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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돌린 돈으로 삼겹살 파티? 정말 끔찍

아들 빈소에서 "건배", 군 지휘관 잊을 수 없다

[대한민국 군 인권 18년의 기록④] 군인 장례비로 지원하는 영현비, 투명하게 집행해야

16.01.30 17:39l최종 업데이트 16.01.30 17:3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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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장병들을 단체조문 하러 가는 군인들.(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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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된 계기는 2011년 12월, 육군 모 부대 소속 김아무개 일병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였습니다. 당시 군 헌병대는 김 일병의 유족에게 "평소 고인이 앓고 있던 우울증이 악화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자살'이라고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김 일병의 아버지는 반발했습니다. 군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버지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매우 충격적인 글과 만나게 됩니다. 글을 쓴 이는 숨진 아들과 함께 근무했던 전역병. 한 때 세상에 큰 화제가 되었던 그의 양심 고백이었습니다.

'나는 살인을 방관했고, 나 또한 살인자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역병은 김 일병이 사망하게 된 전후 과정에서 벌어진 부대내 비밀을 고발하고 있었습니다. 김 일병의 죽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왜곡과 은폐, 조작. 김 일병의 죽음에 부대측의 잘못이 없었다는 군 헌병대 수사와 전혀 배치되는 폭로였습니다. 

이러한 전역병의 도움으로 김 일병의 아버지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사건의 경위를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권익위는 진실을 밝혀냅니다. 알고 보니 김 일병은 입대한 후 선임병에게 폭언과 잠 안 재우기 등의 가혹 행위를 당했으며 또 자살하기 전, 이미 여러 차례 자살도 기도했으나 부대측이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권익위는 더 놀라운 비밀을 알게됩니다. 부도덕한 군의 치부가 드러난 그 사건, 이른바 '조의금 횡령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빼돌린 조의금으로 헌병대 격려금도 줘

김 일병의 아버지가 권익위에 진정한 내용은 크게 두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아들의 사망 원인 규명'과 또 하나는 '수상한 돈과 관련한 의혹'이었습니다. 내막은 이렇습니다. 김 일병의 아버지는 아들이 왜 죽었는지 그 이유를 찾고자 부대를 상대로 정보 공개 청구를 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문서를 입수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문서 중 김 일병의 아버지는 매우 뜻밖의 문장을 읽게 됩니다. 장례 과정에서 단 1원도 부대에서 받은 사실이 없는데 그런 아버지에게 부대가 '조의금을 전달했다'며 쓴 보고서였습니다. 이에 아버지는 자신에게 줬다는 이 조의금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진정서를 낸 것입니다.

그리고 밝혀진 진실은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권익위에 따르면 김 일병의 장례가 진행되던 이틀째 밤이었다고 합니다. 이때 김 일병의 장례를 지원한다며 김 일병이 속한 부대의 이아무개 상사가 빈소에 있었는데 이때 이 상사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 상사가 유족의 돈인 조의금 부의함을 멋대로 연 후 그 안에 든 300만 원을 꺼내 가져간 것입니다. 

한편 이 상사는 이 날 이후에도 몇 번에 걸쳐 이런 방식으로 조의금을 더 꺼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런 후 추후 보고서에서는 이 돈을 "유족에게 전달했다"며 쓴 것입니다. 하지만 이 돈은 유족에게 전달된 적이 없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권익위가 확인한 이 돈의 사용처였습니다. 이 상사는 이 돈 중 일부를 김 일병의 사건을 수사중인 헌병대와 기무반장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줬습니다. 이 상사는 왜 김 일병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던 헌병대에게 돈을 줬을까요? 더구나 죽은 김 일병의 조의금으로 왜 수사중인 자에게 돈을 준 단 말입니까?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상사는 이후 부대 대대장에게도 30만 원을, 그리고 대대와 여단 주임원사에게 80만 원을 격려금으로 줬다고 합니다. 죽은 사병의 조의금을 빼돌려 군 간부끼리 '격려금'이라며 나눠 쓴 황당한 사건, 이른바 '조의금 횡령 사건'이었습니다.

빼돌린 돈으로 삼겹살 파티? 정말 끔찍

이 사실이 알려진 후 국민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군이 썩어도 이정도로 썩었나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장관 역시 대노했다고 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즉각 수사에 나서도록 군 검찰에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사에 나선 군 검찰은 이후 더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발표합니다.

김 일병이 사망한 그해, 김 일병이 사망한 해당 부대에서 연말을 맞이하여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날 여단장을 비롯하여 부대의 주요 간부가 전원 참석했는데, 이날 구입한 삼겹살과 술 등을 빼돌려진 김 일병의 조의금 중 일부로 샀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전 부대 간부가 다 같이 나눠쓰고 먹어버린 기가 막힌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군 검찰은 이들 부대 간부 중 3명을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하나의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피해 사례가 과연 김 일병만의 일일까 하는 의구심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저는 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을 상대로 확인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자식을 잃은 유족에게 군이 장례 중 제대로 예우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려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저는 아주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몰랐고, 유족도 몰랐던 또 다른 군의 '추악한 민낯'. 오랜 기간동안 관행적으로 벌어진 '군 영현비' 집행과 관련한 비리였습니다. 

경위는 이렇습니다. 복무중인 군인이 사망할 경우 국방부는 장례 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현비'로 불리는 이 돈은 한국 전쟁중인 1951년 9월 28일 첫 시행되었다고 합니다. 군 복무중인 군인이 사망할 경우 국방부는 계급과 상관없이 유가족 접대비와 화장비, 장의비 등의 명목으로 영현비를 지급해 왔는데 2011년 12월까지는 이 금액이 총 2,674,000원 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 액수만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민원이 거듭되자 국방부는 2012년부터 300만 원 늘린 5,674,00원을 영현비로 지급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바꾼 규정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영현비 중 1,674,000원은 '유족 여비'로 반드시 유족 통장에 지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400만 원은 유족의 장례를 지원하라는 지침이었습니다. 

빼돌린 돈은 김 일병의 '조의금' 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국방부의 지침과 달리 영현비가 바르게 집행되지 않은 것입니다. 특히 국회 김광진 의원실에서 유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유족에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1,674,000원의 '유족 여비'도 군 부대가 주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조의금 뿐만 아니라 '유족 여비마저' 빼돌린 것입니다.

만약 영현비가 정상 집행되려면 이렇게 되어야 했습니다. 먼저 부대측이 유족에게 영현비에 대해 설명한 후 '유족 여비'를 받을 통장 계좌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게 될 영현비 400만 원을 장례 기간중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유족과 협의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장례 비용이 초과되지 않도록 계획적 지출을 도와야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족들의 경험은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자식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다들 넋이 빠진 상태로 영안실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대측에서는 어떤 설명도 없이 이후 술과 고기, 음료와 떡 등 음식물을 빈소로 가져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족들은 처음, 부대가 참 고맙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전우가 죽었다고 부대가 장례는 치러주는구나"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 돈이 국방부가 주는 장례비였음을 알게 되는 것은 마지막 발인 날이라고 했습니다. 장례 비용을 전부 부대가 내는 줄 알고 뭘 사 오든 참견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부대 행정 보급관이 종지 한 장을 가져 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장례 중 지출 비용이라며 유족에게 "지급받은 영현비보다 초과한 비용"이라며 그 돈을 유족에게 달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요구받은 초과 비용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 보니, 최소 수 십 만 원에서 많게는 최대 8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가 없는 기억은 발인날 경험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장례 후 당연히 음식과 음료, 술, 과일이 남게 됩니다. 그런데 부대측은 유족에게 의사도 묻지 않고 전부 자기들이 가져 갔다고 합니다. 남은 술과 음료는 반품도 가능할 텐데 왜 부대측이 그것을 일방적으로 가져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초과 비용은 유족에게 달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더구나 아들이 군에서 자살했다는데, 부고를 널리 알리는 유족이 어디 있을까요. 그러니 대부분 가까운 친인척 20~30여 명 정도가 조문객의 전부인데 어떻게 국방부가 지급한 영현비 5,674,000원을 전부 다 장례 비용으로 썼다는 것일까요?

군인 장례비로 지급하는 '영현비'는 눈먼 돈?

도대체 그 많은 음식과 술, 음료, 떡은 누가 다 먹었을까요. 바로 장례기간 중 조문한 부대의 간부 등 군인들이었습니다. 유족들은 '자살로 처리된' 아들의 빈소로 매일같이 군인들이 조문을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술과 고기, 밥과 떡과 국, 과일, 음료수를 먹었다고 합니다. 과연 그 모습이 유족에게는 마냥 고맙기만 했을까요?

더구나 부대측이 이러한 음식을 구입하다 보니 영현비로 지급된 총액 5,674,000원을 다 썼다고 하는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어 믿을 수도 없다고 유족은 말합니다. 추후 권익위가 확인해 본 결과 영수증도 제대로 구비하지 않았으며 또 있다 해도 대부분이 간이 영수증이었습니다. 얼마든지 허위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문제로 유족 중에서 부대측과 다퉜다는 사람은 또 없었습니다. 자식이 죽었는데, 그래서 아들을 화장하러 가는데 이런 문제로 싸울 기력이 없어 황당하지만 '그냥 부대측이 원하는 대로' 해줬다는 것이 대부분의 유족 말이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확인한 후 국회 김광진 의원실은 2014년 9월경, 유족 여비를 받지 못한 세 가족과 함께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유족 여비를 받지 못한 또 다른 피해자를 밝혀주고 또한 미지급된 유족 여비를 어디에 썼는지도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밝혀진 사실. 권익위는 지난 2012년 이래 육군에서만 모두 360건의 영현비가 집행되었는데, 그중 64명의 유족에게 군이 1,674,000원의 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부대측은 이처럼 지급해야 할 유족 여비를 장례 비용으로 전부 다 써 버렸다고 변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명을 믿는 유족은 없었습니다.

권익위는 이후 육군본부에 미지급한 유족 여비를 전부 지급하도록 결정하는 한편 관련자와 해당 부대를 징계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이후 육군본부는 영현비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정비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했습니다. '영원히 계속될 뻔 했던' 영현비 비리 관행이 그나마 바로 잡히는 계기가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요. 

아들 죽은 빈소에서 진급 축하 건배 '참담'

그런데 이 영현비 문제를 조사하던 중 듣게 된 한 어머니의 사연은 정말 참담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지난 2013년 육군에서 복무중이던 아들을 잃은 이아무개 하사의 어머니였습니다.

이 어머니 역시 영현비와 관련한 설명을 부대로부터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례 중 어머니는 부대에 미안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합니다. 부대가 자기들 돈으로 음식과 술을 사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너무 미안해서 "우리 돈으로 사 올테니 그만 사라"는 말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돈이 유족에게 주는 돈까지 주지 않은 채 제 멋대로 부대가 썼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어머니는 '우롱당한 기분'이라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부대가 돈을 쓰게 해서 미안하다며 쩔쩔매던 우리가 얼마나 바보처럼 보였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어머니 가슴에 남은 일은 장례 중 빈소에서 본 한 장면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요. 아들이 죽어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데 같은 부대 장교들이 조문 와서 빈소 한쪽에 앉더라구요. 그런데 그때 귀에 들리는 말이 있더라구요. 장교 중에 한명이 진급을 한 것 같아요. 그걸 축하한다고... 큰 소리로 떠들면서 빈소에서 축하 건배를 하더라구요. 건배를. 제가 정말 그 장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겁니다. 거기서 건배를 하는게 사람입니까?"

어머니는 "이게 전우애냐"며 울부짖었습니다. 아들은 죽었는데 그 빼돌린 조의금으로 삼겹살 파티를 하는, 그리고 유족에게 지급해야 할 여비도 주지 않은 채 그 돈으로 술과 떡과 고기로 회식을 하는, 그러다가 죽은 동료의 빈소에서 진급을 축하하는 건배를 외치는 모습에 어머니는 한이 맺힌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게 정말 말이 되나요?

군은 바뀌어야 합니다. 예능 프로인 '진짜 사나이'에서 포장되는 전우애가 아니라 목숨을 잃은 전우와 그 유족에게 '정말 같이 울어주고 배려해 주는' 대한민국 군대가 되기를 요구합니다. 적어도 전우와 그 전우의 유족에게 이런 문제로 한을 품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건 정말 비극입니다. 

만약 군 고위 관계자가 이 기사를 읽는다면, "우리 군을 매도하는 참 나쁜 기사"라며 불쾌해 하실까요? 부디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시한번 '이런 문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대한민국 군, 이젠 정말 바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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