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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위한 기도

소를 위한 기도

 
박기호 신부 2013. 02. 01
조회수 907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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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의 생명을 주재하시는 하느님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당신이 창조하신 자연의 질서에 순종케 하시고
썩은 초목과 동물의 분뇨로 땅을 기름지게 하시며
농부들의 손이 땅을 가꾸고 씨앗을 뿌려 곡식을 얻게 하십니다.
우리 마을 농업의 퇴비 생산을 위해서 기른 소들의 노고를 기억하면서.
소들과 함께 생활해온 시간들을 감사하나이다.
 
 
몇 마리의 송아지들이 우리 마을에 살러와서
어미소가 되고 송아지를 낳고 번식을 지속하는 동안이 은총이었습니다.
여물을 주며 소들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었고
송아지가 태어날 때마다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경탄하게 하였고
재산을 늘려주는 보람도 주었습니다.
 
우리와 함게 살아온 소들은 무엇보다도
좋은 유기질 퇴비를 제조하는 훌륭한 농부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을 바쳐 인간의 음식이 되고자 떠나려 합니다.
우리 소들이 마을에서 태어나 살아온 한 생을 마치고 마지막 길을 떠납니다.
저희들은 말못하는 소들이지만 우리 마을을 위한 헌신을 기억합니다.
 
자연 생명을 주재하시는 아버지 하느님,
한 생명의 죽음은 음식을 통해서 다른 생명이 됩니다.
모든 생명은 다른 어떤 죽음으로 인하여서만 생명이 됨을 고백하나이다.
 
그러므로 우리 소들의 희생이 사람들의 생명이자 목숨이 되오니
우리 모든 인간들도 자신의 희생을 통해서
또 다른 생명의 성사가 되게 하소서.
 
우리는 정든 소들을 보내며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나눕니다.
 
“소야, 그동안 함께 살아주어 고맙다.
너희가 송아지로 태어나던 순간과
무럭무럭 자라나는 과정을 보는 세월이 참 기뻤다.
너희들이 있음으로 우리 마을에 더욱 행복했음을 감사한다.
이제 너희들과 작별할 시간이 왔구나.
너희 목숨을 바쳐야 할 때가 왔음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너희의 희생이 곧 많은 이들에게 음식이 되고 약이 되고 생명을 주는 것이니
너희는 이제부터 사람들의 몸으로 환생하여 함께 살아갈 것이다.
소들아, 잘 가거라. 그리고
우리를 지으신 하느님께서 주재하시는
영원 생명의 섭리를 기쁨으로 노래하자. 소들아 안녕!”
 
주님, 자연의 모든 생명있는 것들에게 건강과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모든 생명 위에 비추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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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신부
1991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1998년 ‘소비주의 시대의 그리스도 따르기’를 위해 예수살이공동체를 만들어 실천적 예수운동을 전개했다. 소비주의 시대에 주체적 젊은이를 양성하기 위한 배동교육 실시했고, 5년 전 충북 단양 소백산 산위의 마을에서 일반 신자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animal@catholi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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