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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만든 반값등록금... "달랑 60만원 냈어요"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2/02 09:02
  • 수정일
    2013/02/02 09: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시행 1년... 학자금 대출자 1/3로 감소, 봉사활동 활발

13.02.01 20:30l최종 업데이트 13.02.01 21:16l

 

 

 

2012년 2월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2012학년도 서울시립대 입학식'에서 수많은 신입생들과 재학생, 학부모들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날 박원순 시장은 취임 이후 추진, 결실을 맺은 반값등록금 첫 수혜자인 1859명의 신입생들을 격려하고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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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시행으로 숨통이 트였어요."

서울시립대에 재학 중인 이진운(28·가명)씨는 반값등록금으로 인한 삶의 변화를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값등록금 시행 전에는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총 4학기를 학자금 대출에 의존해 학교를 다녔고 약 800만 원의 학자금 '빚'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도 학교를 다녔다. 반값등록금 덕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4학기 동안 쌓인 학자금 '빚'도 갚아나갈 수 있었다. 이씨는 반값등록금 시행과 국가장학금 수혜로 한 학기당 총 60만 원의 등록금만 납부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 60만 원의 등록금도 학교에서 시행하는 '등록금 분할납부제도'로 3회에 걸쳐 20만 원씩 분할 납부했다.

이씨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충분히 납부할 수 있어 부담이 덜어졌고 오히려 돈이 남아 생활비로 온전히 쓰고 있다"며 "대출받았던 학자금 약 800만 원 중 400만 원을 갚았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아도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은 이씨만이 아니다. 실제로 서울시립대가 반값등록금을 시행하고 난 후 학자금 대출자 수가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립대, 학자금 대출자수 1/3로 감소
 

 

서울시립대에서 공개한 2011년도 1학기부터 2012년도 2학기까지 4학기 간 등록금 대출 추이
ⓒ 서울시립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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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반값등록금이 시행되기 전인 2011년에는 대출자 수가 1489명이었던 것에 비해 시행 후 2012년도에는 543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대출금액도 2011년 31억7200만 원에서 2012년 5억4173만 원으로 큰 폭 줄었다.

서울시립대는 등록금 대출자의 감소 원인을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 등록금이 반값으로 감소함에 따라 부담이 완화되어 대출을 받지 않게 된 경우. 둘째로는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정부지원 장학금(드림장학금)이 2011년에는 9억2700만 원인 반면 2012년에는 처음으로 국가장학금이 실시되면서 57억7200만 원으로 수혜금액이 크게 늘었다.

1유형, 2유형이 포함된 국가장학금에서 특히 서울시립대는 2유형의 혜택을 많이 본 케이스다. 국가장학금 2유형은 대학의 등록금 인하 또는 장학금 확충 등을 통한 자체노력을 이행한 대학에게 차등적으로 주어진다.

이처럼 반값등록금 시행으로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됨에 따라 학생들의 부모들도 한시름 덜게 됐다. 도시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동년(20)씨는 "반값등록금 시행 전에도 시립대 등록금은 싼 편이었는데도 부모님은 힘들어하셨고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며 "그런데 반값등록금이 시행되고 나서는 부모님들도 좋아하시고, 부모님의 주변사람들도 '좋은 대학 갔다', '진짜 효자네' 이런 말들을 하신다. 부모님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머쓱해하면서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대학생활도 변화... 봉사활동 참여자 2배 늘어
 

 

서울시립대 동아리 'Enactus(인액터스)'의 학생들이 답십리 시장 상인들과 함께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 Enactu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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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은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준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대학생활에도 변화를 가져다줬다. 시립대에 재학 중인 이정현(26)씨는 "반값등록금 시행으로 학업에 충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대외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며 "심적으로 부담이 덜어지니 대학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등록금에 대한 심적 부담을 덜게 되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서울시립대 사회봉사활동 참여자를 보면 2010년 1649명에서 2011년 1354명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반값 등록금을 시행한 지난해에는 304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학교에서도 '사회공헌팀'을 학생처 내에 개설했다. 사회공헌팀은 학생들의 사회봉사활동을 전담하는 기구이다. 서울시립대 사회공헌팀 관계자는 "반값등록금 시행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이나 동아리가 많이 늘었다"며 "그에 따라 2010년 11개였던 교내 봉사활동 프로그램도 3배 정도 늘려 현재는 35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내의 사회공헌팀의 지원을 받아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동아리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서울시립대 내 'Enactus(인액터스)'가 대표적인 동아리다. 이 동아리는 여러 가지의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지역 사회에 공헌을 도모한다. 그 중 '숨'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에 시작된 것으로, 서울 시립대 근처에 있는 답십리 현대시장의 경쟁력 제고와 시장 상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동아리 학생들은 '숨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 활성화를 위한 '쿠폰북 발행'과 배송센터 수익개선을 위한 'MT팩 기획'을 진행해 시장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이들을 키우는 주사랑 교회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인식 개선을 돕는 '아이둥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으며, 대학생 인턴과 중소기업을 연결해 대학생의 스토리텔링과 중소기업의 인력난 극복을 실현하려는 '비상 프로젝트'도 구상 중에 있다.

이 동아리 부회장 나정수(24)씨는 "2011년도까지는 동아리 규모가 크지 않았는데, 반값등록금 시행됐던 작년에 들어서는 동아리 규모가 커졌고 학생들의 참여도 증가했다"며 "참여 증가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반값등록금 시행으로 학생들의 사회공헌 의식이 높아진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은 반값등록금 시행으로 삶의 실질적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등록금에 대한 심적 부담을 덜고, 대학 내의 다양한 활동을 접하는 기회도 얻었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사회공헌이라는 긍정적 변화도 이뤄냈다. 이러한 서울시립대 내의 긍정적인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김은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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