌓고, 호흡을 맞춰온 덕이었다.

이런 합창단을 해체한단 소식에, 당시 문화 예술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합창단원들은 길거리에서 '해체반대'를 외치며 싸웠다. 이 사건은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 지원 문제라는 사회적 이슈로 번지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 중 하나로 '나라오페라합창단'을 창설, 해고된 합창단원을 임시 고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노조에 따르면 정부는 당시 "3년만 나라합창단에 있으면 안정된 상설기구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문광부는 지난해 합창단 부활 약속을 저버렸다. 그리고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에 동의하면 1년간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80만 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합창단 부활을 손꼽아 기다렸던 단원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결국, 문광부가 내세운 확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12명은 2009년에 이어 또다시 길거리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윤아 조합원은 이 열두 명 중에 한 사람이다. 노동조합을 잘 알고, 그 자신도 합창단원이므로, '한마음'을 지도하기에 이 씨보다 적합한 인물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씨는 "처음 '한마음' 합창단을 맡아 달란 제안을 받았을 때는 몇 번 고사를 했다"고 말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막상 해보니, 한마음 지도를 맡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단원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내가 오히려 단원들에게 고맙다"라며 "열정이 희석된 전문 가수와는 다른, 아마추어의 열정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한마음' 지도를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 생각을 하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씨는 "노동조합과 합창은 닮았다"고 말한다. "앙상블, 다시 말해 조화와 협력이 그 어느 곳보다 필요한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마음 단원들이 계속 합창을 하고 싶어하는 한, 나도 '한마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원들에게 끈끈한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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