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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의 배반적 ‘분단 70년’

<칼럼> 노중선 통일뉴스 상임고문
노중선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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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15  05: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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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중선 / 통일뉴스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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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에게 8.15는 광복인가?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항복 선언이 발표된 후에도 조선총독부 국기게양대에는 일장기가 전과 다름없이 게양되고 있었다. 달이 바뀌어 9월 9일에서야 일장기는 내려졌는데 바로 그 시각 그 자리에는 미국 성조기가 올라가 펄럭이었다.

이것은 오늘날 ‘광복 8.15’로 불리는 8.15 당시 실상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니까 8.15는 북위 38도선 이남 지역에 대한 식민통치권이 조선총독으로부터 미점령군 사령관에게 넘겨지는 절차의 시작이었고 우리 민족에게는 식민지 종주국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어 통치 주권이 조선총독부에서 미군정청으로 이양되는 상징적 절차였다.

물론 피압박 민족으로서의 우리 민족구성원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결정이었고 일제 강점 시기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치욕적 수탈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보장하는 절차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해서 미군정은 점령군으로서의 통치 수단을 동원하여 당시 ‘건준’이나 ‘인공’으로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통일자주독립국가 건설을 가로막았고 단독 정권을 출범시켜 한반도 분단을 확정지었다. 그 이후 우리 민족은 참담한 6.25동족상잔을 겪어야 했고 분단이 고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결국 일제 잔재와 친일 문제의 청산 없이 비극적 분단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제나라 땅에 주둔하고 있는 외국군 사령관에게 군사작전권 조차 넘겨준 현실이 지속되는 한 8.15는 ‘광복’일 수 없음은 물론이려니와 경축일이 될 수 있겠는가. 거기에는 ‘야만의 시대’, ‘혼돈의 와중’ 이외의 달리 표현이 어려울 만큼 치욕적 ‘분단 70년’만 남아있는 셈이다.

사실이 이러할진대 바로 여기에 우리 모두에게는 8.15가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진지한 자기 성찰의 기회로 되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이번 8.15는 다른 때와도 달리 민족화해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담한 사고의 전환과 변혁적 실천을 다짐하는 어떤 결의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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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은 치욕과 고통의 70년이었다.

되돌아보면 동족간의 적대적 대결이라는 점에서 일제 강점기 보다도 갑절이나 더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분단 70년’이었다.

그렇다면 ‘분단 70년’이 지탱되어 올 수 있었던 구조적 특징은 무엇인가.

그 하나는 역대 정권의 일관된 대북 대결적 적대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단 이후 역대정권의 대북 적대정책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는데 이로 말미암아 남북간에는 197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대화조차 단절되어야 했다. 그리고 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하여 남북대화가 이루어진 시기에도 ‘대화 없는 대결애서 대화 있는 대결’임을 공언하면서 대북적대 정책을 고수했다. 그와 같은 대결적 대북정책은 그 원천으로 된 동서냉전이 종식된 지도 20여년이 지났고 6.15통일시대를 맞은 오늘에도 변함이 없다.

이와 같은 대북 적대정책은 군사적 대치 상태를 심화시켰고 필연적으로 남북과계를 경색시켰는데 그것은 민족화해와 남북간의 교류 접촉 자체는 물론 모든 화해적 남북관계를 가로막아 왔다. 이렇게 해서 ‘분단 70년’ 동안 동족간의 불신은 깊어졌고 그 결과는 이번 8.15를 맞아 남북공동행사조차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또 하나는 한미 동맹관계에 의한 외세와의 대북 적대적 공조 정책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분단이 미군정하에서 설정되었고 한미간에는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한미상호방위조약」등 무려 총 227건에 이르는 협정 및 조약에 의해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의 예속적 간섭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지닌 역대 정권은 최첨단 군사장비와 무기가 동원된 유례없는 최대 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연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북측의 핵 무력 강화로 나타났고 이 같은 악순환은 우리 땅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격화는 물론 일촉즉발의 전쟁 공포분위기를 가중시켜 한반도 평화 정착이 상시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같이 ‘분단 70년’이 지속될 수 있었던 구조적 특징은 역대 정권 당국의 요지부동한 대북 적대적 대결 정책과 대미 예속적 동맹관계의 공고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같은 역대 정권의 외세와의 공조에 의한 대북적대 정책의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총체적 위기 상황을 불러오게 되었다.

왜냐하면 동족간의 화해와 통일 그리고 이 땅에서의 평화정착을 갈망하는 민족구성원 모두의 굳건한 의지와 맞물려 역대 정권 당국은 비민주적이고 반노동, 반인권적 독재를 자행하지 않고서는 분단 정권의 유지 존속이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정책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소득 격차의 심화와 다수 대중들의 경제적 빈곤은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될 만한 수준이다. 그리고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와 도덕적 파렴치 및 부정비리의 만연 등이 중첩되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처럼 분단의 지속은 우리 민족의 불행과 우리 사회 모순의 원천적 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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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점에서 개인이든, 집단이든, 정치권이든 우리 모두는 ‘분단 70년’과 관련해서 크게 뉘우치고 깨닫는 진지한 자기 성찰의 자세가 요망된다.

우선, 조만간의 시차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이 땅의 하나로 된 생활공동체 속에서 다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 핏줄의 동족에 대해 그동안 적대의식을 가졌던 것에 대해 심심한 뉘우침이 있어야 하겠다.

물론 동족에 대한 적대 의식은 그것이 냉전시대 분단 구조의 산물로서 유형 무형으로 강제된 것이라고는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총체적 위기를 맞아 민족구성원 모두가 통일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오늘의 시점에서 그 누구라고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분단 70년’에 대한 그와 같은 뉘우침은 필요하다. 동족에 대한 적대 의식을 불식하지 않고서는 온 민족구성원이 갈망하는 평화적 자주통일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의 역량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민족의 분단이 우리 민족구성원 대중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진 외세와의 문제였다면 통일은 우리민족끼리의 민족자주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개인이든 민족이든 자신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자기 스스로의 노력과 힘에 의해서만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민족의 평화적 자주통일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설혹 자기의 문제를 남의 힘에 의존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된다면 스스로의 문제가 자기의 의지대로가 아니라 힘을 가진 누구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같은 사실은 우리 모두가 경험한 ‘분단 70년’이 일깨워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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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분단 70년’을 극복하고 민족화해와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분단’과 ‘통일’ 문제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분단 구조의 혁파, ‘분단 70년’을 되돌아보는 뉘우침과 깨달음 등 사고의 전환과 변혁적 실천은 그것이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치욕과 고통으로 점철된 ‘분단 70년’의 와중에서 참으로 천만 다행스럽게도 통일의 원칙과 이정표를 바로 세울 수 있었다. 7.4공동성명과 역사적인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이 남과 북의 당국에 의해 합의 발표된 것이 그것이다.

우리는 지금 하루 빨리 민족의 자주통일을 이루어야 하고 그것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 이라고 할 때 통일문제 관한 구체적인 문제들은 반드시 남과 북의 정권 당국의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남과 북의 최고당국자가 이미 그 같은 합의 절차의 선례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공동 성명이나 선언이 담고 있는 내용과 함께 우리 민족의 자주통일운동사에서 빛나는 성과로 기록될 것이며 그것은 앞으로 민족의 자주통일을 위한 위대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과 자주통일을 위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어떤 방안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개인이든 단체든 정권이든 이미 합의된 선언들을 성실하게 이행 실천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면서 그에 따른 문제들이 발생하면 그때 그때 점차적으로 해결해 가면된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할 때 ‘분단 70년’의 극복을 위해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은 어려울 것도, 복잡할 것도 없이 매우 간단명료하다.

그래서 ‘분단 70년’의 8.15가 민족통일운동사에서 진정으로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기 위해서는 내용 없는 ‘경축’ 행사로 떠들썩한 8.15가 아니라 온 민족 앞에 6.15공동선언, 10.4선언의 이행 실천을 담보하는 대전환의 의지를 표현하는 날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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