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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먹고 살 수 있도록 만 해달라는 거다"

<인터뷰> 개성공단 근로자협, 통일부 앞에서 1인시위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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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9  16: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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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 근로자 협의회' 소속 서성길 문창기업 관리실장이 9일 낮 통일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쫓겨난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들이 8일부터 통일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9일 낮 1인시위를 벌이고 있던 서성길(47) 문창기업 관리실장은 “우리 근로자의 경우는 따로 지원 대책도 없고 아무런 것도 없기 때문에, 특별히 보여드릴 것이 없어 이렇게 나오게 됐다”며 “단지 먹고 살 수 있도록 만 해달라는 거다”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정부에서는 휴직 지원금이라고 해서 129만원인가 준다는데, 그것은 기업에서 고용유지를 했을 경우 지급되는 거고, 고용유지가 안 됐을 경우는 그마저도 못 받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들은 개성공단이 폐쇄된 뒤 권고사직으로 퇴사하거나 무임금 상태로 회사에 적만 올려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 홍용표 통일부 장관(오른족)과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지난달 12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정부합동대책반은 근로자 지원대책으로 △휴업·휴직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체불임금사업자 융자 △근로자 생활안정 △최업성공패키지 등 실직 최소화 등을 제시했고, 고용유지지원금은 1일 4.3만원 한도로 최대 180일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근로자들이 가입한 4대보험은 30~50% 감면하고, 임금체불 시 융자와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인시위에 함께 나온 홍재왕 GS아트라인 공장장은 “막상 나와서 이렇게 보니까, 우리 근로자들에게는 아무 대책도 없었다”며 “정부에서 현실성 없는 대책보다는 근로자들에게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재왕 공장장은 “솔직히 막막한데, 이 길거리에 우리가 나오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했고, 너무나 절실했기 때문에 지금 1인시위에 나오게 된 것”이라며 “솔직한 이야기로 나 혼자라도 개성공단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개성공단 근로자 협의회’(위원장 김용환)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족식을 갖고 서울 상암동에 사무실을 개소했다. 이들은 다음주 포괄적인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오는 16일 ‘개성공단 기업 비상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정기섭 등)와 함께 임진각에서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서성길 “단지 먹고 살 수 있도록 만 해달라는 거다”

   
▲ 서성길 문창기업 관리실장은 “단지 먹고 살 수 있도록 만 해달라는 거다”고 요구사항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일뉴스 : 오늘 1인시위에 나선 취지는?

■ 서성길 문창기업 관리실장 : 특별한 건 없다. 우리 근로자의 경우는 따로 지원 대책도 없고 아무런 것도 없기 때문에, 특별히 보여드릴 것이 없어 이렇게 나오게 됐다.

□ 개성공단이 폐쇄된 후 근로자들은 어떤 상태에 있나?

■ 거의 대부분 휴직 상태다.

□ 회사에서 휴직 조치를 취한 것인가?

■ 아니다. 일부 회사는 권고사직으로 해서 퇴사한 분들도 꽤 많다. 그렇지 않고 권고사직은 냈으나 무노동 무임금으로 그대로 있는 분들도 있다.

□ 서 실장은 어떤 상태인가?

■ 사직서는 올렸는데 아직 처리가 안 된 상태다. 무임금 상태다. 회사에서 일할 장소가 없기 때문에 끌고 갈 필요성도 없고, 유지 자체가 힘들어 사직서를 받은 거다.

□ 정부의 지원은 없나?

■ 정부에서는 휴직 지원금이라고 해서 129만원인가 준다는데, 그것은 기업에서 고용유지를 했을 경우 지급되는 거고, 고용유지가 안 됐을 경우는 그마저도 못 받는 거다.

□ 1인시위를 하면서 요구하는 사항은?

■ 단지 먹고 살 수 있도록 만 해달라는 거다.

□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인가?

■ 나의 경우는 당장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가 없다. 구직활동을 하고 싶어도 생계가 막막하니까 대리운전을 하든지 일용직 노동을 하든지 그렇게 해서라도 밥을 먹여 애들 학교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홍재왕 “나 혼자라도 개성공단으로 올라가고 싶다”

□ 정부에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은?

■ 홍재왕 GS아트라인 공장장 :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을 때는 기업이나 근로자한테 차후에 어떤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는 계산을 하고 폐쇄시켰을 것 아닌가? 그런데 막상 나와서 이렇게 보니까 우리 근로자들에게는 아무 대책도 없었다.

솔직히 막막한데, 이 길거리에 우리가 나오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했고, 너무나 절실했기 때문에 지금 1인시위에 나오게 된 거다.

단지 우리를 어떻게든지 먹고살게는 해줘야 하는데, 정부에서 현실성 없는 대책보다는 근로자들에게 대책을 세워달라는 거다.

□ 개성공단 근로자 협의회는 원래 있었나?

■ 아니다. 지난주 수요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정식으로 발족했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분들이 천명 가까이 된다.

어쨌든 다 똑같은 상황에서 막막하다 보니까. 나 역시 너무나 억울해서 나와 있다. 억울해서.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고.

나는 개성공단에 들어갔을 때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했고, 들어가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회사 잘못도 아니고 근로자 잘못도 아니고, 정부가 내린 폐쇄 결정에 대해서는 거기에 따르는 대가는 정부에서 분명히 책임져 줘야 한다고 본다.

□ 홍 공장장은 어떤 상태인가?

■ 나는 휴직상태다. 막막하다. 회사도 피해자다 보니까 회사한테 월급 달라고 말은 못하고 ‘제발 사표는 보류해달라’고 회사에 요청해서 지금 휴직 상태로 있는 상황이다.

회사한테 바랄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그렇다고 회사에서 당장 월급을 지급할 여력도 없기 때문에 정부가 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이상 지금 방법이 없는 것 같아 길거리로 나오게 됐다.

□ 1인 시위는 언제까지 하고, 이후 계획은?

□ 어제부터 시작했고, 해결될 때까지 계속하려고 한다. 솔직한 이야기로 나 혼자라도 개성공단으로 올라가고 싶다.

개성공단 근로자 협의회 사무실이 상암동에 자리잡아 개소했고, 다음주 중에 포괄적으로 계획을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다. 16일에는 임진각에서 개성공단 기업비대위와 함께 전체 행진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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