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추석 직전 '천정배 신당' 온다

 

[이슈 분석] 새정치 내분에도 당분간 현역 참여 어려워

15.09.12 18:15l최종 업데이트 15.09.12 18:15l

 

 

기사 관련 사진
▲  신당 창당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천정배 의원은 아직 '신당 창당'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행보와 측근들의 말을 통해 '천정배 신당'은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창당 절차의 시작인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을 언제 선언할 것인가만 남았다. 천 의원 지금 그 선언을 위한 조건을 만들고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를 재고 있는 것이다. 또 그것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천정배는 언제 신당 창당을 선언할까?

천 의원은 애초 '신당 창당'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4.29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면서 "새로운 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당선 이후에는 그는 신당 창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확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자금 조달 등 창당 작업의 자체의 어려움 등을 근거로 천 의원이 신당이 아닌 '무소속 연대' 수준으로 내년 총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천 의원의 태도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4.29 재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문재인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앞세워 당의 혼란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일부 호남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됐다. 대규모 탈당은 없었지만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 과거 당의 유력 인사들의 탈당도 이어졌다. 그때부터 측근들 사이에서 창당설이 흘러나왔고 최근에는 천 의원도 같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천 의원은 지난 9일 경희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내년 4월 13일 총선 전, 늦어도 12월 말이나 1월 신당이 출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채는 분들이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 역산해보면 된다, 당을 만드는 데 한 달이면 된다고 한다"라며 "지금 제가 꿈꾸는 건 먼 미래가 아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집권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공식 선언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창당 준비 작업에 들어갔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러한 천 의원의 행보에 정치권에서는 9월 중순, 늦어도 추석 전에는 신당 창당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오는 12월 말이나 내년 1월에 창당을 위해서는 적어도 이 시기에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5개 시도당위원회 출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분석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에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문제 등 새정치연합의 갈등을 조금 더 관망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호남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기에 창당을 선언하면 야당의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이 될 수 있다"라며 "문 대표 재신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새정치연합의 분열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불신임을 받아 사퇴하거나, 또는 재신임을 받더라도 당의 분란이 수습되지 않고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천 의원의 창당 선언은 새정치연합의 혁신안 통과와 함께 문 대표의 재신임 여부가 결정되는 16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은 현재 문 대표 재신임의 정당성을 놓고도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비주류 측은 "친노냐 반노냐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라며 "오히려 분열을 자극하는 행위"라고 반발한다. 재신임 여부와 상관 없이 천 의원을 향한 당의 원심력이 강해질 수 있는 지점이다.

'천정배-안철수'의 연결고리
 

기사 관련 사진
▲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회동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화 통화하며 점심 약속을 위해 외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신당 창당이 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천 의원이 '누구'와 함께 '무엇'을 내걸고 신당을 만들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천 의원은 현재 새정치연합을 향한 호남의 '민심 이반'을 자신의 창당 명분으로 삼고 있다. "호남의 지지 없이 정권 교체는 불가능하다"라는 얘기다. 그는 문제의 원인을 새정치연합의 '호남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것은 새정치연합 내에 호남 의원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이 때문에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 내의 기존 호남 세력과 쉽게 손잡을 수는 없다. 최종적으로 일부 기성 정치의 일부 세력이 결합할 수는 있겠지만, 신당의 출발은 천 의원이 강조해온 '새롭고 참신한 인재'들과 함께 시작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또 호남을 중심으로 한 '무소속 연대'가 아니라 '신당 창당'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전국적 지지를 이끌 수 있는 인물들이 결합해야 한다는 새로운 조건이 제기 됐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9일 천 의원과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의 회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안 전 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당 혁신위원을 향해 "혁신에 실패했다"라고 비판의 날을 세운 직후 이뤄졌다. 안 전 공동대표는 정치에 본격적으로 몸 담으면서도 '기성 정치'에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그 때문에 당 대표까지 지냈음에도 여전히 일정 '새정치'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다.  

이 자리에서 천 의원은 안 전 공동대표에게 "한국 정치를 재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라며 사실상 신당 참여를 제안했다. 여기에 안 전 공동대표는 천 의원의 복당을 요구하면서 "함께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천 의원의 신당 참여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현재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총·대선에 승리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천 의원의 한 측근은 안 전 공동대표와의 회동을 '새로운 창당 세력과 대선주자의 만남'으로 해석했다. 그는 "총선을 치르기 위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철수와 같은 대선주자급 인물이 함께 해야 한다"라며 "천 의원은 이미 지난 선거에서 호남 정치를 개혁의 열망으로 당선이 됐기 때문에 안 전 공동대표와 함께 더 큰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안 전 공동대표를 비롯해 새정치연합의 비주류 인사들이 당장 당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안 전 공동대표는 천 의원에게 복당을 제안했을 정도로 당에 큰 책임감이 있다"라며 "설령 천 의원과 공감대가 있는 의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는 12월까지는 당을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천정배 창당 동력 될까
 

기사 관련 사진
▲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지난 8월 2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복지국가 정당 대국민 제안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
ⓒ 이주영

관련사진보기


천 의원이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또 한 가지는 '창당 동력'이다. 실질적으로 사람이 모여야 창당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새정치연합과 차별화되는 가치와 정책이 필요하다. 또 기존의 정치권 세력이 아닌 새로운 '피'로 그것을 채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상이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가 추진 중인 '복지국가 정당'이 천 의원과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지난달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복지국가 정당 대국민 제안대회'를 열고 오는 11월을 목표로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광주와 목포, 순천, 제주 등에 지역 조직을 건설했고, 최근에는 대전에도 지역 조직을 세웠다. 여기에는 각 지역의 시민사회와 학계 등 '비정치권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신당 창당에 참여한 인사도 일부 포함됐다. 

천 의원은 광주복자국가소사이어티의 상임고문이다. 현재까지 천 의원이 '복지국가 정당'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든지 교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조직에는 지난 4.29재보궐 선거 당시 천 의원을 도왔던 인사들도 대거 들어가 있다. 천 의원은 정치권에서 신당 창당의 기회를 만들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정치권 밖에서 새로운 정책과 가치로 정당 외연을 확장하는 형태를 예상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상이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천 의원과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지금 각자 세력을 키우는 단계지만 결국 한솥밥을 먹게 될 것"이라며 천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천 의원 역시 기성 정치인으로 정치권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다, 독자 세력만으로는 새로운 정당을 창당이 어렵다"라며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이 맞는다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