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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발등에 떨어진 북한 SLBM

오바마 발등에 떨어진 북한 SLBM
 
 
 
우리사회연구소 곽동기 상임연구원 
기사입력: 2015/05/23 [13:00]  최종편집: ⓒ 자주시보
 
 

북한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의 발사시험에 성공하자 한-미가 떠들썩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대해 미사일 방어체제 (MD)로 대응해왔습니다. 국토가 크지 않은 북한이 미 본토로 발사할 미사일의 궤적이 일본-알래스카-캐나다를 잇는 좁은 회랑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 그 부분의 MD 체제를 강화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SLBM 개발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가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한 것입니다. 상황은 한-미에게 매우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1. 핵과 ICBM, 핵증산에서 SLBM까지

 

북한의 SLBM 발사성공은 북-미 군사대결에서 전략무기의 기술수준이 대등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의 이른바 “대량살상무기” 개발일지를 한번 살펴봅시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1998년 8월 31일, 북한은 백두산 1호 로켓을 통해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발사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이를 대포동 1호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북한의 우주공간 진입 로켓기술이 1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2005년 2월 10일에는 핵보유선언을 한 데 이어 2006년 10월 9일에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제1차 지하핵시험을 단행하였습니다. 한국지질자원 연구원은 리히터 규모 3.58의 인공지진파를 감지하였습니다.

 

2006년 7월,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하였습니다. 미사일은 발사 후 40초 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져 한-미는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외교적 분쟁을 만들지 않기 위해 애당초 그 지점까지만 비행할 계획으로 발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SLBM 시험처럼 말이죠. 미국은 이를 대포동 2호 미사일이라고 불렀습니다.

 

2009년 4월 5일, 북한은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성공리에 발사해 궤도 경사각은 40.6°. 지구로부터 제일 가까운 거리는 490km, 제일 먼 거리는 1426km인 타원궤도로, 주기는 104분 12초로 지구를 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한-미는 부정하였지만요.

 

미국은 광명성 2호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라고 북한을 압박하였습니다. 북한은 2009년 5월 25일, 제2차 핵시험으로 맞섰습니다. 한국 기상청은 리히터 규모 4.5의 인공지진이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1차 핵시험에 비해 약 10배 가량 지진규모가 커진 것입니다.

 

이후 북한은 2012년 4월 13일에는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발사하였으나 실패하고 2012년 12월 12일에 재차 발사해 우주궤도 진입에 성공하였습니다. 당시 광명성 3호 2호기는 미국도 발사 성공을 인정하였습니다. 2012년 4월 15일, 북한은 차량이동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전격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 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가서 대북제재를 강화했습니다. 북한은 2013년 2월 12일, 제3차 지하핵시험으로 맞섰습니다. 기상청은 처음에는 규모 5.1의 인공지진이 감지됐다고 밝혔다가 오후에 4.9로 조정했습니다. 그러나 독일은 진도 5.2, 미국은 진도 5.1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당시 정승조 합참의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두고 완전한 수준의 수소폭탄에 이르기 전 단계의 위력이 증강된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을 시험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 입장은 3차 핵시험 후 정정되었습니다만, 우리 군도 북한의 수소폭탄 개발을 우려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제3차 핵시험 이후 북-미는 사실상 핵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극단적 군사대결을 벌입니다. 하지만 2013년 4월 5일,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지도부의 오판을 우려해 대북무력시위계획인 플레이북을 중단하였습니다. 정말 전쟁이 날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때는 이미 3월 31일, 북한이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한 뒤였습니다. 이는 사실상의 핵증산 선언으로 북한은 그때부터 <병진노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병진노선>이 2년을 지난 2015년 5월 8일, 북한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시험에 성공하였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살펴보면 북한은 미국의 압박이 있을 때마다 전략무기를 계단식으로 강화했습니다. 핵개발에서 장거리미사일로, 다시 핵증산으로, 여기서 SLBM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핵과 우주발사체 능력이 나아질 때마다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였고 이는 다시 북한 전략무기 개발의 빌미가 되어왔습니다. 이 공식은 20년째 그대로입니다. 정말로 “멍청한 제재”입니다. 

 

 

결국 2015년 5월에 이르러 북한은 핵탄두와 그 타격수단에 있어 미국과 거의 대등해지는 상황에 도달하였습니다. 2015년 5월 20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의 핵타격수단은 본격적인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다. 중, 단거리로케트는 물론 장거리로케트의 정밀화, 지능화도 최상의 명중확률을 담보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섰다. 우리는 이에 대하여 숨기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차량이동형 ICBM에 SLBM 개발이 막바지에 왔으며 핵시험만 3번을 단행해 핵탄두의 소형화, 다종화를 주장하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향후 북한의 대미공세가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SLBM 쏘는 데 웬 인권?

 

북한이 SLBM이라는 카드를 제시하자, 한-미는 갑자기 바빠지고 있습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5월 18일, 서울을 찾아 북한의 SLBM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고 “이제 우리는 더욱 더 압력을 가하고 제재 조치라든지 다른 수단을 통해, 그가 지금 미사일시스템과 핵무기 프로그램이라는 매우 위험한 경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 20년을 헤아립니다. 케리 장관은 이를 “매우 위험한 경로”라고 했지만 북한은 이를 “매우 안전한 경로”라고 인식하는 듯합니다. 

 

 

실제 케리 장관은 SLBM이라는 군사적 사안에 대해 난데없이 북한인권에 대한 추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국제법을 무시하면서 자국민들의 자유와 인권보호를 거부하므로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유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SLBM 개발이 “매우 위험한 경로”라면, 이라크 사담후세인을 “사막의 폭풍작전”으로 유린했듯이, 지금 당장 평양을 폭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SLBM을 쏘고 있는데 인권을 이야기하는 케리 장관의 발언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2일에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장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함께 한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SLBM을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의 안정을 저해하는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SLBM을 MD로 막을 방법을 찾으라며, 동시에 외교적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MD 체제는 미국을 빼고는 성립될 수 없습니다. 이는 곧 한미동맹을 북한 SLBM의 유력한 대응책으로 제시한 셈입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 등 우방과의 협의를 기초로 국제사회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에는 일본도 포함됩니다. 국방부는 오는 5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보도에 따르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 등 국지도발 위협 등에 대해서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는 SLBM을 막을 수 있다며 미국을 바라보지만, 미국은 SLBM에 대해 북한인권을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일본을 끌어들여 한일 국방장관회담까지 열리게 되었습니다.

 

북한의 SLBM 개발에 미국이 제재와 인권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는 미국이 군사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런 식으로 별 것 아닌 듯 대응하다가 북한의 핵시험과 ICBM, 핵증산을 허용했고 이젠 SLBM까지 내주었습니다.

 

미국과 군사대결에 맞서 전략무기를 개발해 온 북한의 대응방식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6.15/8.15 민족공동행사와 8월말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앞두고 북한이 군사적 대응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전쟁, 제재, 테러의 비현실성 

 

북한 SLBM에 대한 한미동맹의 대응책은 무엇인가요?

첫째, 북한정권을 응징하기 위한 대북전쟁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북한 SLBM을 실전배치되기 전에 먼저 공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미는 이미 2013년 2월에 이미 치열한 군사대결을 벌였습니다. 당시 북한 지도부는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모든 군사 통신선을 단절시켰습니다. 북한 전략로켓군을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키며 한반도가 핵전쟁 상태에 돌입한다고 유엔에 통보하고 미 본토와 해외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핵전쟁을 경고했습니다. 결국 먼저 발을 뺀 것은 플레이북을 중단시킨 미국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선제공격한다면 해외주둔미군기지와 미 본토가 북한의 핵보복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자칫 핵미사일 1발 쏘다가 한-미-일 3각 동맹이 모두 방사능 벨트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본토가 핵공격을 받는 것이 두려운 미국은 남북간 충돌에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 동안 우리 국방부는 북한에게 “도발하면 뼈저린 후회”를 장담했는데,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NLL에 교전이 일어나면 어찌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전쟁이 힘들다면 둘째, 대북제재를 강화해 경제적으로 북한을 고립압살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실제 케리 장관의 “압박 강화” 발언을 보면 미국은 북한고립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지난 20년간 미국이 북한에게 지속적으로 써 온 수법입니다. 이미 최고조에 달한 대북제재는 강도를 더 높일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북한에게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습니다. 미국이 흔들릴수록 북미대결을 최대한 활용에 국익을 도모하고자 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있는 이상 경제제재로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셋째,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방법이지만 미국이 맛을 들인 “요인암살”이 있습니다. CIA 등 정보기관을 동원한 요인암살입니다. 5월 21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미 포린폴리시는 미 CIA가 테러범 검거 및 살해까지 담당하는 살인조직으로 변질되었다고 했습니다. CIA는 대통령 직접보고 권한과 워싱턴 인맥을 활용해 자기 과오를 숨기는 “거대 괴물”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 역시 “휴민트”라 불리는 북한정보원을 매수하고 있습니다. CIA와 국정원이 출동해 북한요인 암살과 테러를 가하면 북한정권은 붕괴될까요?

 

국정원이 심혈을 기울인다는 “휴민트”는 북한내부의 정보를 돈 받고 파는 일종의 “거래자”이지, 무슨 요인을 암살할 특수부대원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미국은 1950년 6.25 전쟁 이후 65년 가까이 북한지도부 암살을 노렸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북한 내부적으로도 지난 2013년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유일지도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2012년 7월 20일에는 북한국경 인근에 북한지도자의 동상을 파괴하러 들어간 탈북자가 북한당국에 체포되어 미국과 국정원이 배후였음을 인정한 이른바 “동까모”사건도 있었습니다. 암살은커녕 동상도 파괴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북한을 테러로 섣부르게 건드렸다가는 2012년처럼 실패하고, 북한의 대미강경대응만 초래할 수 있습니다.

 

넷째, 보수진영의 주장대로 최근 북한 평양의 경제발전을 향유하는 평양 엘리트 시민들을 이른바 “시민혁명”에 동원할 수 있을까요? 미국은 이를 위해 열심히 대북전단을 날리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미 일정한 경제적 소비를 하고 있는 평양시민들이 목숨걸고 북한정권 붕괴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원래 혁명은 가장 억압받고 착취받는 자들이 선두에 섭니다. 북한사회에서 기반이 튼튼한 평양시민들이 개별적으로 뿔뿔이 흩어진 상태에서 남측에서 날아오는 “전단”만 보고 혁명에 목숨 걸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어처구니없습니다.

 

결국 현재로써는 핵능력을 확장해나가는 북한정권을 쓰러트릴 방법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면 북한경제가 괴멸된다며 백두산 화산을 연구하겠습니까.

 

 

4. 유일한 출로는 북미관계 정상화

 

결국 방법은 관계개선입니다. 북-미 관계개선은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으며 약속하였던 “핵없는 세계”를 이행할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북미관계 개선은 미국독점자본에게도 출로가 없는 세계경제에서 미 독점자본이 태평양-시베리아 경제권을 출구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박근혜 정부에게도 6.15 공동선언 이행을 통한 통일경제 구축은 우리민족이 부강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출로입니다. 

 

 

너무나 명백한 북미관계개선의 이익 앞에서도, 미국은 구체적 방법도 없이 “북한인권규탄”과 “대북제재강화”라는 공허한 메아리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동북아 군사패권을 내놓기가 너무나 아깝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지난 20년간 반복되어온 “멍청한 제재”의 연속일 뿐입니다. 어떤 정책이든지 실패할 경우의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대책없는 “멍청한 제재”는 북한의 자위적 무장력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빌미만 제공해왔을 뿐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외교정책의 견지에서 보더라도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전쟁패배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이 중국과 국교정상화한 것을 보고 미국이 중국에게 패배했다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관계개선은 정책의 변화일 뿐입니다. 북한의 전략무기가 갈수록 증강되는 현실 속에서, 미국은 대결이 아니라 대북관계개선을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로 방향을 바꿔야만 합니다.

 

벌써 20년째입니다. 미국은 북한과 관계개선을 외면하다가 핵시험에 장거리 타격수단은 물론이고 핵증산에 SLBM까지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 시간은 금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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