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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날 수 있겠지”..“통일이 돼야지”


2차 상봉 다섯 번째 단체상봉 마쳐..작별상봉만 남아
금강산=공동취재단/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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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25  18: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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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 이틀째인 25일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행사에 이어 오후 4시(현지시간, 서울시간 4시30분)부터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단체상봉이 진행되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 이틀째인 25일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행사에 이어 오후 4시(현지시간, 서울시간 4시30분)부터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단체상봉이 진행되었다.

예정돼 있는 총 여섯 번의 상봉행사 중 다섯 번 째이며, 남북 이산가족은 마지막 사흘째인 26일 오전 9시에 열리는 작별상봉만 남겨두고 있다.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는 북측 상봉 가족들이 먼저 들어와 앉아 있었고 10여분 뒤 남측 방문단 가족들이 입장했다. 앞서 몇 차례의 상봉이 있어서인지 한결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모든 테이브엔 ‘금강산관광기념’이라고 적힌 쇼핑백이 5개씩 놓여 있었고, 쇼핑백에는 물과 캔커피, 귤향사이다 각 1병씩, 그리고 과자 2~3가지가 들어 있었다.

이날 공동 중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던 최고령 이석주(98) 할아버지는 단체상봉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건강악화로 귀환 시까지 취재거부를 공식 요청했다. 아들 동진(61)씨는 “아프신 건 아니고 여전히 피곤하시다”며, “내일 작별상봉에 나오기 위해서 이번에도 쉬시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동생 동진씨는 북의 형 동욱(70)씨와 마주 앉아 두손을 꼭 잡고 “내가 오래오래 잘 모시고 있을테니 걱정마세요. 내일 볼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고 이에 동욱씨는 “니가 어찌됐든 그쪽에서는 장손이니까 잘 모시고 잘 이끌고...난 여기서 잘 지내니까”라고 대답했다. 동생은 “가슴에 새겨서 더 잘 모실게요”라고 형을 위로했다.

형은 돌아가신 어머니(이석주 부인, 94년 사망)의 사진을 꺼내 동생에게 건네면서 “그러니까 너한텐 큰 어머니다”라고 말했다.

남측 이승국(96)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온 북측 처남댁 김정옥(86) 할머니도 건강악화를 이유로 단체 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온 딸 충옥(61)씨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아버지가 쓴 시를 북측 조카인 임동빈(54)씨에게 전달하고는 “외숙모(김정옥)는 어때요? 허리가 많이 아프세요? 그래도 외숙모가 아들이 제일 효자라고...”라며 김 할머니의 건강상태를 걱정했다.

오대양호 선원 출신의 정건목(64)씨는 어머니 이복순(88) 할머니가 상봉장에 들어올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서서 앉을 줄을 모르다가 정매(66), 정향(54) 누이가 먼저 들어오자 “어머니는 왜 따로 오시느냐”고 물었다.

휠체어를 타고 다른 경로로 입장한 어머니가 “오늘이 마지막이라 아쉽지”라고 묻자 아들은 오히려 어머니의 건강을 챙기며 “피곤하지 않아요? 물 좋고 공기 좋은 금강산인데 앓지 말아요”한다. 정매씨는 천정만 바라보다 한숨을 쉬며 “오늘이 지나고 내일 아침이면 작별인데 그런 거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같다”고 말했다.

정향씨는 “오빠가 싫어해서 언니와 엄마가 방송 나오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지난 1972년 오대양호 선원으로 납북된 자신의 신원에 부담을 느낀 건목씨가 개별상봉 때 가족들에게 특별히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얼굴 생김이 유난히 닮았던 어머니 이금석(93) 할머니와 북의 아들 한송일(74)씨는 흐르는 상봉시간이 아쉽기만 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세 번째 만나지만 아들은 계속 어머니의 손을 잡고 쓰다듬고 캐러멜을 하나씩 까서는 서로 먹여주었다.

어머니가 자신이 차고 있던 팔찌를 벗어서 아들의 팔에 끼워주려고 하자 아들은 기어코 다시 벗어서 어머니의 팔목에 끼워주었다.

북측 며느리 리미렬(70)씨가 선물을 내밀자 남측 시누이 경자(72)씨는 선선히 받으며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했다.

65년 만에 북의 부인 한음전(87) 할머니를 만나러 온 전규명(86) 할아버지는 테이블에 있던 과자봉지에서 웨하스 모양의 ‘우유백합과자’를 뜯어 부인에게 건네자 한 할머니는 과자를 두 개로 나누어 반쪽은 자신이 먹고 나머지 반쪽은 남편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

특별히 대화가 많지 않고 행동 하나하나가 느릿하지만 상봉기간 내내 꼭 붙어앉는 모습이었다.

조순전(83) 할머니는 세 쌍둥이처럼 닮은 북의 여동생들 서분(79), 성녀(76), 귀녀(75)씨와 또 한 번 유쾌한 만남을 가졌다.

조 할머니는 테이블에서 동생들에게 “이거 먹어라”며 사탕을 던지고 이를 받아든 동생들이 모두 “언니 까주라”고 말하는 와중에 막내 귀녀씨가 사탕을 까서 큰 언니 입에 넣어주었다.

조 할머니가 사이다를 컵에 부어 귀녀씨에게 건네자 그걸 한 모금 마신 귀녀씨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 “톡 쏘네”라고 하자 또 한 번 박장대소를 하며 흥겨운 기운이 넘쳤다.

동행한 외조카 형만(57)씨는 들고 간 캠코더로 이 장면을 모두 찍고 있었다.

할머니는 동생들에게 “또 만나겠지? 또 만날 수 있겠지”라고 말했고 동생들은 “통일이 돼야지”라고 대답했다.

(추가-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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