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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구속자 이충연 씨 출소하던 날

이충연 "MB 정권은 나를 용서할 수 없다"

[포토] 용산참사 구속자 이충연 씨 출소하던 날

최형락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1-31 오후 5:18:23

 

용산 철거민 이충연 씨가 31일 안양교도소에서 출소했다. 2009년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이었던 그는 망루에 올라 경찰특공대와 대치하다 참사를 겪었다. 그때 아버지 이상림 씨와 동료 철거민 4명을 잃고 4년 동안 수감됐다. 안양교도소에서는 모친 전재숙 씨, 부인 정영신 씨가 그를 맞았다.

감격스런 상봉. 말보다 눈물이 앞섰다. 어머니와 아내는 차례로 이 씨를 안고 꽃다발을 안겼다. 이충연 씨는 환한 얼굴로 가족을 맞았지만 비교적 담담한 모습으로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오늘은 날씨가 따뜻하다. 4년 전 망루에 올랐을 때는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였다"며 참사 당시의 악몽을 떠올렸다. 그는 "그날 아버지와 철거민 네 분을 잃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개발 지역에서 대책 없이 철거민들이 내쫓긴다. 또 다른 용산이 계속되고 있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그는 "저 안(감옥)에서 이웃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며 "내가 원해서 이렇게 살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이웃을 살피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많은 노동자들이 극단의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다"며 쌍용차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31일 출소한 이충연 씨를 가족이 맞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번 특별 사면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저들이 권력으로 나를 석방했지만 나를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용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해 대통령 측근용 특사의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번 사면을 비꼬았다.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서도 후보 시절 했던 '용산참사 진상 규명' 약속을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부인 정영신 씨는 "혼자 남편을 만나서 (남편을 잃은) 어머니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문을 연 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지난 4년을 회고했다. 그는 이어 "다시는 이 나라에서 집이 없어서, 가진 게 없어서 쫓겨나고 죽음을 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 씨와 같이 구속된 철거민 중 4명도 이날 대구·순천·여주·춘천교도소에서 각각 출소했다. 이들은 이날 저녁 7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연다. 다음 날인 1일에는 용산참사 희생자가 묻힌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을 참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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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이충연 씨가 아내 정영신 씨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충연 씨는 2009년 1월 수감돼 꼬박 4년을 옥살이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아내 정영신 씨와 이충연 씨. ⓒ프레시안(최형락)


▲ 그는 박근혜 당선인이 용산참사 진상 규명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아내를 보고 있는 이충연 씨. 아내 정영신 씨는 '용산의 며느리'라 불리며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활동가로 변신했다. 그는 이날 아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기자회견 내내 어머니 전재숙 씨가 아들 손을 꼭 잡고 있다. 평범하던 전재숙 씨는 아들이 감옥에 있는 4년 동안 투쟁 사업장을 돌며 연대 활동을 해왔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들은 재개발 지역에서의 강제 퇴거 금지와 재개발 정책 개선 등을 요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31일 오전 경기도 안양교도소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안양교도소 정문에는 '꿈과 희망을 주는 교정'이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이충연 씨는 감옥에서 책과 신문을 읽으며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제는 가족만을 위해 살 수 있는 시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이충연 씨. 역설적이게도 그는 교도소에서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슴에 담고 나왔다. MB정권은 이렇게 평범했던 사람을 투사로 키웠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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