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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500’ 받은 이완구, 조중동도 꼬리 자르기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총리후보 시절 3000만원 받은 구체적 정황 공개… 조중동 “이완구 사퇴해야”
 
입력 : 2015-04-15  07:15:06   노출 : 2015.04.15  07:15:06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이완구 국무총리가 벼랑 끝에 몰렸다. 경향신문은 2013년 4월4일 오후 4시30분 이완구 당시 국회의원 후보의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완종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전 경남기업 회장)이 3000만원을 건넨 구체적 정황을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검찰이 현직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며 ‘초유의 일’이라 전했다. 

조선일보는 15일자 사설에서 “이완구 총리가 현직에서 수사를 받는 게 타당한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실상 이 총리의 직무정지를 요구했다. 이완구 총리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에게조차 버림받은 상황이다. “총리부터 수사하라”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에 따라 보수언론이 발을 맞추고 있는 결과다. 다음은 15일자 전국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9개 종합일간지 머리기사가 모두 ‘이완구 국무총리 뇌물수수 의혹’이다.

경향신문 <성완종 측 “차에서 비타500 박스 꺼내 전달”>
국민일보 <이완구 “돈 받은 증거 나오면 목숨 내놓겠다”>
동아일보 <成 “3000만원 줬다” 李 “받았다면 목숨걸 것”>
서울신문 <여권發 특검‧사퇴론…‘벼랑 끝’ 李총리>
세계일보 <檢, 현직 총리 이완구 수사 ‘사상 초유’>
조선일보 <與圈서도 불거진 李총리 사퇴론>
중앙일보 <성완종 비망록엔 이완구와 만남 23차례>
한겨레 <여당 지도부 “총리부터 수사하라”…사실상 사퇴 압박>
한국일보 <與서도 사퇴론 확산…李총리 ‘막다른 골목’>

   
▲ 경향신문 15일자 1면.
 

경향신문은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측 인사와 인터뷰를 통해 성 전 의원이 2013 4월4일 오후 4시30분 당시 이완구 후보의 부여선거사무소에 2시간 정도 머무르며 돈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성 전 의원측 인사는 “(성 전 의원이 서울에서 타고 간) 승용차에 비타500 박스가 하나 있었다”며 “회장님 지시에 따라 그 박스를 꺼내 들고 (선거사무소가 있는) 건물 계단을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당시 선거사무소는 넒은 홀에 여직원 둘이 있었던 기억이 나고, 한쪽 칸막이 안에 이 총리와 성 전 회장 둘만 있었다”며 구체적 상황까지 묘사했다. 이어 “성 전 회장은 홍아무개 도의원 등과 현장에서 인사를 나눈 기억이 나고, 칸막이 안에서 이 총리를 만났다”며 “(회장 지시로) 비타 500박스를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비타500 박스에 3000만원이 들어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중앙일보 또한 1면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성 전 의원의 최측근과 인터뷰를 통해 “2013년 4월4일 오후 2시쯤 충남도청 개청식에 참석한 뒤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던 이완구 후보의 선거 사무소로 이동했다. 이 후보가 중간에 다른 분들을 물리고 성 전 회장과 단 둘이 독대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측근 B씨는 “봉투에 5만원권을 담아 들고 간 것으로 안다”며 “봉투가 꽤 두툼했다”고 말했다.

성 전 의원이 이완구 총리에게 돈을 건넨 구체적 정황을 직접 본 성 전 의원 측 인사의 증언이 나오면서 이 총리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검찰수사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는 “경남기업 한아무개 부사장이 성완종 전 의원의 회사 돈 횡령자금의 일부인 전도금 명목의 32억원 입출금 내역이 담긴 USB를 통째로 검찰에 넘기면서 성완종 리스트의 퍼즐을 맞추는데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세계일보 15일자 1면.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 총리가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빨리 국무총리부터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특별검사 수용의사도 밝혔다. 이와 관련 세계일보는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 총리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규정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검찰은 성 전 회장 측근들이 금품 전달 비밀장부의 존재를 증언함에 따라 이 장부를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국정2인자인 총리가 주요 용의자로 수사선상에 오르고, 막후 2인자라고 할 말한 대통령 비서실장까지도 의혹을 받고 있다. 리스트에 지목된 인사들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누리당 내에서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여권에선 총리와 실장이 정부를 떠받치는 양대 축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들의 혐의가 입증되면 정권이 결딴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 보인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새누리당 초선의원의 말을 빌려 “어차피 총리는 사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가 지금 사퇴해서 당에 길을 터주는 것이 가장 깔끔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새누리당은 이 총리 관련 의혹이 꼬리를 문다면 언제든 총리 사퇴 카드를 꺼낼 수 있는 기세다. 여권의 공멸을 막기 위해 이 총리부터 꼬리 자르기를 해야 한다는 명분도 새누리당이 쥐고 있다. 16일 남미 순방에 나서는 박 대통령은 사면초가 신세”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검찰이 현직 총리를 수사한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금품 수수 문제로 현직 총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지적한 뒤 이날 사설에서 “이 총리가 현직에서 수사를 받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 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한지 한 달여 만에 되레 검찰수사를 받는 민망한 사태를 맞게 됐다. 이 총리가 이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국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사실상의 사퇴를 요구했다. 

   
▲ 조선일보 15일자 사설.
 
   
▲ 동아일보 15일자 사설.
 
   
▲ 중앙일보 15일자 사설.
 

이 신문은 “이 총리는 형사 피의자 신분으로 내각을 이끌어야 한다. 임기 3년차 대부분이 이렇게 지나가면 나라와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동아일보 또한 “부패 의혹을 받는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지휘하는 것도 코미디다. 이 총리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면 이제라도 사퇴해 본인과 박근혜 정부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이완구 총리가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국민은 거의 없다”고 밝힌 뒤 “성 전 회장의 폭로는 목숨을 걸고 돈의 액수와 장소, 시점을 특정한 데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원 수뢰 의혹처럼 주장 일부는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이 총리의 수뢰 의혹에 합리적 의심을 품는 건 당연하다. 행정 수반으로서 이 총리의 권위는 이미 크게 실추됐다”고 평가했다. 

보수언론, 부패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제3자적 부패 해결사로 묘사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보수정부의 국무총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며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조중동의 프레임에서 눈 여겨 볼 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3자적 입장으로 묘사된다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을 사태의 ‘원인’이 아닌 사태의 ‘해결사’로 언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프레임의 왜곡이다.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2006년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건넸다고 주장하는 돈의 목적지는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홍문종 의원에게 건넸다는 돈은 2012년 대선자금 명목으로 박근혜 대통령으로 연결된다. 김기춘 전 실장이 받은 1억원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여행경비 명목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언론의 프레임을 통해 본인이 부패의 중심으로 지목되는 상황은 모면하고 있다. 이날 한국일보 사설을 보자. “총리가 비리 문제로 낙마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크게 흔들리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 총리가 스스로 거취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다.” 박근혜정부를 위해 이완구 총리가 결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숱한 의혹 속에서도 이완구 총리를 임명한 주체는 박 대통령이다.

중앙일보는 “부패 척결을 다짐한 총리가 부패척결 수사의 핵심 대상이 된 건 나라의 총체적 위기를 상징한다”고 우려했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의미한다. 하지만 언론은 현재까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고 있다. 아직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과 경향신문과의 50분 간 인터뷰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최종 확인이 안 되는 상황에서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로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김창균 조선일보 부국장은 이날 칼럼에서 “성 전 회장 최후의 반격은 박근혜 정부의 중심부를 정확히 강타하며 초토화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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