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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신부 “시민역사관 세워 일제 청산 중요성 보여줄 것”

 

함세웅 신부 “시민역사관 세워 일제 청산 중요성 보여줄 것”
등록일: 2013.02.04 [10:27] | 조회: 0 스크랩 0회
 

ㆍ44년간의 사제생활 마치고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취임

“한국은 지금 ‘역사전쟁’ 중입니다.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잘못입니다. ‘바로잡지 못한 역사는 다시 되풀이된다’고 하지요. 민족문제연구소가 역사를 무기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겁니다.”

지난해 44년간의 사제생활을 마친 함세웅 신부(71·아우구스티노·사진)가 지난달 29일 제4대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주임신부로 봉직했던 상도동성당에서 만난 함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노골화한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대 반(反)박정희의 구도로 치러진 지난 대선은 많은 국민들에게 후유증을 남겼다. 함 이사장은 “수구보수 신문이나 방송이 한 개인의 역사인식을 공적으로 강요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함 이사장은 한때 ‘이제 국민들의 삶 속에서 역사는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 한 예로 지난해 말 민족문제연구소가 주관해 만든 독립 다큐 <백년전쟁>을 들었다. <백년전쟁>은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인터넷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미 학계에는 박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의 중심이 아니었다는 연구가 상당히 진행돼 있는데도 언론은 이런 건 전달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이 한국 경제를 일으켰다는 신화만을 유통시켰어요. 그런데 <백년전쟁> 영화를 본 사람들이 지금까지 자신이 믿었던 것들이 진실이 아님을 깨닫고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겁니다.”

함 이사장은 역사가 당대의 지배질서를 정당화하는 무기로 자주 동원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독립운동의 최고 지도자’니 ‘경제성장의 주역’이니 하는 신화 만들기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박정희 정권의 독재가 정당화되거나 5·16 군사반란이 정당화되는 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잘못된 역사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들은 노골적이고 집요합니다. 그 중심에 우리의 정신을 썩게 만드는 수구보수 신문과 방송이 있습니다.”

함 이사장은 진실한 역사를 알려는 국민들의 열망은 최근에 부쩍 늘어난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수가 잘 말해 준다고 했다. 현재 9000명 정도인 회원 중 1800명이 12월 <백년전쟁>이 공개된 이후 가입한 회원들이라는 것. 연구소는 그런 기대에 부응해 <백년전쟁>의 후속작을 상반기 안에 제작해 공개할 계획이다.

함 이사장은 ‘민족문제연구소’에 대한 선입관을 깨고 국민 곁으로 다가가는 것도 숙제라고 했다. 각종 연대사업을 늘리고 국민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홍보활동도 적극 펴나갈 생각이다. 특히 2011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추진했던 시민역사관 건립도 본궤도에 올려놓을 계획이다.

“식민지 시기를 빼놓고는 우리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어요. 그런데도 식민 역사를 제대로 보여주는 기념관 한 곳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시민역사관이 건립되면 일제 청산이 얼마나 중요한 과업이고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히 연관돼 있는지 보여줄 겁니다.”

현재 전국 300여개 박물관 중 일제강점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곳은 독립기념관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등 2곳이다. 그러나 이 전시관들은 독립운동 위주의 저항사가 중심이어서 생활사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시민역사관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이다.

함세웅, 그는 197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의 맨 앞에 줄곧 서 있었다. 평화신문·평화방송 창립과 초대 사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민족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 공동대표 등을 맡았다. 지금도 그는 고희의 나이를 잊은 채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와 신학연구기관인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진실을 지키는 현역’으로 살고 있다.

“민족의 얼이 없으면 그 민족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죠. 이 때문에 자유와 해방, 독립을 위해서 몸 바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항일운동가들,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애쓰신 순국선열들의 뜻을 기려 정말 아름다운 민족공동체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경향신문>20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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