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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도 죽어선 안돼" 거리로 나온 일본 엄마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5/09/30 09:01
  • 수정일
    2015/09/30 09:0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특별기고] 안보관련 법제에 반대하는 엄마들의 모임@사이타마(埼玉)

15.09.30 08:46l최종 업데이트 15.09.30 08:46l

 

 

이웃나라 일본에서 특별한 원고가 들어왔다. '안보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엄마들의 모임@사이타마'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토 마유카의 글이다. 그는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드는 안보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쳐오면서 느낀 점을 글로 써서 한국에 전해왔다. 1975년생인 그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을 두고 있고, 츠케모노(일본식 채소절임) 만들기가 취미인 평범한 엄마다. 현재는 사이타마현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지역주민들과 교류하고 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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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1일, 사이타마청사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사진. 가운데가 필자.
ⓒ 엄마들의 모임@사이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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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하기 전 모두 함께 원을 만드는 엄마들의 모임.
ⓒ 엄마들의 모임@사이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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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나는 얼마나 여러 번 국회의사당 앞에 갔을까? 때로는 남편, 아이와 함께, 때로는 마음이 맞는 아이 친구 엄마와 함께. 처음에는 배낭에 뜨거운 햇빛을 가릴 만한 것과 음료를 챙기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드리는 북이나 펜 라이트, 가지각색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챙겼다. 이제는 "어떤 아이도 (전쟁에서) 죽이지 못하게 할 것이다. MOTHERS AGAINST WAR"라는 글귀가 적힌 핑크색 현수막까지 배낭에 넣는다.

'엄마들의 모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전쟁은 세계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시작됐지만, 전쟁은 단지 살인을 정당화시켰을 뿐이며, 결국 전쟁 지역의 생명과 자연, 환경, 문화를 파괴하는 것으로 끝났다. 일본도 예전 전쟁으로 인해 자국의 토지가 파괴됐고, 핵폭탄까지 투하됐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이웃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 전쟁 참화에 따른 역사 인식의 도랑은 아직 메워지지 않았다. 해결은커녕 아베 수상의 재등장 이후 "그 전쟁은 침략 전쟁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드는 아베 정권의 움직임에 강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 아이가 어쩌면 전쟁에서 다른 사람을 죽이고, 그 일상생활을 해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그렇다. 나는 엄마로서 '전쟁', 그 자체를 반대한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다. 안보 관련 법제에 반대하는 엄마들의 모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전쟁으로 평화를 구축할 수 없다"라는 사실에 우리 엄마들이 눈을 떴고, 행동할 때가 왔다고 느꼈다. 우리 엄마들은 "MOTHERS AGAINST WAR"이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을 걸고, 올 여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들었다(이런 우리 엄마들의 모습에 "잘 일어섰다"라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뇌수가 꽃밭인 바보스러운 엄마들"이라고 비난하는 인터넷우익 같은 세력들도 있다).

안보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강행 처리됐던, 지난 9월 14일부터 19일까지 엄마들의 모임 회원들은 SNS를 통해 24시간 체제로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각 라디오나 텔레비전, 인터넷 국회 중계에 매달려 심의의 행방을 서로 보고하고 공유했다. 야당 대표의 반대 연설을 들으며, 심한 야유를 던지는 여당 의원의 말에 깊이 실망했으며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런 정당이 전후 70년 동안 일본을 이끌어 왔고, 그것을 우리 국민들이 용서해 왔던 것을 가슴 속 깊이 후회했다. 누가 읽어 봐도, 누가 뭐라고 해도, 안보 관련 법안은 헌법 위반이다. 왜 그것이 "위헌이 아니다"라고 우기는지, 우리 엄마들은 정말 분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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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7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엄마들의 모임 멤버들이 모여 참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Yoshito Yamam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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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아이의 유치원 친구 엄마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국회 앞으로 향했다. 오후 4시 30분이 지났을 때였을까? 후쿠시마에서 사이타마 현으로 자주 피난(방사능 피폭을 우려해 경계 지역이 아닌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자주적으로 다른 현으로 피난한 것을 말함)을 와 있는 '엄마들의 모임@사이타마(埼玉)' 한 회원에게 전화가 왔다.

"마유카상, TV 생중계를 보고 있는데, 지금 참의원에서 안보 법안이 가결된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어. 와~ 하면서 엄청난 의원들이 위원장의 자리로 몰려들고, 위원장은 그 사이에 끼여서, 아마 가결된 것 같아. 대체 뭐지? 결정된 거 같아요." (17일 참의원 특위에서 격렬한 몸싸움 끝에 안보 법안을 통과시켰다)

어리둥절해 있는 그 엄마에게, 나는 간신히 말했다. 

"예상했었잖아. 예상됐던 일이야. 전후 70년 동안의 자민당 정치가 몇 년 동안의 항의로 바뀔 리가 없지. 예상된 일이잖아." 

그렇게 답변하는 것이 그때 나로서는 최선이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스스로에게 허용되지 않는 기분과 분노에 떨고 있었다.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이 나라의 최고 법규인 헌법의 전쟁 포기 정신이, 아베 정권의 '제멋대로 해석'에 따라 무시되고, 중대한 헌법 위반이 중대한 것이 아닌 것 마냥 용인되어 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목숨을 걸고 낳은 소중한 아이들의 미래가, 전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어디에 '전쟁을 막을 억지력'이 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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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7일 엄마들의 모임 국회요청행동. 필자가 사이타마 엄마들의 모임 활동의 하나로 Volcano신문 발간을 보고하고 있다.
ⓒ @Yoshihiko Ham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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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원에서 안보 법안이 가결된 순간은, 입헌주의를 전제로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였던 나라의 수반이 "헌법 위반이다! 전쟁은 싫다!"라고 외치는 우리를 향해 "시끄러워!"라며 뺨을 세게 때린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9월 19일, 국회에서 안전보장 관련법이 최종 통과됐다. 아베 수상은 "국민의 목숨과 평화스러운 생활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법제이며,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일본을 계승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기반이 정비되었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평화 외교를 추진하고, 만일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고 싶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기자단을 통해 발표했다(석간 <요미우리> 9월 19일자).

이 안전보장 관련법 어디에 '전쟁을 막는 억지력'이 쓰여져 있다는 것일까. 몇 번이고 법안 내용을 읽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법안 내용에는 미국을 비롯한 UN이 세계 각지에서 일으키는 전쟁·분쟁 지역에 일본의 자위대가 (후방)지원한다는 내용이 있을 뿐이었다. 

일본과 영토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웃 나라들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미일 안전보장 조약을 토대로 출동하는 미군을 자위대가 지원할 수 있고, 미군 지원 임무에 지장이 있을 경우 자위대가 타국 군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유사 사태에 대비해 자위대를 싸울 수 있는 군대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어디에 '전쟁을 막는 억지력'이 있다는 것인지.

일본은 전후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칭해왔다. 그렇지만 내실은 전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다. 자민당을 필두로 하는 여당과 전후 일본의 백본(backbone)이 되어 온 미군의 지배가 일체화된 정치 안에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모양을 겨우 '체험'해 온 것 뿐이다. 우리는 국회 앞에 항의하러 다니는 날을 거듭하면서 이런 사실을 느꼈다. 우리는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하나도 구현하지 못했다. 이런 역사가 현재 안전보장 관련 법안의 성립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페이스북 통한 전국적인 낙선운동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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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카페에서 미팅하고 있는 엄마들의 모임.
ⓒ 엄마들의 모임@사이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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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절망이라고는 생각되지만, 안보 법제 통과 후, 우리들의 증폭된 분노는 지금도 우리를 '여기'에 서 있게 한다. '안보 법제에 반대하는 엄마들의 모임@사이타마(埼玉)'은 안보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된 이후 대책 회의를 거듭하고, 다시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내년 참의원 선거를 겨냥해 안보 관련법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에 동참할 예정이다. 전국적인 낙선운동은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시작되었다. 우리들도 해당 지역 의원의 프로필을 작성하고 있다. 명단 작성이 완성되면 될 수 있는 한 많은 지역 주민에게 이를 알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하철역 앞에서 릴레이 스피치를 계획하고 있다. 사이타마 지역 주민들의 귀가 시간에 맞추어 정기적으로 연설하려고 한다. 부모 처지에서, 같은 지역 주민 처지에서 이웃들에게 호소하려 한다. 우리 엄마들의 목소리는 작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을 출발점으로 우리의 목소리가 사회에, 정치에 메아리로 울리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교류가 없었던 엄마들이 나에게 연락을 해오고 있다. 나에게 뿐만이 아니다. 엄마들 모임의 다른 회원에게도 많은 엄마들에게 연락이 오고 있다. 연결고리가 없었던 엄마들과 함께 손을 잡고, 일본 정치를 바꾸고 싶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 아닐까 생각된다. 작지만 강한 힘, 엄마들의 파워를 지금부터 보여주겠다.

국회 앞에서 계속 항의 시위를 해 온 대학생 단체 '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가 외치는 "전쟁 반대! 국민을 얕보지 마라! 헌법을 지켜라!", "민주주의가 무엇이냐! 이게 민주주의다!"라는 구호 합창처럼, 이제부터 일본 민주주의는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한국의 엄마들 그리고 시민들과도 함께 하고 싶다.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관련 사이트]

安保法制に反対するママの会@埼玉 FBページ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엄마들의 모임 @ 사이타마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others.against.war.saitama

安保関連法に反対するママの会(本部?!のような存在)
안보관련법에 반대하는 엄마들의 모임 (전국 엄마들의 모임 본부와 같은 존재)
http://mothers-no-war.colorballoons.net/
FBページ
https://www.facebook.com/mothers.no.war

大学生の安保反対団体  대학생 안보반대단체 시르즈
SEALDs(シールズ)
http://www.sealds.com/
FBページ
https://www.facebook.com/saspl21?fref=ts
사이타마 엄마들의 모임과 협력 주최로 데모를 한, 지역 고등학생의 안보반대단체
Vip(Voices Into the Peace)

埼玉のママの会と協催でデモをした、地元高校生の安保反対団体
Vip(Voices Into the Peace)
FBページ
https://www.facebook.com/VIP%E5%9F%BC%E7%8E%89-933514100003979/timeline/
 


○ 편집ㅣ박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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